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들리페이지를 떠나 버스가 조금 달려 도착한 곳은 갭파크(GAP PARK), 말 그대로 틈새공원이다.
바위틈 사이로 남태평양이 보인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 깨끗한 구름, 상쾌한 바람...
영화 빠삐용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는데, 오랜 시간을 지나는 동안 침식과 퇴적에 의해 생겨난 바위들에 틈이 생겨 갭파크라 부른다고......
빠삐용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것처럼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곳으로도 유명하단다.
일명 자살명소!...ㅠㅠ
또한 호주란 나라 자체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곳이라 식민지 시대의 탄압과 고된 노동 기타 등등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이들의 선조들의 무덤이 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단다.
요즘에는 이렇게 생명선을 세워 놓았다.
자살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당신은 그 누구보다 소중한 생명임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되는 존재임을......
생명선 너머 피어있는 작은 꽃들 조차 척박한 바위위에서 숨을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꼈다면
누군가는 이곳에서 그 아름다운 자연속에 스스로 몸을 던지고픈 충동을 느꼈으리라
살아온 삶이 너무나 고달픈 삶이었거나,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거나, 혹은 삶이 죽음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을런지도...
세상의 끝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사람의 절박함을 조금은 알 듯도 싶다.
누군들 자신의 삶이 편안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하겠는가.
때로는 내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내 삶의 끝은 어떤 모습일런지
모두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불확실함 때문에 삶을 놓아버리기보다 미련하게도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일런지도...모르겠다.
하여튼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이런 우울한 생각을 하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하나뿐인 생명을 속절없이 버렸던 곳이라 생각하니 어쩐지 자못 엄숙해질
수밖에......
바닷가를 따라 쭈욱 설치된 산책로를 따라 갭파크를 거닌다.
아,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 지도자들의 무덤,
즉 고인돌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도 있다.
다들 이 돌 위에 올라가 사진 한컷씩 찍는다.
나보고도 올라오라고^^
- 무너질까봐 안 올라갈래요^^;;
라고 대답했지만, 속마음은...
느낌상 이 돌 아래 오래전 시드니로 추방된 죄수들중 제법 직위가 높았을런지도 모를 누군가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No~No~
바위 옆으로 돌아가니 글자들도 새겨놓았네.
그놈의 사랑타령~~
하여튼 낙서꾼들이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다들 자기들의 흔적을 새겨놓는다.
아, 한국 사람 이름도 있네.
조제구,방혜선
당신들 누군지 모르지만, 이 먼 나라에까지 와서 낙서를 하다니...것도 생명선에...
그 사랑, 과연 이루어졌을까나 싶다.
낙서는 아니지만 바닥에 신기한 모양의 자갈돌 하트도 있다.
아마도 포진지를 쌓을 때 사랑꾼(?)병사가 한 명 있었던 모양이다.
오래전, 포를 놓았던 자리 옆에 이렇게 하트를 만들어 붙여 놓았다.
이 갭파크는 영국의 제임스쿡이 바로 이 길을 통해 들어온 곳이라 더 의미가 있고,
일본군의 침입이 있었을 당시 막아낸 곳이라 하기도 한다.
갭파크는 산책로가 꽤 되는 모양인데, 왓슨베이까지 이어진다고...
시간상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돌아가는 도중에 본 이쁜 꽃들, 신기한 나무들
가만보면 참 멋대가리 없이 생긴 나무들인데
이렇게 신기한 꽃을 피워내다니...
정말 식물의 세계는 아무리 보아도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올해 사회복지학과 졸업하고 나면, 아무래도 맘 먹고 있었던 숲해설 과정이나 식물학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대학원 진학 하게 되면 또 2년이상 미룰수도...ㅠㅠ
인생은 짧고, 왜 하고싶은 공부는 이렇게도 많고, 훌쩍 떠나고픈 여행지는 왜 그리도 많으며, 못 가본 나라들은 왜 또 그리 많은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이 참으로 안타깝도다!!!
(어찌보면 나 대학교때 까지 외국여행 금지되었었던거, 그또한 정치적 부작용이었던듯...싶다.
외국에 가서 한국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독재 정치에 대한 모순을 발견할까 그랬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참 짜증난다.
대학교때 배낭여행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언어들을 배우는 것,
인생에 있어 이것만큼 큰 교육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 큰딸 녀석과 큰 아들 녀석은 둘 다 일년씩 외국 내보냈었는데,
우리 막내도 군에 다녀오고 나면 꼭 내보내야겠다는...^^
고로 올 한해도 죽어라 벌어야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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