홍천군 제 3기 SNS서포터즈(2025~2026년)

깻잎 밭에서 가을을 묻다

삼생아짐 2021. 10. 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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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새파랗던 깻잎들...

가로등 불 아래 미처 여물지 못해 

파랗게 잎이 살아있는 깻잎들만 뜯어서 장아찌를 담았다. 

 

 

김치통으로 하나 가득 담아서 냉동고로 직행

 

요며칠 가을비가 장하게 내리더니

어느새 깻잎들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

 

사무실에 앉아 들깨밭을 바라보면

깻잎 뜯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깻잎 밭에서 길을 잃다!'

가 아니라

'길을 찾다.'ㅋ

 

가을은 노랗게 황금빛으로 물든 들깨밭에서 오는듯.

찰옥수수 후작으로 심었는데 잘 여물고 있다.

 

뜯어온 깻잎을 한장한장 씻고

차곡차곡 포개어 꼭지를 다듬어 장아찌를 담는다. 

 

연례행사...

 

작년에는 아들딸,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딸네 친구들까지 동원해서 

깻잎을 뜯었는데

한해동안 밑반찬으로 팔고

또 나눠먹고 했더니 어느새 한통도 없다. 

 

올해 깻잎 뜯으러 오랬더니

다들 바쁘다고 안온다.

혼자서 며칠째 뜯고 있다. ㅠㅠ

 

 

지난 번 뜯은 깻잎으로 반찬을 만들어 여기저기 나눔하고

다시 또 들기름 넣고 지지려 한다.

 

깻잎은 덤이건만 내게는 최고의 밑반찬이다. 

 

오죽 깻잎을 좋아하면

학교 다닐 때 내 별명이 깻몽아지...ㅋ

 

이웃 동네 형님이 깻몽아지처럼 통통해서 그렇단다. 

학교 다닐 때 삐쩍 말랐었는데...ㅠㅠ

 

아니라고 우겨도 내 학창시절을 목격한 적이 없으니 

이웃동네 형님은 분명 그 별명이 깻잎을 좋아해서라기보다

통통함을 본따 부른 이름이라고 우기신다. ㅠ

 

그래서 그런지 깻잎 뜯으며 따라 나오는 깻잎 벌레는 

정말 통통하니 파랗다. 

그래도 벌레라 어쨌든 징글~~~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깻잎 밭에서 깻잎 뜯다보면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픈데

그래도 이렇게 눈을 즐겁게 해주는 나팔꽃도 보인다. 

 

김장배추도 아직까지는 잘 자라고 있다.

어느새 통이 앉기 시작...

 

해마다 오천포기 넘게 심어도

늘 반타작도 어렵더만...

올해는 혜진네 형님을 멘토삼아

열심히 재배방법을 배우고 있다. 

 

배추농사 10년이 넘어도 늘 실패의 연속이다. 

어쨌든 올해는 7천여 포기 심었는데

다른 동네에선 벌써부터 배추들이 병을 한다고 난리다. 

(농사 참 쉽지않다.)

 

여느해보다 더 많이 심은 우리는 가슴이 콩닥콩닥

어쩌나,

할만큼 했으니 역시나 하늘이 먹어라 해야 먹는다고 위로할 밖에...

 

깻잎 뜯고 나와보니

동네 형님이 밤을 까서 한보따리 가져다 놓으셨다. 

호랑이콩도 주셨는데, 

이번에 총각김치 담으면서 손을 다쳐서 

마침 놀러오신 지인분께 다 드렸다. 

 

또다른 형님은 단호박도 주시고......

 

 

화단에서 사과대추도 따고

사과도 따고...

 

가을이라 나름 바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풍성해서 좋은 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