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荒蕪地) ...T.S.엘리어트
쿠메의 한 무녀(巫女)가 독 안에 매달려 있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그 때 아이들이 "무녀, 당신은 무엇이 소원이오?"라고 묻자,
그녀는 "난 죽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 보다더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1. 주검의 매장(埋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여름은 소낙비를 몰고 슈타른베르가제를 건너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중략..........
이 엉켜 붙은 뿌리들은 무엇일까?
돌더미 쓰레기 속에서 무슨 가지가 자란단 말인가?
사람의 아들이여,
너희들은 말할 수 없고, 추측할 수도 없으리니,
다만
파괴된 우상의 무더기만을 아느니라,
거기엔 태양이 내리쬐고
죽은 나무 밑엔 그늘이 없고, 귀뚜라미의 위안도 없으니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 하나 없다.
다만
이 붉은 바위 밑에만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 밑으로 들어오라),
그러면 네 너에게 보여 주마,
아침에 네 뒤를 성큼성큼 따르던 너의 그림자도 아니고,
저녁에 너를 맞이하는 네 앞의 그림자와도 다른
그 무엇을 보여주리라.
한 줌 흙 속의 공포(恐怖)를 보여 주리라.
바람은 가볍게 Frisch weht der Wind
고향으로 부는데 Der Heimat zu
아일랜드의 우리 님 Mein Irisch Kind,
그대 어디서 머뭇거리느뇨 Wo weilest du?
"일년 전 당신은 나에게 히야신스를 주셨죠.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히야신스 소녀라고 불렀답니다."
― 그러나 그 때 당신이 꽃을 한 아름 안고 이슬에 젖은 머리로
밤 늦게 히야신스 정원에서 나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이 안 나왔고 눈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몰랐었다.
다만 빛의 한복판, 그 정적을 들여다 보았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바다는 황량하고 님은 없네. <후략>
선인장도 아닌데,
물고기도 아닌데,
지켜야할 꽃을 가진 것도 아닌데,
날카로운 가시가 있네.
사람들의 가시에 찔린 날은 두배로 피곤하다네.
배려, 이해, 아량, 인내, 양보, 포용, 공감..
이런 단어는 그저 관념어인가?
어줍잖은 '교만'들 때문에 피곤한 날도 있다니...
나또한 누군가에게 가시가 아니었나 반성하게 되는 날들.
4월의 어느날.
-----------4월은 잔인한 달, 사람들에게도 가시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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