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약 일년간의 짧은 직장생활도 접고
농촌으로 시집오겠다고 하자 결사적으로 말린 건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였지요.
농촌생활에서 가장 고달프고 힘든 건 여자라구요.
농촌에서 나고 농촌에서 자라신 어머니는 여자들의 고생을 알기에 절대로 농촌으로 시집가는 건 안된다고 하셨더랬지요.
살아가면서 어머니가 왜 그렇게 말리셨는지 실감도 많이 하고
나름 힘든 일들도, 갈등도 많이 겪었지만 돌아보니 어느새 제 반평생 이상을 남편의 고향인 농촌에서 보냈네요.
그동안 아이들을 낳고 길러 그 아이들은 도시로 모두 나가고
남편과 단 둘이 집을 지키며 사는 요즈음
농촌에서 여자의 역할이란 과연 무엇일까, 고민도 많이 하게 됩니다.
단지 살림하고 농사일에만 매달려서 평생을 보내는 건 너무 보람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생각보다 재주많고 매사에 적극적인 동네 형님들을 보면서
농촌 여성들도 각자 갖고 있는 소질과 적성을 잘 살리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동네 형님들과 향토음식 특화마을 만들기 교육이라든지
체험지도사 과정이라든지
그리고 농촌여성 일감갖기 라든지 여러 교육 등의 과정을 독려하여 함께 참여하고,
또 다같이 함께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고 있던 차에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개설된 마을 리더 교육을 부녀회장님들과 함께 다녀오면서 많은 가능성들을 보았습니다.
여러 농산물 가공 아이템들을 발굴해보는 시간도 갖고,마을의 자원 찾기도 해 보면서 농촌 여자들도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생기고
그러면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소득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강원도내 다른 농촌마을의 운영사례를 직접 보고 듣고자 선진지 견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견학을 떠나기 전 좋은 교육이 되기를 바란다는 홍천 농어촌 공사 최동관차장님의 인삿말과
마을 운영위원장인 김병현위원장의 일정 소개 및 견학 안내가 있었습니다.
교육을 떠나기 전, 우리가 가야 할 마을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점을 배우고 우리 마을에 어떤 점을 접목시켜야 할런지 생각해보고 떠나는 여행과 무작정 떠나는 여행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들른 곳은 인제 백담마을의 마을공동 판매장입니다.
인제 백담마을은 백담사아래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 마을처럼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을 먼저 진행한 마을로서 황태 가공 사업과 마가목 가공 사업 등으로 마을 소득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마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마을의 일차 생산품을 말리거나 가루로 낸 것, 술을 담은 것 외에도 2차 가공상품까지 그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황태를 이용한 국물 만들기 일명 "구시다"의 구수한 맛은 직거래 장터 때 맛을 보아서 잘 압니다.
예전에 백담마을 관리자님들이 추운데 고생한다며 한컵씩 주던 황태국물이 황태대가리와 뼈, 껍질등을 오래오래고아서 만든 것인줄 알았더니 이 구시다를 끓인 것이라네요.
물론 원재료는 황태입니다.
방부제와 합성조미료가 첨가되지않아 황태국을 끓일 때 조금씩 넣으면 황태국물맛이 더 진할 듯 싶네요.
구시다 외에도 산수유환, 익모초환, 헛개나무 이파리를 말려 환을 지은 것 등의 각종 환도 있고
관절염과 신경통에 좋다는 마가목술도 있습니다.
예전에 백담마을 정연배위원장님과 정재현관리자님이 10년전에 직접 담았다는 마가목술을 선물로 주셨는데, 관절염이 심한 친정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리려고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잔씩 드시면 관절염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하니 조만간 춘천 나갈때면 가져다 드리려 합니다.
매장 한켠에 우수마을 기업 인증서도 있네요.
매장 뒤켠에는 황태가공공장이 있어 부녀회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하루에 포장하는 양이 약 천오백마리
그만큼 많이 작업하여 팔려나가기에 이렇게 지속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물론 마을 공동 판매장이 이렇게 길가에 있어 설악산과 동해안 바닷가를 향해 가는 관광객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덕분도 있겠지만 마을의 꾸준한 상품 개발 노력과 인제군 지자체의 외국 관광객 유치까지 여러가지 노력들이 시너지 효과를 맺어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듯 싶습니다.
