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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마음...2

삼생아짐 2012. 6. 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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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요즘은......

 

 

 

물병에 쓰인 글씨를 가까이서 보면 잘 안보입니다.

 

핸드폰 글씨마저 아른거린다고 짜증을 냈더니

 

 스마트폰의 글씨체를 남편이 제일 큰거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반백이 되어가는 흰머리는 할머니, 아버지 대대로 완전 백발인 집안 내력인지라 참을 수 있지만

 

글씨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건 그야말로 절망입니다.

 

그렇지만...나이들어 간다는 게 좋은 점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토록 하기 싫던 일들이 하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어쩐지 농사일이 하고 싶어집니다.

 

농사일이 직업이면서 농사를 짓고 싶다니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즉 내손으로 무언가를 가꾸어 보고 싶어진게지요.

 

그전에는 오이며, 고추며, 논일이며, 옥수수밭 일이며

 

징글징글 하기만 하던 것들이 새삼 하고 싶어집니다.

 

삼생아짐 ; 나두 밭 좀 만들어줘. 뭐라도 심어보게.

 

제 남편, 씨익 웃더니 대번에 대답합니다.

 

" 그러지뭐, 저 밭 너 다가져.

"

 

 

 

삼생아짐 ; 헉!! 그렇게 큰거 말구.

 

 

천오백평 옥수수밭 저보고 다 가지란건 저혼자 그 일 다하라는건데

 

에궁, 생각만해도 질려버립니다.

 

 

 

어쨌든 남편이 제 밭을 만들어줬습니다.

 

찰옥수수 모가 나가고 난 빈 하우스며

 

 

 

옥수수 밭 가장자리에 조금 남겨서 제 텃밭을 마련해 주었지요.

 

 

 

가장자리엔 이미 남편이 파와 적상추를 쪼르륵 심었습니다.

 

 

 

다른 한쪽으론 꽈리고추랑 오이맛 풋고추도 심었구요

 

 

 

하우스 안에서 자라나는 민들레는 실하기에

 

민들레씨를 몇 개 꺾어다가 호호 불어 날려서

 

살놈은 살고, 갈놈은 가도록 민들레씨도 뿌렸습니다.

 

 

 

양배추와 대추토마토와 노랑색, 주황색 파프리카도 심고,돌산갓씨도 뿌렸습니다.

 

 

 

멧돌호박도 심고, 가지도 심고, 야콘도 심었습니다.

 

 

 

수박은 벌써 덩쿨이 이리저리 뻗어나갑니다.

 

 

 

쪼르륵 자라난 파를 베어다 먹고나면

 

 

 

다시 또 그 끝이 아물면서 새로운 파가 쑤욱 자라납니다.

 

꼬리를 잘리워도 다시 돋아나는 도마뱀처럼

 

부추나 파는 베어내면 그 자리에 새살이 돋아 또 그만큼의 몫으로 자라납니다.

 

대단한 생명력들이지요.

 

 

 

바깥의 텃밭보다 확실히 하우스안의 양배추가 더 잘 자랍니다.

 

 

 

조롱조롱 달린 대추 방울 토마토

 

이녀석도 노랑색과 주황색 두가지인데

 

심히 어떤 맛일지 기대됩니다.

 

아, 이번에 새로운 걸 배웠습니다.

 

토마토 곁가지는 늘 따서 버리기만 했는데

 

이녀석을 다시 심으면 또 한그루의 토마토가 생겨나더군요.

 

대신 뿌리가 잘 내릴때까지 물을 착실히 푸욱~~주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말라 죽어버리니깐요.

 

 

 

파프리카도 피망처럼 맺혔습니다.

 

양 다리 갈라진 사이에 맺은 것은 방아다리라고 하는데

 

고추나 피망 같은 것들은 이넘을 따주어야 본대궁이 잘 자라나고

 

새로운 열매를 맺습니다.

 

이넘은 파프리카인지 피망인지 제 정체를 밝히지도 못한채

 

후손들을 위해 일찌감치 저희 밥상으로 올라와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거지요.

