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을 쉬기 힘든 요즈음입니다.
그래도 오이와 호박, 가지 등의 채소와
예년보다 일찍 숙성되어버린 찰옥수수 등의 농작물을 수확해야하는 농부들은
더위탓을 하고 쉴 짬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생명을 걸고 해야만 하는 일이 농사일이 되어버렸네요.
어제 홍천의 기온은 37.7도로 전국 최고의 무더위를 자랑하는데
제가 사는 서석면의 기온은 아마 40도 가까이 되었을 듯 싶어요...
방송에서 보도하는 것보다 한 이삼도가량 늘 더 덥거나 추웠거든요.
예년보다 자그마치 15일 이상 빨라져버린 찰옥수수 수확시기에
맘도 몸도 부쩍 지친 요즈음입니다.
한달동안 예약 받았던 찰옥수수 배송작업을 일부 마치고 온 몸이 아파서 누워있는데
딸과 아들 녀석이 카톡으로 대화를 하고 있네요.
복학을 앞두고 시골집에 들어와서 바쁜 농사일을 거들어주던 맏딸과
작년에 함께 살면서 집안일을 도와주었던 막내아들 녀석이
누가 더 피곤하고 아픈가에 대해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거지요.
아들녀석의 요상한 말(?)에 뭔소린가 했더니 마지막을 읽어보래요.
많이 아프다네요, 피곤하고...
방학중에도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하니까 매일 나가면서 힘들다는 얘기지요.
저도 온 몸이 아프고 쑤신다고 하니까
그래도 담주에 와서 집안일을 도와주겠다네요.
물론 그땐 일이 거의 다 끝나겠지만요.ㅡㅡ;;
어쨌든 막내의 말에 기특해서 조금은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네요.
말만으로도 고맙다는 그런 거, 그게 뭔지 아시죠?
역시 부모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의 말과 행동에 보람을 느끼며 사는가봅니다.
며칠째 새벽부터 함께 일해온 수향녀석은
오기전에 대학교 도서관에서 무거운 책을 빼고 집어넣고 아르바이트 한 탓에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다고 파스를 잘라 붙이면서
내년에는 영재불러다 시켜야겠다네요.
그러면서도 민재가 너무 귀엽다고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막내동생 티셔츠를 사준다고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있네요.
내가 생산한 생산물은 무조건 다 이뻐 보일 수 있기에
마을 분들 찰옥수수뿐만 아니라
우리집에서 생산한 것도 다른 분들 손에 맡겨 선별
엄격하게 공동 작업을 하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선별작업이 일찍 끝났습니다.
작년에는 비가 오랫동안 오는 바람에 수확량이 많질 않았지만
올해에는 너무 덥고 좋은 날씨 때문에 찰옥수수 농사가 썩 잘 되었답니다.
당도도 높고, 품질도 좋은데... 반면 빨리 굳어져버리네요.
경기탓인지 너무 더워 불때서 쪄먹기가 힘들어 그런지
예년보다 주문량이 적고, 팔아달라고 말씀하시는 주민분들의 요청은 많고...
은근 고민되는데...
문득 찰옥수수와 함께 해온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는 거예요.
처음 정보화마을로 지정되고나서
체험은 커녕 전자상거래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고 실적도 없어서 부진마을로 선정될 위기에 놓이자
그당시 마을 담당주사셨던 홍천군청 윤근상 계장님과 채계명 주사님으로 부터
전자상거래와 체험진행에 관해 배우고
전국 최초로 찰옥수수 전자상거래와 예약 판매를 실시
6시 내고향 및 각종 텔레비젼 프로그램
잡지 및 신문 등에 마을 홍보와 찰옥수수 홍보를 해서
정보화마을 서버와 방송국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점
(그리고 그 때마다 만만한게 콩떡이라고 우리 아이들 데려다가 하루종일 모델 시켰었죠.)
위의 사진은 미처 찰옥수수를 수확하지 못한 때
냉동실에서 갓 꺼낸 찰옥수수를 맛나게 먹어야했던 우리 아이들의 연출표정들...
찰옥수수 씨앗넣기부터 심어보기, 수확하기 그리고 찰옥수수의 생태 등에 관해
우리나라 분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도 함께 체험을 진행했던 시간들...
재배가 까다로와 자칫하면 수확시기를 놓치기 일쑤여서
판매시기를 놓쳐버린 미흑 찰옥수수의 활용방법을 찾기 위해
갖가지 요리법을 개발하고
상품으로 개발해서 판매했던 시간들...
(미흑찰옥수수밥, 미흑찰옥수수 그라탕, 미흑찰옥수수 샐러드, 미흑찰옥수수 볶음밥...기타 등등)
그리고 꿀과 함께 갈아 만들었던 미흑찰옥수수 우유까지...
(영재녀석, 맛나다고 엄마한테 억지로 모델 서 줬었지요.)
그리고 남편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한 홍천군 찰옥수수 연구회를 조직, 초대 회장을 맡고
찰옥수수 조기재배 및 이모작재배, 홍보와 보급
수확량, 판매량, 재배면적당 소득량, 찰옥수수의 크기, 품질 등 엄격한 선발기준에 의거
매년 홍천군에서 선발하는 찰옥수수왕에 선발되어 대상을 수상
홍천군 지리적 표시제 제 15호인 홍천 찰옥수수 발전에 많은 노력을 해 왔었지요.