지난 가을에 마가목 축제 전에도 들렀었는데 이렇게 마가목을 소득 작목으로 삼아 마을안팎에 심고 또 수확하여 비누로도 만들고 술도 담고 나무이파리와 줄기도 판매하고 환도 지어서 팔고, 축제도 열고, 정말 알뜰하게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을 특성에 맞는 작목 선정도 정말 중요하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용대리 판매장앞에서 기념 사진도 남기고
위원장님과 관리자님께 인사하고 나오는데 외국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외국의 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오고 싶다고 선발대로 찾아오신 거네요.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나라 농촌마을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는 듯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지난 가을 찍었던 마가목 열매, 참 이쁘죠?
백담마을은 이 밖에도 마을내에 도서관이 조성되어 여름에 체험객이 와서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고, 지역내 미술인들과 협력하여 만들기, 그리기 등의 미술 활동도 활발하게 꾸려가고 있으며, 마을 공동 사업으로 표고버섯을 재배하여 판매도 하고 있는 그야말로 전천후 마을입니다.
마을 공동사업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꼭 들려봄직 합니다.
두번째로 들른 마을은 양양 송천떡마을입니다.
송천떡마을은 매스컴에도 많이 보도된 적 있는 마을로서, 마을 부녀회원들이 떡을 만들어 양양 길가와 장터에 나가 팔다가 새농어촌마을,체험마을, 녹색농촌,장수마을,정보화마을 등의 마을 사업을 유치하면서 마을 곧동사업으로 떡만들기를 특화시켜 떡체험으로 유명한 마을이지요.
지금은 전자상거래로 떡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일년 사시사철 마을 입구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설판매장의 떡은 매일매일 새로 나오는데 오후 네시면 모든 판매가 종료될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겨울이라 조금 한가해보이긴 하지만 올 때마다 건물이 하나씩 늘고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서 참 부러운 마을중의 한 곳이기도 하지요.
송천떡마을의 지속적인 발전에는 전 위원장님이신 탁상기 위원장님의 노력과 주민분들의 지원이 큰데요, 마을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리고 그 리더를 믿고 따르는 주민분들의 믿음과 도움이 마을발전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알게 해주는 마을이지요.
그전에 마을 총무를 맡아 마을 살림을 꾸려나가셨던 김성완총무님이 지금은 이장직과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을 동시에 맡아 더 힘차게 발전해나가고 있는 마을입니다.
마을의 운영사례와 바람직한 발전 방향 등을 듣고, 시간이 너무 늦어 떡메치기는 못하고 맛난 떡을 한팩씩 구매해서 송천떡마을을 떠나왔습니다.
강원도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마을 사업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두 개 마을을 돌아보면서 부녀회원님들의 감회가 남달라 보였습니다.
마을 공동 사업을 꾸려나가다 보면 어느 마을에나 있게 마련인 오해와 불신들, 그리고 시기와 이해타산을 극복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모두가 잘 사는 농촌마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참 중요한데, 그 의질를 다지는 데에는 다른 마을의 발전사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저야 개인적으로 이미 여러차례 방문했던 마을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새롭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나름 반성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하게 되는 마을들입니다.
고인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습니다.
우리 마을 부녀회원님들이 이 두 개 마을의 선진지 견학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마을 공동 사업의 중요성을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우리 삼생마을도 참 많이 발전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마을에서 정보화마을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컴퓨터에 눈을 뜨게 되고, 컴퓨터를 통해 전자상거래도 하고, 커뮤니티도 이루어지고, 또 체험도 진행하고, 정보센터 리모델링,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을 통한 도농교류센터 신축 등 외양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처음 마을 사업을 시작하던 때보다 마을 살림이 참 많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그렇게 추진해온 마을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다지고, 다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힘의 원동력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부녀회원들의 역할이 가장 크다는 생각에는 변함없고요.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모두가 힘을 합해 노력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소득도 높이고 화합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지 않을까, 새삼 희망을 가져봅니다.
더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노력하여 그런 농촌 마을을 만드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못 가고, 함께 가면 늦더라도 멀리 갈 수 있다라는 말,그 말을 떠올리며 견학후기를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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