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삼생마을내에 피리골이라는 마을이 있답니다.
이 마을은 옛날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풀고 피리를 불고 넘어갔다 하여 지금까지도 지명이 피리골이라 불리우고 있는 마을인데요, 산골짜기 사이에 자리잡아 논이 적은 대신 밭에 유기농 콩을 심어 생산하는 유기농 콩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봄철, 이 마을을 걸어 올라가면 이렇게 밭에 비닐을 하나하나 씌우고, 또 그 비닐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꼼꼼하게 덮어 그 사이에 콩을 심어 약을 치지 않고 재배하는 과정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약을 치지 않는 만큼 손길도 많이 가고 정성도 많이 가는데, 그렇게 재배한 콩을 수매해서 내기도 하지만, 그 콩으로 메주를 쑤어 팔기도 하지요.
초겨울이면 우리 농가에서 집집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 그리고 겨울이 깊어갈 때 쯤이면 그 콩으로 메주를 쑤어 집안의 가장 따뜻한 곳에 녀석들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겨울철, 어느 집을 방문하든 상전은 바로 이녀석들이지요.
메주만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납니다.
어렸을적에 친정엄마가 메주콩 삶아서 메주 밟아 새끼줄에 매달을 때 콩알이 반너머 으깨어질 때꺼정 밟고 또 밟고......
그나마 뜨거울 땐 어머니가 밟으시고 어느정도 식으면 우리보고 하라고 하셨었는데 첨엔 신나서 대들었다가 지리해지면 도망가고 싶어 이리저리 꾀를 짜내곤 했지요.
그리고 메주 쑤고 남은 콩으로 청국장을 밥통에 담아 띄우곤 했는데, 언제나 한겨울에도 아랫목 차지는 메주와 그 청국장 콩 차지였지요.
엄마가 안 계실때면 그녀석들 윗목으로 몰아냈다가 어머니 들어와 보시곤 호통치곤 하셨어요.
겨울이 되면 그 녀석들 발효하는 냄새에 온 방안이 가득차고 옷에도 그 냄새 배일까봐 온식구들 구박을 받았지만 어머니에게만은 넘치도록 사랑을 받던 녀석들이지요.
그래도 청국장 익고 난 후 밥상위에 올려질 때면 싫다 싫다던 가족들이 제일 맛나게 먹곤 했지요. 가끔가끔 덜 으깨어진 메주콩알 빼먹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말리면서 콩알 빼먹어 모양 망가뜨린다고 어머니께 꾸중도 많이 들었죠.
변변한 간식이 없던 시절, 어머니가 메주만드실 때 한알 두알 빼먹던 고 메주알의 고소한 맛을 잊을 수 없네요.
위 메주 사진 오른쪽 끝의 아기메주는 어머님들의 소박한 미신 때문인데요, 제사상의 음식이나 메주는 짝을 맞추지 않는다하여 이렇게 아기 메주를 하나 더 만들어 홀수로 매달았네요.
겨우내 그렇게 농가의 상전이던 메주가 드디어 시집을 갔습니다.
고춧가루 400근, 메주가루 78킬로, 찹쌀 5말, 물엿 12통,소금 12킬로...그 양이 어마어마하죠??
전날부터 모여서 집집마다 쑤어서 말려두었던 메주를 빻고, 고춧가루도 빻고,하나씩 하나씩 재료를 장만했지요.
고추장에 들어갈 엿질금 내는 시간만도 7시간이 넘게 걸렸답니다.
한 가정에서 먹을 정도만 담는다면 시간이 많이 줄어 한시간 정도 잡으면 되지요.
전통 고추장 담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답니다.
다만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 정성이 많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서 힘들게 느껴지지요.
찹쌀로 밥을 지어 으깨거나 찹쌀가루로 반데기를 만든 후, 엿기름 내린 물을 넣고 가마솥에서 저어가며
찹쌀반죽이 완전히 삭아지도록 푸욱 끓여주었답니다.
이때, 불조절을 잘못하면 솥 밑바닥에 눌어붙어 타기도 하고, 또 설렁 저어주면 반죽이 풀어지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하기에 꾸준히 잘 저어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렇게 고은 엿기름 물을 하룻밤 정도 식혀줍니다.
그리고 일반고춧가루보다 더 곱게 빻은 고추장용 고춧가루와 메주가루를 큰 함지에 섞어 놓고
엿기름 물을 준비된 가루에 섞고 잘 저어주면 됩니다. 엿기름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고추장이 묽어지고 또 적게 들어가며 고추장이 되어지기에 엿기름물을 부을 때 미리 다 넣지 말고 농도를 조절해가며 조금씩 부어줍니다.
고춧가루가 덩어리로 뭉쳐진채 남지 않도록 큰 주걱으로 찬찬이 저어주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금방 먹어도 맛난 전통고추장이 완성됩니다.
원래는 메주맛이 삭아지도록 약 한달 동안 항아리에서 숙성시키기도 하지만 요즘은 물엿을 넣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하지요.
다 된 고추장을 1Kg 통에 한병씩 채워 담습니다.
오늘 담은 전통 고추장은 강원도내 50개 농협으로 전달되어 소년 소녀 가장 및 독거노인, 그리고 다문화가정 주부들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농가주부들의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담은 전통 고추장을 받는 분들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 마음들이 따뜻한 이웃사랑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정으로 널리 퍼져나가면 좋겠습니다. 농가주부모임과 고향사랑주부모임은 농촌과 도시의 주부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랍니다. 농가의 전통음식을 연구하고, 노래교실이나 난타 등의 취미교실도 운영하고, 이렇게 우리 농산물을 활용하여 이웃에 전달하는 일도 합니다. 농업기술센터의 생활개선회와 함께 우리 농가 주부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농촌생활의 활력을 갖고 생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단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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