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삼생아짐 2015. 3. 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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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농촌에 사는 일을 외롭고 쓸쓸한 일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농촌에 사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농촌에서 살았기에

자연이 말해주는 모든 것에 귀를 기울이며 시인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아주 어렸을적부터 좋아했던 시인이 한 분 계십니다.

 

때로는 조곤조곤 티없이 순수한 어린 아이 같은 목소리로

때로는 투박하고 거칠지만 사람 살아가는 도리를 아는 무뚝뚝한 시골 아낙의 목소리로

또 때로는 모든 것을 품어주는 넉넉하고 평화로운 자연의 목소리로 시를 들려주던 시인님

 

 

 

 

농협 농촌사랑 지도자 연수원에서 실시하는 팜스테이 과정에 입교했다가

평생동안 존경하고 그리워했던 김용택 시인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섬진강 시인'이라 많이 알려져 있지요.

 

 

 

 

평생을 나고 자란 섬진강 주변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한평생 고향인 섬진강변을 떠나지 않고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글로 옮기며

한평생 농사일만 해오신 어머니의 말씀속에 삶의 지혜를 찾으며

 

 

 

자신이 가르치던 어린 제자들까지 시인으로 만드신 분

 

 

 

또 그 제자의 아들딸까지 대를 이어 가르치며 시인으로 만드신 분

 

 

 



80이 넘도록 한평생 해 오신 오랜 농사일에 병을 얻고

그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여 무료함을 달래고자 며느리로부터 글을 배우고

 

 

 

딸이 가져다주는 조각보와 실을 갖고 심심풀이 삼아 수를 놓으며

87세에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신 모습이 아름다워

그 며느리와 어머니가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어 내기도 했지요.

 

 

 

김용택 시인이 들려주는 고향의 이야기,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농촌에 살면서도

농촌에서의 삶이 제게 주었던 그 많은 혜택들을 모르고 지나쳤던 무심함을 깨치게 해 주었습니다.

 

농사짓는 일, 즉 농사지으며 사는 삶이 곧 예술이 되고 공부가 된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참나무 이파리가 뒤집어지면 비가 오고

빛낯이 들면 비가 오기에 장독을 덮고

바닷가에 한 번 가 본 적도 없는 분이 볍씨를 소금물에 담그면 쭉정이가 떠오른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파리와 이파리가 부딪쳐서 소리가 안 날때 그 풀을 뜯어다가 호박더미에 꽂아주면 썩어 거름이 되고

꾀꼬리가 울면 오동나무에 꽃이 피고, 그 때에 참깨를 심고

도리깨로 땅을 두드려 토란이 싹이 트도록 하는 지혜

 

그 모든 것이 바로 자연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였고

어머니가 들려주신

그 지혜를 글로 옮기면 시가 되고 소설이 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시인의 어머님은 글자도 모르고, 한평생 농사일만 해오신 분이셨습니다.

그러면서 그 어머님은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참으로 현명하게 알아듣고 아들에게 전해주어 시인으로 만드신 위대한 분입니다.

 

그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시인의 시 속에서 녹아들었고

그리고 그의 시는 곧 예술이 되었습니다.

 

 

 

 

 

두시간에 걸친 강의가 조금도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고

자연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자연은 편협하거나 불편하지 않고

항상 모든 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삶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는 것임을 알려주셨습니다.

 

 

 

 

우리 인간들도 마음을 비우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소리를 들으며

'돈'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체험객을 맞이하고

그 체험객들에게 농촌의 목소리를 들려주라 하셨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의와 다툼도 사람보다 돈을 먼저 생각하기에 생겨나는 일임을 깨닫고

약속을 지키는 자연을 본받으라 하셨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고 살았던 삶의 진리를 일깨워 주셨네요.

 

 

 

 

 

그분의 강의 첫 화두였던 집앞의 징검다리

 

징검다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그 돌이 제대로 놓여 있는지

흔들리지는 않는지

얼마만큼 보폭을 넓혀야 물에 빠지지 않고 건널 수 있는지

어린 나이에 그 징검다리를 건널 때마다 물에 빠질까봐 겁에 질려 울곤 했는데

그 울음소리를 듣고 건너온 어머니는 아들을 업어서 건네주질 않고

머리에 썼던 수건으로 아들의 등을 때려주고 도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8년이 지나서야 그 징검다리를 혼자 건너게 된 아들은

징검다리를 업어서 건네주지 않은 어머니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들 스스로 혼자서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가르친 것이었고

아들로 하여금 그 징검다리를 건너기 위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신 것이었습니다.

 

저또한 노시인의 강의를 50이 넘은 지금에서야 들으며

또 한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농촌에서의 삶

늘 팍팍하고 힘들고 고달프다고 여겼던 삶

그나마 유일한 위안 한가지는 농촌살이의 여러 부대낌을 블로그에 옮기면서 위안을 받았었는데

노시인의 강의를 들으며 그 또한 도시에서 계속 살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삶의 축복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오랫만에 마음속에서 고개드는 설레임

감흥을 맛보며 아지랭이 이는 들판에 나가 흙을 만지고

그 흙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