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며칠전...
수향넘이 개표장에서 아르바이트 하기로 했다면서 자랑을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투표하던날...
요런 문자 메시지가 왔어요.
그러더니 쫌있다 또 문자메시지가 왔네요.
녀석, 투표는 꼭 해야 한다면서
난생처음 하는 투표라면서 부재자 투표 신청해서 하더니...
개표작업에까지 참가 할 수 있으니 꽤나 기대되나 보더라구요.
그러더니...
좀있다 또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정신없이 개표하고,
주는대로 밥 먹고, 간식먹고, 야식먹고......
그리고 밤을 홀딱 샜다네요.
속 울렁거린다면서도 학교 수업이 있어 바로 학교로 갔다네요.
작년에 아르바이트를 두개나 뛰더니 공부한다고 잠시 쉬었다가
용돈이 아쉬운지...
다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어요.
아파트 앞 빵집에 나간다면서,
근무복 입은 사진을 올렸는데...
완전 빵모자...
넥타이 매는 법을 몰라 다섯시간이나 주물럭거렸다면서
아기때도 못 써본 빵모자를 썼다고 재밌다고...사진을 올렸는데
어쩐지 가슴이 짠하더라구요.
그래도 녀석, 나름 씩씩해요.
친구들한테 농담도 하고...
친구녀석 한 넘 ; 야, 너때문에 파리날린다, ㅋㅋㅋ 새끼 빵점줘봐 배고프다
한 댓글에...
수향넘 ; 다 판거야 쨔샤 ㅋㅋㅋㅋㅋㅋㅋ 야 와서 빵달라고 구걸해봐
날짜 지나서 빼논거 줄께 ♡ 사랑해...
하고 받아치네요.
후배넘들도 빵좀 달라고 난리고......
저녁에 전화를 했길래...그랬네요.
힘들면 하지말라고...
엄마가 조금 더 노력해서 벌면 되니깐...공부하고 싶으면 공부만 하라고...
빵집 아르바이트하는 아이들 보고 예전에 남학생들이 빵순이라 놀렸던 기억이 있어
좀 서글픈 생각이 들어 '빵순이'소리 들음 슬프지 않냐고 했더니
수향넘, 아무렇지도 않게
요즘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서
자긴 괜찮다네요.
오히려 아이들이 자기를 부러워한대요,
아르바이트 자리 잘 구한다고...
사실...지난해부터 구제역이 도는 바람에
번식우만 하는 저희 집은 송아지를 팔아야 하는데
가축시장이 전면 휴업이라
한마리도 못 팔아서 기냥 기르고 있거든요.
사료값도 갚아야 하고...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보험료, 공제료랑 생활비랑 아이들 학비랑 이자랑......
자금 회전이 안돼서 수향넘 용돈도 제대로 못 줬어요.
그랬더니 녀석, 결국 다시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나선거지요.
참...사는게 왜이리 힘들고 서글픈지 모르겠네요...
뭐...저도 놀기만 하는 건 아니지만요.
(일 할 수 있다면 부지런히 일해서 자식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려 하거든요.
남에게 손벌리지 않고, 제 힘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거든요.)
이번 선거때에 저도 참관인 하면서 일당 벌었어요.
하루종일 투표소 지키면서 일당 4만원 봉투에 넣어 받았는데...
일당 받은건 대학교때 잠시 카페에서 카운터 아르바이트 하고 받은 이후로
정말 처음이었어요.
뜨거운 뙈약볕에서 하루종일 농사일하고 받는 농가의 아낙들 일당이 4만원인데
수향넘 말마따나 밥주고, 간식주고...시원한 실내에서 의자에 앉아 있다
받는 돈이 4만원이면 정말 거저다 싶은거죠.
그래도 허리도 아프고, 지루하기도 하고...쉽진 않더라구요.
하루라는 시간이 이렇게 더디 가긴 정말 몇년만에 처음이었죠.
게다가 감동적인 투표의 현장도 고스란히 지켜봤구요.
지역의 장애우 공동체인 삼덕원에서 몸도 불편하고, 정신도 불편한 분들이 오셔서
투표하고...
사고로 반신을 못쓰게 된 분도 오셔서 투표장을 도는데 거의 10분이나 걸려 투표하고
또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분들도 잠시 병원에서 외출증 끊고 나와 투표하고
연세가 90이 넘어 96세이신 어르신들도 오셔서 투표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지육신 멀쩡한 사람들은 왜 투표하러 오지 않는지
좀 반성해야 된다는 생각도 했네요.
이 투표권을 얻기 위해 우리 민족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었는지...
잠시 역사를 돌아보기도 했구요...
어쨌든 알바얘기 하다가 딴데로 샜지만...
정치하시는 분들...
제발 당리당략 앞세우지 말고
서민들 생활고에 좀 더 신경을 써 줬으면 싶네요.
구제역에, 무더위에, 때아닌 우박에, 폭설에, 강풍에, 냉해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기상이변 등으로 농심은 멍이 들고...
구제역때문에 애지중지 기르던 소를 생매장하고 자살한 분의 아픈 심정도
남의 일이 아닌듯 싶네요.
(한우소에 비해 젖소등은 보상가가 형편없어서 구제역 판정을 받고 나면
거의 끝장이라 봐야한다네요.
젖소 송아지 한마리 값이 고작 10만원...
그 젖소를 통해 우유를 생산, 판매하는 효용가치도 따져야 하는게 아닌가...
좀 더 현실적인 보상책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 죽이고, 훔치고, 사고나고, 잡혀가고, 고소하고...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거의가 안 좋은 이야기라서
뉴스도 안 보고
텔레비젼도 안보고 사는 무식한 시골 아줌마라...정치도 모르는데...
어쨌든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는 당파싸움에 망가진 나라였다는
나름대로의 보잘것없는 역사의식을 갖고 사는데...
(세계의 전쟁이나 비극은 종교의 갈등 때문에 생긴거라는 단순한 세계사도 지니고 있지요...)
무슨무슨 의원으로 당선됐다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분들 보면서
무엇때문에 정치를 하는가...라는 생각을 좀 해봐주셨으면 하네요.
정치가는 개인이나 집안의 명예로운 직업이 아니라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어야 한다는 생각요......
이또한 '국민이기주의'인가요???
농촌에서 살면서 농촌에서 살아남는 법을 아둥바둥 찾아가는 이 일또한
어쩌면 몇 몇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되어 버리는 건 아닌지...
아님 몇 몇 개인의 발악으로 그치고 마는 건 아닌지......
어쩐지...회색인간이 되어가는 느낌의 요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