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국내)

제주도 너머의 섬 우도 여행기(2)

삼생아짐 2013. 4. 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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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소리를 자장가삼아 우도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맞이한 둘째날 아침

 

주부로서의 반찬걱정없이 편하게 받아본 아침상은 성게알과 소라가 들어간 성게미역국이었습니다.

 

 

담백한 성게알과 쫄깃하게 씹히는 소라살이 부드러운 미역국에 어우러져

 

전날 좋은 사람들과 꾸준히 마셔버린 제주의 소주 한라산이 불러온 위장의 부대낌을 

 

시원하게 풀어줍니다.

 

 

게다가 커다란 접시 하나를 통째로 차지해버린 옥돔과 고등어

 

이렇게 큰 옥돔도 고등어도 처음봅니다.

 

아마도 길이가 30센티미터가 족히 넘는듯...

 

세마리에 십만원을 호가하는 옥돔이라는데 발라진 살의 감칠맛이 다른 어떤 생선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게다가 고소한 우도땅콩 조림과 껍질째 담근 더덕장아찌의 향까지

 

황후의 밥상이 따로 없네요.

 

 

든든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도 등대봉 뒷편

 

검멀래 해안으로 나갔습니다.

 

 

배를 타고 우도를 한바퀴 돌아 우도팔경을 볼 수 있는 선착장이 있고

 

 

그 선착장 주변의 모래는 현무암 알갱이가 부서져서 생긴 새까만 검은 모래,

 

일명 검멀래라 불리우는 검은 모래로 되어있습니다.

 

 

한 줌 쥐어보면 시커먼 화산검뎅이 묻어날 듯 새까맣지만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묻어나질 않습니다. 

 

산호가루가 부서져 생긴 서빈백사 즉 하얀 모래사장과 함께 우도의 유명한 모래사장입니다.

 

 

검멀래 바닥에는 파도에 밀려 떠밀려온 미역줄기같은 것들이 있어

 

짭조름하고 맛나던 미역귀생각이 나서 주워서 씹어보려 하자 양희진이장님이 말리십니다.

 

요오드를 만드는 재료라하는데 맛이 없다네요.

 

모든 식물을 나누는 기준을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으로 분류하는 삼생아짐인지라 그 맛이 매우 궁금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네요.

 

 

구명조끼를 입고 고무보트에 올라 바다에서 보는 우도팔경 구경에 나섰습니다.

 

 

높이 20여미터의 석벽으로 된 후해석벽의 코끼리모양의 바위도 신기했지만

 

 

사람얼굴 모양의 바위도 참 특이합니다.

 

 

비취빛 보다 더 파란 물색의 굴터널을 지나다보면

 

 

주간명월, 일명 이곳 분들은 달그리안이라고 부르는데

 

바위천장에 새겨진 듯한 달 모양이

 

 

낮에 물에도 비쳐 달이 세 개로 보인다는 곳입니다.

 

양희진 위원장님, 자랄 때 매일 이곳에 와서

 

저 달 새기느라 고생했다고 농담을 하십니다.

 

 

 

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듯 바위 틈 조그만 구멍에서 파도가 치면

 

밝은 햇살과 어우러져 환한 대낮에 무지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바다에서 바라본 우도의 모습

 

 

저 까마득한 절벽위에 산양이 산다고 하네요.

 

 

끝없이 이어진 푸른 바다 바람을 맞으며

 

보트를 타고 돌아보는 우도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약 20분 가량 보트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이곳 동굴은 오래전 고래가 살았다는 동안경굴로

 

 매년 10월경 썰물때 바닷물이 빠지면 동굴음악회가 열리는 곳이랍니다.

 

약 38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다는데

 

해마다 만원을 이룬다네요.

 

동굴속에 울려퍼지는 악기의 선율에 취하다보면...그 감회가 남다를 듯 싶습니다.

 

 

우도의 해안도로는 약 17킬로미터 정도라는데

 

 

곳곳에 해녀들이 물질하러 들어갈 때 옷을 갈아입는 조그만 시설들이 있고

 

이곳은 또 하나의 섬 비양도로 연결되는 곳입니다.

