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우리 동네 농식품이 최고^^

삼생아짐 2011. 11. 2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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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태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서

 

동네에 여기저기 수소문했더니

 

다들 갈걷이에 바빠 손질을 못했다고 하시더니

 

학기네 형님이 다 골랐다고 이제사 연락을 주셨네요.

 

(뒤에 하얀 모자 쓰신 분이요. 예전에 삼대가 들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찍어뒀네요.)

 


사실 농촌에서는 볏짚까지 모두 걷어들여 쌓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장작불을 지펴 방을 데우고

 


 

아랫목에 앉아 화롯불에 밤이랑 고구마 구워지는 때를 기다리며

 

콩을 고르곤 하지요.

 

(학기네 할머님이세요. 이 사진도 작년에 메주콩 고르실 때

 

제가 찍어뒀었지요.)

 

 

이 서리태는 겉이 검으면서도 속이 파래서 흔히들 속청이라 한다는데

 

겉이 검고 속이 파란 콩중에서도

 

서리 맞은 후에 꺾는 서리태와 추석 무렵 송편에 넣어먹는 올콩이 있어

 

정말 맛나고 달콤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건 바로 이 서리내린 후에 꺾는

 

서리태지요.

 

 

작물의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좋다는 건

 

그만큼 생육기가 길다는건데

 

같은 콩이라 하더라도 강원도 산골의 잡곡류를 높이 치는 건

 

바로 심한 일교차탓에 그 생육기가 길기 때문이라네요.

 

자라고 숙성하고 여무는 속도가 긴 만큼

 

맛이랑 영양가가 더 뛰어나다는 거지요. 

 

(저도 잘 몰랐었는데 시골에 오래 살다보니 주변 형님들이 그러시네요.

 

찰옥수수랑 쌀도 마찬가지라서 저희 지역 찰옥수수는 전국적으로 유명하지요.

 

대만이나 필리핀, 베트남에서는 쌀이 일년에 4모작까지 가능하다는데

 

역시 그곳의 쌀은 찰기나 끈기가 없고 푸석하죠.)

 

 

이 서리태만 보면...사실 전 가슴이 뜨끔해요.

 

처음 농촌으로 시집와서 실수투성이에 철없던 때 생각이 떠올라서요.

 

시집 온 첫해에 어머니가 농촌살림 알려주신다고 일년동안 함께 사셨어요.

 

집 앞 텃밭이랑 논두렁 비탈진 곳 여기저기에 어머니가 서리태를 심으셨는데

 

밭에 심은 건 덜한데 논두렁에 심은 콩 때문에 늘 풀을 깎아야 해서

 

울 최후의 보루, 종종 신경질내거나 가끔은 예치기로 아예 날려버리고

 

어머님께 심지 말라고 당부를 하기도 했지요.

 

 

저야 뭐 새댁이 농사일 알았나요,

 

게다가 결혼하자마자 애가 들어서서 농사일은 손도 못 대고 신경도 안 썼는데

 

어머니가 낫을 들고 다니시며 이 콩이 자랄때 위를 싹둑 쳐내시더라구요.

 

그래야 콩이 많이 달린대요.

 

키만 자꾸 크면 이파리만 무성하고 열매맺지 못한다구요.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콩을 수확하는데

 

가을에 얘를 수확하니 제법 많더라구요.


 

전 결혼초까지만 해도 콩을 좋아하지 않아서 콩 심을 적에도

 

거둘때에도 내내 시큰둥했었는데...

 

남편이 어머님이랑 콩을 떨면서 저보고 밭에 떨어진 콩들을 주우래요.

 

그순간...뭐랄까...

 

이렇게 흙 묻은 거 주워도 되나...

 

그리고 흙사이에 묻은 콩알을 어떻게 한알한알 주워담지(?)라는 생각이 들며

 

문득 콩쥐팥쥐의 콩쥐 생각이 나는 거예요.

 

여러 곡식들을 뒤섞어놓고 고르라고 팥쥐어머니가 시키지 않나요???

 

아닌가,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큐피트의 색시가 신랑 찾으려고 돌아다니다가

 

곡물의 여신 신전에서 마구 뒤섞인 곡물들을

 

가려담았을 때 나오던가??

 

아님 두꺼비에게 밥을 주던 처녀가 계모의 구박 받을때 나오던 이야기인가??

 

(오래되니 헷갈리넹...

 

하여튼 울 남편 = 팥쥐엄마 라고 속으로 궁시렁궁시렁 거렸지요.)

 

 

하여튼 산달이 다가와서 잔뜩 부른 배를 해가지고

 

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이걸 하나하나 주워 담는데...

 

어쩐지 농촌으로 시집온게 서글퍼지고, 이렇게 줍는게 과연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세상에나...

다 주워보니 자그마치 세되가 넘는 거예요.

 

티끌모아 태산이란 말이 쬐끔(?) 많이(!) 실감나더라구요.

