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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을 다시 걷다 - 하조대

삼생아짐 2013. 9. 18.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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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입밖에 내어 말하지 않아도 그 뜻이 통한다는 말로 '이심전심'이란 말이 있지요.

 

이와 비슷한 뜻으로 배웠던 말이 바로 '염화미소'인데요......

연꽃을 보면 늘 그 생각이 납니다.

 

 

어느날 석가가 제자들을 불러 모아 연꽃 한 송이를 집어들자 다들 그 영문을 몰랐으나 한 제자 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빙긋이 웃었다지요.

 

꽃을 보고 미소를 짓다......

세상 살아가면서 이렇게 굳이 입바깥으로 내어 말하지 않아도 그 뜻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사람과 늘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지요.

 

하긴 제 남편도 제 표정만 보면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겠답니다.

대학 일학년때 만나 함께 한 세월이 햇수로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불편해 하는 것들은 금방 알아차립니다. 그것만으로도 남편에게 감사하고 살아가야겠지요.

 

 

낙산사 연꽃 핀 연못을 떠나 홍련암을 뒤로 하고 하조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조대 올라가는 계단......높은 곳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보려면 그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말아야합니다. 오랫만의 여행이라 걷는 시간이 꽤 많았지만 아직은 걸을만한걸 보니 아직 제 두 다리는 튼튼한가 봅니다. 

 

어른들 말씀하시기를 여행도 젊어서 두 다리 힘 있을때 다녀야 한다고 하신게 실감나는 걸 보니 저도 나이를 먹긴 먹는가 봅니다.

 

 

하조대 위에 올라서니 탁 트인 바닷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며

그 절경이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매우 아름답습니다.

 

 

하조대는 고려말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나라의 운명을 걱정한 하륜과 조준이 벼슬을 내버리고 양양으로 내려와 풍광이 아름다운 동해안 바닷가에서 우국충정을 도모해 조선의 건국에 가담하여 새로이 나라를 세우는데 큰 뜻을 모았다고 하여 그들의 성을 따서 하조대라 부른다고 합니다.

 

하조대의 정자는 조선 성종때 건립하였으나 퇴락하여 철폐되고 몇 차례의 증수를 거듭하여 1940년 팔각정으로 건립하였으나 한국전쟁때 불에 탔다가 1955년과 1968년에 다시 재건되었다고 하네요. 지금의 육각정자는 1998년 해체 복원한 것으로 하조대의 수난스러운(?) 역사도 참 깊습니다.

 

 

하조대 정자 앞에 놓여진 큰 돌위에 새겨진 글자...

함께 간 일행이 농담을 하네요.

 

지금으로 말하면 바위에 글자를 새긴 행위는 자연보호에 어긋나는 것인데, 도대체 누가 이렇게 새겼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러게요. 어찌 보면 자연보호에 어긋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지만 안내판을 보니 이 글자는 조선 숙종때 이세근이 새긴 글자라 하네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선명한 세 글자가 조상의 흔적을 보는 듯해 자연보호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역사의 차원에서 보면 나름 의미있는 글자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 자리에 서서 바다의 풍경을 감상하고 하조대의 의미를 되새겼을 그 누군가와 몇 백년 후의 제가 바위위의 글씨를 매개로 그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것이잖아요.

 

 

우리나라 애국가가 울려쳐질 때면 등장하던 그 동영상에 나오던 바위 위의 한그루 소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참 신기하기 짝이 없습니다.

척박하고 딱딱한 바위위에 어떤 영양분을 거름삼아 이리도 늠름하고 아름다운 기상으로 살아가는지, 해풍을 이겨내는 그 절개와 기개가 가히 애국송이라 부를 만합니다.

 

 

 

소나무와 바위와 푸른 바다에 잠시 취하는 동안 일행은 또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하조대 정자를 내려와 건너편으로 가면 하얀 등대가 하나 서 있습니다.

 

 

등대 주변에서 바라보는 경치 또한 참으로 절경입니다.

 

 

무수히 많은 바위들, 그 바위위에 또 누군가가 돌탑을 쌓아 간절한 염원을 더하고 있네요.

 

 

이렇듯 생명없는 한낱 자연물에게조차 소원을 비는 우리 민족은 어쩔 수 없이 소박하고 순수한 민족입니다.

 

 

이곳 하조대에는 또다른 전설 한가지가 내려져 온답니다.

 

 

 

한때 하씨성을 가진 총각과 조씨 성을 가진 처녀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바위에서 몸을 던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기도 한다던데, 그런 비극적인 전설탓인지 한때 이곳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 자살바위라고 불리기도 했다는 등대 주변의 가파로운 바위들이 많습니다.  

 

 

 

바위를 바라보고 바다를 향해 섰을 그 아름다운 청춘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짐작해보며, 무심한 등대와 무심한 파도와 무정한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짧은 애수에 젖어봅니다.

 

 

 

어쩌면 등대에서 만나 한때나마 사랑을 속삭였을런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사랑의 현장, 영화나 소설속에 등장하는 등대를 직접 보니 한 번 들어가보고픈 호기심도 느껴집니다.

 

굳건히 닫힌 문이 세상과 동떨어진 비밀스런 사랑의 현장인듯 싶어 조금 가슴이 설레기도 하네요.

 

 

 

그러나 모든 전설이 그렇듯 이 사랑또한 비극적일 수 밖에 없을 터

 

 

이루지 못한 두 선남선녀의 사랑이 해당화꽃으로 피어났다고 하는데, 바위위에 핀 해당화를 보니 새삼 아픈 사랑에 가슴이 아릿해져 옵니다.

 

 

피처럼 붉은 해당화도 여리디 연한 분홍 해당화도 눈처럼 하얀 해당화도 이제는 그 사랑을 추억하듯 조금씩 조금씩 지고 있습니다.

 

 

역시 이곳에도 누군가의 염원이 담긴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네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끝에서 절망을 극복하고, 가슴 절실한 염원으로 살아남아 오늘도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해 보며 하조대를 떠나 또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