 

 

비양도 초입새에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해녀의 집이 있는데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물질해 온 해산물들을 공동판매하는 곳입니다.

 

 

벽에 걸린 해녀분들의 얼굴

 

비양도를 지켜온 분들의 모습입니다.

 

 

비양도 이장님과 우도의 양희진 이장님과 즉석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곁들여

 

한라산 소주를 비웠습니다.

 

 

소라, 해삼, 성게알, 멍게......

 

싱싱하고 바다향 가득한 그 맛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초장에 찍어먹는 싱싱한 해초는 서비스입니다.

 

워낙 해산물을 좋아하는 저인지라 우도에 남고 싶을 정도로 맛난 자연산 해산물들의 맛이었습니다.

 

제가 우도에서 살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이 남으랍니다.

 

단 물질하고 살으라네요.

 

수영못하는줄 뻔히 아는 남편이 물질하라는 소리에 제가 눈만 껌벅거리니깐

 

양희진 위원장님이 해녀학교에 입교하면 된다네요. 

 

아무래도 진지하게 다시 고려해봐야겠습니다.

 

 

해녀의 집 맞은편 소원성취의자

 

수 많은 사람들이 쌓아올린 돌탑도 구경하면서 저도 그 소원 가운데 하나의 소원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돌아가셨다는 이름모를 해녀분의 명복도 기원하고요.

 

 

맛난 해산물들로 우도의 맛을 흠뻑 느끼고도

 

점심은 우도면장님이 전복이 들어간 해물칼국수를 사주셔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전복,문어,성게알, 조개, 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이 풍부하게 들어간 해물칼국수의 맛은 면종류를 싫어하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한그릇을 후딱 비우게 만들었네요.

 

 

우도에 남은 북방식 고인돌의 흔적이 우도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수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돌탑들이

 

우도를 다녀간 사람들 그리고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소원들에 더해져서 우도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도에서 나고 자라 한평생을 우도를 지켜가고 계시는 양희진 위원장님덕에

 

우도의 곳곳을 정말 자세하게 보고 느낄 수 있었고

 

그리고 맛난 해산물들을 원없이 맛볼 수 있는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우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꼬득하고 씹히는 맛이 일품인 바다산물들은

 

한평생을 물질하며 깊은 바다에서 살아온 해녀들의 생명을 건 수확물입니다.

 

한 점 씹을 때마다 감사하며 먹을 일이었습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수고와 노력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삶의 진리를 되새기며

 

우도에서의 행복한 여행을 마치고

 

다시 강원도 깊은 산골로 돌아왔습니다.

 

 

우도에서의 이박삼일은 아마도 제 평생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행복한 여행으로 남을 듯 싶습니다.

 

올 봄, 유채꽃이 활짝 피어 유채꽃 축제를 할 때면

 

양가 어머님들을 모시고 다시 가기로 남편과 약속했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데려가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녀석들은 앞으로 갈 기회가 많을거라고 달래고

 

70이 훌쩍 넘으신 두 어머님들은 미루기만 하면 평생 못 가보실 듯 싶어

 

남편과 힘들더라도 기회를 마련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제 남편,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꼭 한마디 합니다.

 

"내가 약속 지켰지??"

 

무슨 말이냐구요?

 

대학교 4학년때 졸업여행을 제주도로 가기로 했는데

 

집에다가는 제주도로 졸업여행간다고 뻥치고

 

남편과 단 둘이서 설악산으로 새는 바람에 제주도를 제가 평생 못 가봐서 늘 투덜거렸거든요.

 

 

그랬더니 남편이 언젠가는 제주도에 데려가 준다고 약속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는거죠.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대학교 4학년때 이미 남편과 일찌감치 결혼 해 버렸거든요.

 

졸업하자마자 농사 지으러 고향으로 돌아온 남편을 만나러 다니니깐 아버지가 소문난다고

 

혼인신고를 해버리셨거든요.

 

벌써 남편과 함께 한 세월도 25년이네요.

 

세월 참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