 

 

그리고 저녁마다 시어머니가 상을 펴놓고 벌레먹은거랑 덜여문거랑 돌이랑 골라내시는데...

 

저걸 또 언제 다하나...쳐다보며 한숨만 푹푹...

 

상위에 주르륵 흩어놓고 고르니깐 그리 어렵진 않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어쨌든 그렇게 따로 보관해둔 콩을 밥할 때마다 어머니께서 한줌씩 넣으셨는데

 

사실...제가 말씀을 못 드려 그렇지 무지 먹기 싫었었어요.

 

(근데 어머님껜 맛있다고 아부를... )

 

 

요즘 우리 아이들이 콩 넣는거 싫어하는데도

 

머리 좋아지고

 

몸에좋다고  굳이굳이 한줌씩 콩을 넣어 밥을 지으면서

 

그때 생각을 하며 혼자 웃네요.

 

지금도 어머니가 검은 콩 먹으면 머리카락 까매진다고 저 꼬시시죠.

 

(우리 민재넘두요.)

 

근데 정말 서리태엔 그런 효과가 있다네요.

 

그거 말고도 노화를 방지해주고, 항산화효과도 높고, 탈모예방(시스테인성분)에 비만과 당뇨에도 좋다고

 

본초강목에 씌어 있다네요.



학기네 형님이 골라주신 콩이지만 혹 몰라서 넓은 쟁반에 쏟아

 

다시 한 번 더 선별을 해서

 

벌레먹은거(이넘이 어떨땐 잘 안 보여서 놓치는 경우가 있죠.

 

사실 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보기가 그래서 골라내죠.)

 

깨어진거, 넘 납작한거(덜 여문거), 못 생긴 넘은 또 골라내었네요.

 


그리고 삼생마을 스티커를 붙이고

 

 

택배 발송용 포장지에 다시 한 번 더 넣고

 

 

소포장 봉합기로 누르고 

 

스티커로 한 번 더 마무리합니다.

 


요렇게 상품으로 짠~~~

 

둔갑시켰네요.



전자상거래 상품 등록하려는데

 

배경이 좀 그래서...

 


넓은 대바구니에 서리태를 쭈욱~~~깔고

 


다시 한 번 상품 사진을 찍었어요.

 


어떠세요, 좀 그럴싸해 보이지 않나요??

 

(아, 요기에 콩 이파리랑 가지도 좀 주워다가 디스플레이하는 센스를...

 

지금은 다 져버렸으니깐 포샵으로...)

 


사실 콩을 골라서 담을 때도 여러번의 손길을 거쳤죠.

 

쟁반에서 골라서 둥그런 볼에 넣고

 


다시 일회용 팩에 부은 뒤

 


얘를 지퍼백에 넣었어요.

 

그래야 밖으로 굴러나가는 넘(!)이 없걸랑요. 

 

창밖에는 짙은 안개와 함께 겨울비가 온종일 나리는데...

 

이따금씩 빗물을 꼬리에 매달고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일킬로씩 달아 (쬐끔 더 넣었어요,아주 쬐끔...)

 

포장 작업을 하는데...

 

마을의 어떤 할머님이 수수쌀과 좁쌀을 팔아달란 말씀을 하시던게 생각나네요.

 

생산자분들께서 이렇게 다 소포장 하심 좋은데...

 

작년에도 자매결연사와 직거래 할 때 혼자 하다 지쳐서

 

동네 형님들께 부탁드려 했었는데...

 

어르신들이다 보니 다들 '말 = 7.5킬로'단위로 파는 걸 원하시고

 

이런 소포장은 익숙해 하지 않으셔서 결국 제 몫이 되네요.

 

덕분에 저도 나름대로 농산물 포장 기술이 많이 늘었어요.

 

이것도 노하우라면...좀 그런가요??


 

 

아, 작년에 인옥순 어머님이랑 이웃집 재석이네 형님이

 

검정콩으로 만든 두부를 주셔서 넘 맛나게 먹었는데...

 

검정콩을 안 먹는 울 아들넘들이

 

검정콩으로 만든 두부는 홀딱 반해서 먹어요.

 


 

따끈한 생두부에 초장을 발라서 돌산갓김치에 싸먹으면...

 

음...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만큼

 

정말 쥑여주죠.

 

(아, 요건 하얀두부넹...ㅎㅎ

 

자료를 찾다보니 검정콩 두부 먹는 모습은 못 찍었어요.

 

먹기에도 바빠서라고 함...안 믿으시려나??)

 

 

서리태 이야기하다보니...무지 길어졌네요.

 

어쨌든

 

올 겨울 맛난 서리태 넣어서 따끈한 밥 많이 많이 드시고

 

머리카락도 많이 나시고

 

훠~~얼씬 젊어지시고

 

그리고 건강하세요~~~~

 

(저도 먹을거예요, 머리카락 검어지려구요.

 

녹두먹으면 파란머리?

 

메주콩 먹으면 노란머리??

 

팥 먹으면 붉은 머리???

 

염색약 필요없겠다, 그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