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을 아시나요?
'해파랑갈'이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으로 부산광역시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70킬로미터의 장거리 걷는 길입니다.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해당 지자체,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 및 지역 민간단체가 뜻을 모아 조성중이며, 동해안을 따라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되어있는데 그 중 가장 끝 구간인 고성군의 해파랑길을 방문했습니다.
고성 해파랑길은 46-50구간으로 약64킬로미터에 걸쳐 지정되어있는데, 그 시작은 청간정이죠.
청간정은 설악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과 만경창파가 넘실거리는 기암절벽위에 세워진 팔작지붕의 정자로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 32호로 지정되어있다고 합니다.실제 축조된 연대는 알 수 없고요, 1560년 명종때 수리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1953년 고 이승만 대통령이 친필로 쓴 현판이 정자 내에 걸려 있으며, 2012년에 조추석을 제외한 전면 해체복원을 실시하였다고 합니다.
청간정 일출시 부서지는 파도는 마치 뭉게구름이 일다가 안개처럼 사라져가듯 활홀경을 자아내며, 아름다운 주위 풍광으로 옛부터 시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고 합니다.(이상 고성군 홈페이지 인용)
하지만 제가 정말로 반해버린건 청간정아래 해변입니다.
제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가의 해변은 정말 처음 보았습니다.
작년까지 출입금지였다더니 원시 너럭바위의 이끼낀 모습과 갈매기들의 비상,맑은 바닷물,희고 깨끗한 모래,청둥오리의 군무...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바닥에 떨어진 깃털 몇개 주워서 딸아이한테 갈매기 잡아서 깃털 뽑았다고 농담했더니 기절할라 그러네요. 그러면서 술 마셨냐고.^^;;
너무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이라 찍어서 보내면서 농담한건데 녀석이 후배들과 같이 보더니 아무래도 엄마가 갈매기 잡아서 술 안주 해드신것 같다며 잘 드셨냐고 안부를 물어오네요.
정말 이렇게 많은 갈매기를 잡을 수도 있을 듯 싶네요.그치만 깃털은 뽑지 마셔요.ㅋ
청간정을 지나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겨울철새 도래지인 송지호와 청학정이 나옵니다.
송지호에는 송호정이라는 정자가 있고,청둥오리와 기러기, 고니의 도래지이며 최근에는 독수리가 매년찾아오기도 한다는데 아쉽게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짠물이 섞여 겨울에도 잘 얼지않고, 철새에겐 먹이도 많아 철새의 쉼터로 꼽혀 탐조를 할 수 있는 관망타워도 있고 소나무 숲 사이로 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어 시간이 된다면 카메라를 들고 송지호에서 탐조하는 것도 꽤 괜찮을 일일듯 싶습니다.
아쉽지만 새 발자국으로 그 흔적을 되살려봅니다.
송지호를 지나면 가진항이 나옵니다.
가진항에 들른 시간은 아침
어부들이 마악 조업을 마치고 그물에서 물고기를 떼어내고, 그물을 손질하면서 경매를 기다리던 시간이었습니다.
경매에 내놓지 않았던 생선들을 즉석에서 말리기도 하고,
경매를 기다리며 항구의 부산스러움과 활기를 느끼게 했던 곳, 생각보다 낮은 경매가에 돌아서던 쓸쓸한 뒷모습이 눈에 밟히던 곳이었습니다.삶이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다는 것, 이른 새벽부터 차갑고 시린 바닷바람을 쐬며 잡아온 생선들이 기름값도 안된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던 가진항이었습니다.
도루묵과 도치(심퉁이)가 한창 제철이라 나중에 남편과 함께 다시 들르고픈 곳이었습니다.
가진항을 지나면 거진항, 도루묵 택배 작업이 한창인 곳이었습니다.가진항보다 좀 더 큰 항구였는데 수협공판장이 있고,이곳에서는 도루묵이 전국으로 택배작업되어 팔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알도루묵이 한창이어서 즉석에서 숯불구이 알도루묵의 맛도 즐겼었는데,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가 이제야 포스팅을 하니, 이제는 알도루묵철이 지나고 말린 숫도루묵과 냉동 도루묵이 출하될 듯 합니다.
거진항을 지나면 화진포해변이 나옵니다.
화진포 해변에서 건너다보면 먼듯 가까운 듯 바로 앞에 보이는 조그마한 섬이 바로 거북이 모양의 섬, 금구도입니다.
자료에 의하면 이 금구도에는 고구려의 광개토대왕릉이 있다고 합니다.
광개토대왕은 고구려 19대왕으로서 우리에게는 담덕으로 많이 알려진 왕이죠.
소수림왕때 불교를 수용하고 율령을 반포, 태학 설립 등으로 나라의 기반을 확고히 다졌다면, 이를 바탕으로 광개토대왕은 거란 및 왜군 등을 퇴치하고 요동지방 및 만주 대부분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서북쪽의 후연 및 동쪽의 말갈까지 격파하여 고구려의 위력을 한반도 너머까지 떨친 왕이지요.
