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봄날단상

삼생아짐 2010. 5. 1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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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오늘 하루도 꽤나 무덥겠구나 생각하며

 

잠시 이부자리에서 뒤척이는데...

 

소 밥주러 나갔던 울 최후의 보루가 슬쩍 흘리네요.

 

 

송아지 나왔다?

 

 

 피곤하다......

 

더 자고싶다......

 

일어나고 싶지 않다......

 

그딴 생각들이 한순간에 달아나네요.

 

 

후다닥 뛰어나가보았더니

 

역시 아직 털도 덜 마른 이쁜 아기송아지가  태어나서

 

비틀거리며 걸음마를 시작하고...

 

 

다른 소들이 열심히 먹이를 먹는데

 

미처 태반도 다 낳지 못한

 

엄마소는 아기송아지를 쫓아다니며 핥아주느라 바쁘네요.

 

 

올해들어 세번째 태어난 송아지입니다.

 

작년에 차사느라 소를 팔아버리고

 

텅빈 우사가 참 허전했었는데

 

이제 새로운 송아지들이 태어나니 얼마나 든든해지는지요...

 

하지만......맘 한구석에서 이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네요.

 

지금 충청도와 경기도지방에서 도는 구제역때문에

 

살아있는 소들을 매장해버리는데...

 

이렇게 가족처럼 이쁜 생명들이 그냥 묻혀져버린다는게 같은 농민의 심정으로

 

얼마나 안타까운지요...

 

아프고 상했을 그 마음들에 위로를 보내며...하루빨리 진정되기를 기다려봅니다.

 

 

때아닌 봄추위로 꽃눈이 얼어버려

 

많은 꽃을 피우지못했던 복숭아건만

 

그래도 피어있던 몇 몇 꽃들은 열매를 맺었네요.

 

 

우리 민재가 좋아하는 앵두도 간간이 맺혔구요...

 

 

주목도 새 순을 내밀고...

 

 

호밀밭을 갈아엎어 만든 옥수수밭에

 

전날 옥수수를 심고...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메마른 흙먼지만 폴폴 날려 안타까운데

 

그나마 이슬방울들이 맺혔네요.

 

 

간밤에 내린 이슬 한 방울을 놓치지 않고

 

 

안으로 끌어들여 생명수로 삼는 찰옥수수 어린 모종들...

 

 

30도가 넘어가는 불볕 더위가 벌써부터 기승인데...

 

시원하게 비라도 한 차례 뿌렸으면 하는 봄날입니다.

 

 

농민의 마음이란 이런거네요.

 

 

지난 봄의 하루걸러 내리는 잦은 비로 우울해지는 봄날이었다가

 

때아닌 얼음얼고 서리내리는 4월을 원망하다가

 

이제 또 때아닌 불볕 더위로 지쳐가는 봄날들...

 

 

이런저런 속끓임으로 애태우는 삶의 모양새에서 한치도 비껴설 수 없는게

 

사람사는 일들인가 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이 보여지고

 

즐거웠던 일들보다 슬프고 행복했던 일들이 더 많아지는게

 

나이듦이라는데...

 

어느덧 농촌마을에서 20년을 훌쩍 넘겨버린 시간들이

 

조금씩 아쉬워지기 시작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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