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베란다위에 싱싱한 씅애 한 뭉치가 놓여있네요.
아마도 뒷집 할아버지가 개울가에 있는 논에 다녀오시다가
뜯어오셨나봐요.
벌레도 하나 없고,
개울가에 절로 난 풀인데 얼마나 싱싱하고 실한지...
얘를 잘라보면 이렇게 하얀 진이 나오죠.
이렇게 진이 나오는 식물들은 모두 몸에 좋다는데...
상추,고들빼기, 민들레, 씀바귀 등이 그렇죠.
대개 해열작용이나 소염진통 작용이 있다는데
피로회복에 좋다고도 하네요.
이 씅애는 일명 왕고들빼기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개울가나 풀밭 등에 참 많이 자라고 있죠.
여러가지 쌈채소와 함께 쌈을 싸먹기도 하고
겉절이 나물로 무치거나,
김치를 담기도 해요.
오늘은 기냥 초고추장에 무쳐봤네요.
일단 얘를 잘게 잘라 초고추장, 참기름, 깨소금, 파, 마늘을 넣고
살짝 버무리면 맛난 반찬 한가지가 뚝딱(!)만들어져요.
멸치액젓, 파, 포도당, 마늘,고춧가루,찹쌀풀 등을 넣고
버무려 하루밤 정도 익히면
맛난 씅애김치가 되기도 하구요.
민들레도, 고들빼기도 이런 방법으로 김치를 해 두었다가
지친 여름날
한 접시씩 꺼내 먹으면
금새 원기회복이 되지요.
들녘에 민들레, 앞 밭에 잡초처럼 돋아난 비름나물, 망초대, 상추, 곤드레
고추 곁순, 미나리, 능청이,질경이 등
그야말로 요즘의 농촌 들녘은 푸성귀들로 넘쳐나는 때네요.
잘만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자연의 먹거리들이 참 많답니다.
굳이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요.
예전에는 그 쓰임새를 몰랐던 풀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니
농촌에서 무늬만 주부구단으로 살아온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네요.
아, 이 씅애김치를 해서 뒷집 할아버지와 반 나누었어요.
혼자 사시는 분이시라 반찬을 잘 못해드시는데...
예전엔 제가 반찬을 할 때마다 가져다 드렸는데
요즘은 미처 많이 못 챙겨드렸네요.
가끔가끔 저희 베란다에 미나리도 뜯어다 놓으시고,
두릅이나 곰취도 뜯어다 놓으시죠.
저희 어머니 오실 때면 다슬기 좋아하신다고 일부러 개울에 나가셔서
다슬기를 잡아다 주시곤 하기도 하시죠.
요즘의 농촌인심도 점점 삭막해지고, 다들 살기에 바빠 이기적이 되어가는데...
이렇게 연세드신 어르신들은 그래도 정이 남아있어 많은 배려를 해 주셔요.
저또한 그 배려를 보며 사람사는 세상을 배워가곤 하죠.
어디든 사람사는 곳은 '사람'이 만들기 나름인듯 싶어요.
저자신만이라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 만이라도
먼저 배려를 하진 못하더라도
받은 은혜는 잊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게 울 최후의 보루와 제생각이죠.
그래서 꼬옥 민재나 아이들에게 가져다 드리도록 해요.
언제나 드린것보다 받는게 더 많아 죄송하긴 하지만요.
아저씨가 늘 건강하시고, 약주도 좀 덜 드시고..
그렇게 사셨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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