홍천군 찰옥수수 축제때마다 마을 운영위원들과 함께 참가하여
당일 새벽에 수확한 신선한 찰옥수수를 선별 판매할때
홍천군청의 많은 공무원분들이 무더운 축제장에서 땀으로 옷을 흠뻑 적시면서도
판매와 배달, 홍보를 함께 해주셔서 감동 받았던 적들도 많았답니다.
크기가 작아 상자에 들어가지 못하는 찰옥수수는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삶거나 구워서 판매하면서
축제때마다 그 뜨거운 옥수수 삶는 열기를 견디다 못해 눈의 흰자에 핏줄이 터져 피가 났던 적들도 있었지요.
힘들지만 보람 있었던 시간들이었답니다.
너무 피곤하여 잠을 이루지못하다 보니
처음 찰옥수수 농사를 짓던 때가 생각나네요.
찰옥수수를 전자상거래로 판매하면서
그당시 중간상인들에게 개당 200원도 못 받고 밭떼기로 헐값에 넘기던 찰옥수수를
직거래가격으로 판매해 드렸는데
가락동 시장 가격이 올라가면 물건을 내기로 하셨던 분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낭패를 보았던 일
개별배송하게 해 드렸더니 불량품과 갯수 등의 속박이로 마을 신용이 떨어져서
리콜과 환불 등의 요청으로 운영비를 까먹고
소비자와 생산자 둘 다에게 많은 항의를 받았던 일들...
지금은 그런 분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초창기엔 맘고생도 많았었고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손실보전을 위해 저희도 하우스 농사를 접고
찰옥수수 농사를 짓게 되었던 거지요.
찰옥수수의 명품화라는 구호를 내걸고
찰옥수수의 특성을 연구
어떤 토양과 어떤 기후에서 자라는지
어느 시간에 수확해야 맛난 찰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는지
나름 신선하고 맛난 찰옥수수의 생산과 선별,유통에 많은 힘을 기울여
지금은 한 달 전부터 주문을 하고 기다려주시는 많은 고정 고객분들도 확보했지요.
그리고 댁에서 사드시는 건 저렴한 가격의 찰옥수수를 구입하셔도
고마운 분들께 선물 하시는 것은 꼭 저희 마을에서 구입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너무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별하다보니
생각보다 비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많고
(까보면 정품인것들이 많이 나와요...ㅠㅠ)
또 올해에는 너무 더워서 불 때기 싫으시다면서
익혀놓은 찰옥수수를 찾으시는 분들이 계셔
예전에는 지역의 시설에 기부하거나 식당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했던 것들과
일부 상품들을
까서 찌고 진공포장하는 작업도 병행 했답니다.
갓 따낸 찰옥수수를 바로 쪄내니 단 것 하나 가미하지 않고 그 달콤한 맛이 살아있는게
다들 맛나다고 극찬하시네요.
그 덕분에 하루종일 찰옥수수를 삶다보니
바깥의 37도가 넘는 기온이 오히려 서늘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찬물을 얼마나 마셔댔는지 얼굴은 퉁퉁 붓고...
땀이 흐르고 흘러 옷마저 흠뻑 젖어 사우나 하고 있는 기분
농부의 아내라는 직업이, 여성 농부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 새삼 실감(절감?)하고 있습니다.
찰옥수수를 오이 따듯이 계속해서 따는 줄 알고
왜 제때 안 보내 주시느냐 항의하시는 분들 전화에
새벽 한시가 넘어까지 걸려오는 야영장 문의 전화에
숙박문의에
너무 많은 전화통화에 귀마저 먹먹합니다.
요맘때 전화통화는 혹 찰옥수수 배송 사고일수도 있어 24시간 열어두고 있는데
제발...아무리 제가 밤잠이 없어 밤 열두시 넘기기가 예사라 하더라도
야영장 문의 전화로 밤 열두시 넘어 해주시는 건 좀 삼가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혹 가족중의 누군가가 아픈건 아닌가 철렁할때가 많고
하루종일 곤히 일하고 잠든 식구들에게 너무 미안해서요.
쓰다보니 어쩐지 넋두리가 되어버렸나봅니다.
농촌마을 관리자일을 하면서 제때에 휴가 한 번 가보지 못하는 관리자가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지금 이 시간에도 숙박객들과 체험객을 받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면서 동분서주하는 많은 농촌마을 관리자님들
그리고 사무장님들.
힘내세요, 저도 힘내렵니다.
ps. 아, 그리고 찰옥수수 상품 문의와 주문, 배송등에 관해서는
여전히 24시간 창구를 열어놓고 있겠습니다.
(이런, 어쩔 수 없는 농부의 근성을 보았나요..우하하하!!!!!!!!!!!!)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홍천 찐 찰옥수수 주문하러 가기
언제나 덤이 더 따라가는 거, 아시죠??
(그러고보니 우리 아이들도 홍천 찰옥수수와 함께 성장을 했네요.
아이들의 어린시절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 삼생아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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