 

 

 

꽈리고추도 역시나 똑같은 신세

 

 

 

이녀석은 오이맛이 나는 아삭이고추인데

 

두넘이나 맺혔습니다.

 

그래봤자 두넘다 역시 사라질 운명

 

그래도 종족 번식을 위해 기쁘게 갈 겁니다.

 

 

 

돌산갓인데 물만 먹고도 잘 자라났습니다.

 

가을 돌산갓마냥 굵어지진 못하고 꽃이 피길래

 

기냥 뜯어서 물김치를 하기로 했지요.

 

 

 

약 한 번 안 준 놈이라 벌레들이 투둑 떨어집니다.

 

예전같으면 기겁을 했을 터인데

 

이젠 이것쯤은 손으로 잡아서 쓰윽 던져버릴 배짱은 되었지요.

 

농촌 생활 20년이 넘었는데 그정도 내공은 당연한 거 아닐까요?

 

 

 

요 며칠, 일손을 구하지 않고 남편과 단 둘이서

 

저 넓은 밭의 찰옥수수 곁가지를 몽땅 따주었습니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니 다리에 알이 배어

 

계단을 오르내릴때 에구궁 소리가 절로 납니다.

 

게다가 옥수수밭에 들어가면 날카로운 이파리에 얼굴과 팔에 상처가 나고

 

얄미운 모기놈이 제 볼따귀와 귀를 물어버려서 땡땡 붓기까지 했습니다.

 

 장난 좋아하는 딸아이녀석, 잘 씻지 그랬냐고 놀려대지만

 

그래도 작년엔 얼굴 한가운데를 물려서 아바타가 되었지만

 

올해는 광대뼈와 귓밥을 물려서 그런대로 봐줄만 합니다.

 

물론 35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요즈음이라

 

아침저녁에도 엄청 더워서 얼굴도 엄청 익어버리고,

 

(껍질이 벗겨져요...흑흑...)

 

살짝 더위를 먹기도 했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뜯어낸 옥수수 곁가지들을

 

우리집 음메소들에게 먹이니

 

향긋한 그 먹거리에 소들이 얼마나 신나하는줄 모릅니다.

 

요즘은 소값은 바닥을 치고, 사료값은 계속 올라

 

농가에 어려움이 많답니다.

 

다들 개울가며 논두렁 밭두렁의 풀들마저

 

알뜰하게 베어다 먹이는 시대가 되었는데,

 

밭에서 나오는 이 좋은 곁가지들을 그냥 버릴 순 없지요.

 

 

 

 

요즘은 송아지가 태어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할 정도로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참 이상하죠??

 

소를 기르는 저희들은 형편없는 가격에 판매하지만

 

막상 마트에 가서 소고기를 사려고 하면 엄청 비싸니...

 

제사때와 그이 생일날,

 

소고기를 사면서 팔아버린 우리 소들의 가격을 되짚어봤네요.

 

그래봤자 내내 속만 쓰릴 뿐이어서 곧 털어버리고 말지만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연일 이어지는 불볕 더위에 녹초가 되어버려

 

하늘을 쳐다봅니다.

 

오이며 호박이며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분들은

 

50도가 넘는 하우스안에서 일하시는데...

 

일사병이라도 걸리지 않을까, 더위라도 먹지 않을까...염려스럽습니다.

 

대개가 연로하신 분들인데요......

 

아직도 우리 농촌의 작업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너무 뜨거운 햇볕때문에 밭작물도 말라들어가는데...

 

달무리진게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비라도 조금 내려줬으면......

 

그런게

 

농부의 심정이지요.

 

소를 길러도, 닭을 길러도

 

작물을 길러도 그 모든 것들이 내자식같이 여겨지는 것들이요.

 

 

며칠째 일기예보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오늘오후부터 비소식이 있던데...

 

어서 빨리 저 메마른 대지에 시원한 비가 내려서

 

싱그러운 생명을 더했으면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