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세시풍속 중의 하나인 정월 대보름
페이스북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오곡밥이며 귀밝기술, 묵나물, 부럼 이야기에 우리집도 내가 안 챙기면 울 아이들 이담에 대보름음식이 뭔지도 모르고 지나겠구나 싶어 저녁 늦게 나물을 삶고 아침 일찍 볶아서 밥상에 올렸습니다.
방풍나물,취나물,고사리,말린 표고버섯,쫄깃쫄깃 소고기 맛이 나는 눈개승마(삼나물)이랍니다.
가족들이 잡곡밥을 워낙 싫어해서 잡곡밥은 생략하고요, 대신 여러 묵나물들로 아침 밥상을 차렸답니다.
부럼은 굵은 밤 한톨 까서 깨무는 걸로 대신했고요, 귀밝기술은 아침부터 마시기가 그래서 생략했어요.
블로그에 포스팅하려고 이쁜 사진 찍으려 집안의 카메라는 다 동원하고 이 그릇 저 그릇 뒤져다가 담느라 수선을 떨다가 결국은 매일 쓰던 폰카와 매일 쓰던 접시로 낙찰.....괜스레 수선만 피웠네요.
싱크대 가득 그릇을 늘어놓고
"아들아, 미안해서 어쩌니?"운을 띄웠더니 아들이 뭐가 미안하냐 그러네요.
"설거지만 잔뜩 만들어놨잖아"했더니 아들녀석이 괜찮대요. 걱정하지 말래요.
웬일인가 싶으면서도 계속 미안한 맘이 들었는데 밥먹고 나서 그러네요.
"너무 많은데 엄마가 하심 되겠네요."
헐~~~~
이렇게 간단한걸......왜 미안해했지???? 시크한 녀석...
어쨌든 저의 집 대보름은 이렇게 지나고 말았지만 우리 마을내 피리골마을은 다르답니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저희 마을내 피리골 부녀회에서는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께 오곡밥을 대접하여 드리고 합동 세배도 올립니다.
설 지나면서부터 우리 농촌은 농사일 준비로 조금씩 조금씩 분주해지지만 그래도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세시풍속의 모습은 많이 남아 있고 또 지켜내려 애쓰지요. 도시에 나간 자녀들은 고향에 올 때면 꼭 마을 경로당에 소주 한 박스, 귤 한박스라도 사다 드리고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곤 하는 본받을만한 효심이 살아있는 마을이지요.
또 삼생마을내 한 마을인 검산2리 용오름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이면 삼신산 아래에서 온 마을 주민들이 모여 당제를 올리기도 해요.
예로부터 산세가 빼어나고 선인의 발자취가 뛰어난 산들을 일컬어 삼신산이라고 불렀는데, 우리나라에는 이 삼신산이라고 불리우는 곳들이 여러곳이 있지요. 그 중 삼생마을내에도 이 삼신산이 있어 오래전에 조상들이 삼신산 아래에 삼신당을 짓고 해마다 정월이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동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마을 동제를 주관하는 이는 마을 사람들 중에서 운세를 보아 그 해에 가장 좋은 운세를 가진 사람이 되며 대개 마을이장이나 노인회장이 이를 맡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의 동제의 역사는 토템사상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예전에는 마을 어귀의 오래된 고목에 금줄을 치고 제를 올리기도 하였고 뒷산의 바위나 마을입구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에 절을 올리기도 하는 등 그 대상이 산이나 강, 하늘의 별, 돌이나 나무, 집안 곳곳의 터주신을 비롯한 여러가지로 동제가 끝난 후 각기 집안의 안녕이나 복을 기원하는 쪽지를 적어 불에 태워 하늘로 올려 보내는데 이 소원을 적은 종이를 소지라 하고 깨끗하게 타서 잘 올라가야 소원이 효험이 있다하여 이 소지가 타는 정도와 올라가는 정도를 보고 그 해의 운을 시험해 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부녀자들이나 아이들은 부정탄다 하여 동제 지내는 의식에 참여하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온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여 동제를 지냅니다.
동제를 지내는 동안 커다란 가마솥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함께 먹을 찌개가 끓고 있고, 동제를 지낸 떡이나 음식은 소원이 깃든 음식이라하여 소중히 다루고 단 한 방울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지요.
동제를 지내고 난 후 모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장면. 훈훈하지요?
한 때는 미신이라 하여 산신제나 동제를 지내는 마을의 수가 많이 줄어들고 마을의 성황당들이 헐려나가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종교를 떠나 마을주민들이 화합하는 의미에서 동제를 지내는 마을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이 자연의 존재 하나에도 영혼이 깃들었다고 믿으며 소중히 대하던 그 마음자세를 살피고 물질문명의 이기와 함께 생겨난 인명경시 사상, 생명경시 사상을 치유하는 한 방법이라 생각하며,종교를 떠나 시골마을의 생명존중과 주민화합이라는 의미에서 당치성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싶습니다.
또한 대보름을 전후로 마을 농악대는 지신밟기를 펼치지요.
이 지신밟기는 원래 농경사회에서 땅을 주관하는 터주 또는 터줏대감인 후토지신을 위하고 땅을 다지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잡신을 누르고 풍농을 기원하는 액막이 풍물형태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개인에게는 장수와 건강을 기원하고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초복의 의미가 있지만 공동체적 삶을 중시한 우리 민족에게는 마을내 단합을 다지고, 풍년을 기원하는 화합과 단결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사라져가는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이 아쉬운 지금 농촌을 중심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지신밟기 행사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고향 사랑과 조상들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의미가 큰 행사라 할 수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손에 손에 불을 담은 통을 들고 황금고리를 만들며 쥐불놀이를 하곤 하지요. 밤에 잠 자다 오줌 싼다며 어른들이 놀리기도 하였지만 누구 원이 더 크게 그려지나, 누구 불이 더 밝은가 내기하며 어깨가 빠지도록 돌려대는 쥐불놀이는 영원히 동심으로 남아있게 하고 싶은 추억이 되지요.
동쪽 하늘,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비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한해 소원을 비는 것으로 대보름날은 막을 내리지요. 그러나 그 대보름날 빌던 소원들, 먹던 음식들은 단 하루에 국한되지 않고 일년을 지내는 중요한 시초로 남습니다.
더위먹지 않고, 남의 말을 잘 알아듣고, 골고루 영양분을 챙겨 일년 내내 건강하고, 대보름달을 보면서 빌던 소원들을 이루기 위해 한 해동안 열심히 노력하며 살게 되는 것, 그야말로 착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바른 모습이 담겨지는 날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담긴 대보름날, 여러분들은 어떤 소원을 비셨는지 모르지만 모두들 그 소원 꼭 이루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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