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다문화가정 주부들 수업을 했습니다...

삼생아짐 2014. 11. 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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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의 농촌들이 대개 그렇듯...우리 지역에도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참 많습니다.

결혼 안한 한국 처녀들이 농촌으로 시집 오기를 꺼리고

농촌 총각들 장가는 가야겠고

그래서 그 필요를 외국으로 돌린 것인데 아리따운 동남아국가 처자들이 정말 많이 시집오네요.


그래서 저희 면 지역만 해도 30명이 넘습니다.


초창기 농촌으로 시집왔던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생각했던 환경과 달라 아이를 낳고도 집으로 돌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아 한때 외국에서 색시를 데려온 집에서는 외출도 함부로 시키지 않았었지요.




한국말은 가르쳐야겠고

그렇다고 자유롭게 외출을 허락하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가정방문 한국어 지도교사를 원했는데, 마침 국어교사 자격증이 있는 제가 그 일을 맡아 저희 지역내 다문화가정 주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지요.


일주일에 한번 제가 방문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간절한 눈길들이 생각나네요.

그때 농협에서 최우수 한국어 지도교사상을 수상하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다문화가정 주부들과 인연을 맺고

한때는 그 주부들이 낳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도 했었지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대상으로 '우리 농업의 역사와 현황, 그리고 비젼'에 관해 강의를 했습니다.


지난주 유럽 다녀와서 바쁘게 잡힌 교육 일정이라 교육 자료인 PT도 정말 밤새워 만들었습니다.

열마다 말보다 한번 보여주는 게 교육 효과가 꽤 높다는 걸 알거든요.



그런데...만들다보니 정말 욕심이 과했나요...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에서부터 절기별 농사일, 그리고 세계 각국의 농업현실, 농촌 체험, 농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로컬푸드, 슬로우푸드 운동까지 너무나 자료가 막대해서 그 자료의 보충이 되는 사진자료들을 넣다보니 자그마치 110장의 PT가 나오네요.


하긴 네시간 강의니 이정도 분량은 당연한건데...

제가 만들어놓고도 참 어마어마해요.

근데 이 자료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니 강의도 강의지만 제가 만드는 동안 정말 농업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고 우리 농업 농촌의 중요성을 돌아보게 되고 희망도 찾아졌다는 거죠.



강의 도중 잠시 쉬는 시간


눈썰미 빠른 트리시브메이가 얼릉 선생님 앉으시라고 의자를 가져다 주고,간식을 준비하네요.


장날이라 단감을 사온 '트리멍'일명 '멍'이라 부르는데, 

강의 내용중에 농업의 전 분야를 설명하는 것 중에 가축을 기르는 것도 나왔었죠.

'개'를 기르는 것을 농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토론을 잠시 했었는데

안나가 개를 어떻게 먹냐고


그래서 저도 보신탕을 좋아하지 않고 먹지도 못하지만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은 먹는개와 안 먹는개로 나누어 대하더라...했더니

주부들이 트리멍을 '멍멍'이라 부르며 놀려대더군요.


우수 경칩 이야기를 하면서 개구리 이야기도 나왔는데 이쁜 리안이 개구리 너무 맛있다고, 특히 알도 많아서 구워먹으면 무지 좋다고 말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근데 개구리 잡아먹으면 이젠 수갑차고 벌금물고 잡혀간다고 하면서 양 손에 수갑 채우는 흉내를 내서 또 한바탕 웃었습니다.


요즘은 농촌에서 수확한 콩을 고르는 일이 한창이라 했더니 모두들 콩고르기는 자기네들이 다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억울하다는 듯 외칩니다.저도 처음 시집와서 밭에 떨어진 콩 주워 담으면서 무지 하기 싫었다고 했더니 새댁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그렇지만 시어머니는 시력이 나쁘셔서 잘 못 고르니 눈이 밝은 새댁들이 당연히 해야하는 거라 했더니 알겠다네요.


지역에 따라 농산물 재배하는 품종과 맛도 달라진다고 했더니 내면에서 온 새댁이 내면 꼬추가 맛있다고 말해서 또 한바탕 웃었고요.


이젠 운전면허 따서 운전해가며 교육 다니는 주부들도 늘고, 한국말도 제법 알아듣고 농담도 곧잘 해서 참 이쁩니다.

한마디로 대화가 된다는거죠.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볼 때마다 외국에 나가 살고있는 여동생 생각도 나고

그래서 언니처럼 친정엄마처럼 생각하고 힘들거나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연락처도 주고, 컴퓨터도 배우러 오고, 운전면허 시험 공부도 하러 오라고 했더니 매우 좋아합니다.

페이스북 친구도 맺었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자유로워지고 의사표현도 잘하고, 이제 한국 사회에 적응해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고 이쁘기가 그지없습니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너무 열심히 강의를 듣고 대답도 잘하고,

그래서 여행시작하면서부터 시차 적응 못하고 돌아와서도 일이 많아 세시간 이상 잔 적이 없어 늘 피곤한 상태였는데 그 피로가 오히려 가신 느낌이 듭니다.


밝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니 제 눈도 즐거워집니다.

강의를 끝내는 게 아쉬울 정도로 즐거운 수업이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미소들이 내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