우리막내 아들녀석, 어렸을 적에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얘기해 보라 그랬더니 '땅따먹기의 달인'이라 해서 한참 웃게 하기도 했던 왕입니다. 그 광개토대왕의 릉이 있다는 섬이라 하니 언젠가는 복원되어 그 실체를 눈으로 확인했으면 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또한 금구도의 갈대밭은 가을철이면 노랗게 변해 주변이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어 보인다고 하니 가을철에 다시 와서 보면 아름다울듯 싶습니다.
이 화진포 바닷가는한때 유명했던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이기도 한데요,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가 어린 시절 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리고 놀던 곳이지요.또한 은서가 죽음을 맞이하던 곳, 지금도 그 아픈 은서의 뒷모습이 생각날때면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합니다.
1973년 개장된 화진포해변은 수만년 동안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나즈 성분의 모래로 구성된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곳으로 모래를 밟으면 소리가 나고 개미가 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바닷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얕은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시범해수욕장으로 기암괴석이 신비의 극치를 이루고 있으며 광활한 화진포 호수에 울창한 송림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자연풍광이 수려한 해변으로 숲과 갈매기의 나는 모습은 천하의 절경이라고 합니다.
화진포 바닷가 바로 우측에는 김일성별장이 있습니다.
화진포의 성(김일성별장)은 바닷가 벼랑위에 세워져 있는데, 외국인 선교사 셔우드 혼이 예배당으로 사용하였던 건물로, 김일성은 1948년부터 50년까지 처 김정숙, 아들 김정일, 딸 김경희 등 가족과 함께 하계휴양지로 화진포의 성을 찾았다고 합니다.
1948년 8월 당시 6살이던 김정일이 소련군 정치사령관 레베제프 소장의 아들과 별장입구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화진포의 성은 지상 2층 석조 건물로 지어져 당시 건축물로는 제법 화려함이 엿보인다고 하는데 내부에는 남북한 관련 자료들과 고성에 관한 설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별장은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훼손돼 방치되다가 2005년 3월 옛모습으로 복원하였다고 하는데
별장 뒷편의 울창한 금강소나무숲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일성 별장에서 바라본 화진포 해변 전경과 금구도
가을철 황금빛으로 물든 섬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가히 상상이 갑니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건너가 해초, 전복 등을 따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고 하네요.
화진포의 성이 동해가 내려다 보이는 해안 언덕에 위치한 것과 달리 이승만 별장은 바다는 보이지 않고 화진포 호수만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서로 3km 정도 떨어져 자리하고 있다는데 몇 년 전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었는데 아쉽게도 사진 자료가 남아있지 않네요.
김일성 별장과 화진포 해양 박물관을 지나 여장을 푼 곳은 대한민국 최북단에 있다는 금강산콘도
몇 년 전에도 몇 번 왔던 곳이지만 밤이 되면 철책이 잠겨져 해변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금강산 관광이 막힌 후 손님이 많이 줄어 안타깝기도 했지만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장소로 쓰였던 곳이기도 하고 밤새도록 들리는 파도소리에 잠 못 이루기도 한 곳이지요.
금강산 콘도에서 맞는 해돋이
가슴 벅찬 해돋이 속에 물 밑에선 해녀들의 힘찬 자맥질로 바닷가의 아침이 시작됩니다.가끔 문어란 녀석들이 이 바닷가 바위위까지 올라오기도 한다는데 그건 해녀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겠습니다.
오랜 숨을 참았다가 내뿜는 해녀들의 거친 숨소리가 유난히 시리게 들리던 곳
아마도 해돋이를 바라보고 있는 한켠에도 길게 쳐진 철조망이 눈에 거슬려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이상 갈 수 없는 해파랑길
이곳에서 더 올라가 통일안보공원까지 가면 해파랑길 마지막코스인 제진검문소와 통일전망대 구간이 나온다는데 몇 년전에 역시 가족들과 함께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차를 이용하여 들어갔던 곳인데, 이 걷기 구간은 15명 이상의 인원이 일주일전에 '통일안보공원'에 신고할 때에만 군부대 협조를 받아 걷기가 가능하다네요.
아름다운 동해안의 절경과 원시너럭바위, 역사적 현장, 깨끗한 모래사장, 철새들의 군무,어부들의 시리고 고달픈 삶, 가슴아픈 분단 현실, 가슴 벅찬 해돋이,드라마의 아련한 추억까지 그 모든 감성을 가만가만 되살리며 걷고픈 고성의 해파랑길......
몇 년 전부터 가족들과 함께 빠짐없이 돌아본 곳이었지만 이번에 강원 SNS서포터즈를 통해 다시 돌아보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힐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간정 해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동영상으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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