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지난 겨울은 따뜻했네요...

삼생아짐 2010. 4. 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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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메신저의 기능을 익히신 삼생마을 어머님들

 

도시로 나가있는 자식들과 메신저를 주고받을 수 있다니깐

 

모두들 전화하셔서 마을홈페이지에 서로서로 회원가입 시키시고

 

어머님들 ; 야, 너네 삼생마을 알지? 거기에 회원가입해, 알았어???

 

(삼생아짐 ; 아싸~~회원수 또 늘었당~~)

 

메신저를 설치하게 하신 후

 

메신저로 대화를 하시는데... 

 

  

이부녀님 아들 성순이는 '엄마랑 컴퓨터로 대화하니깐 이상하다'면서

 

믿질 못하는 눈치였어요.

 

그러면서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어머니가 올리신 사진에 댓글도 달고

 

서석에 왔을 때 안부도 물어오고...

 

중앙종묘 김봉예어머님 아들 상현이는 좋아하면서도

 

'엄마, 식구들 밥은 해주고 나오셨냐'고 몇번이나 물어보아서

 

제가 한참 웃었지요.

 

(상현 ; 엄마, 아부지 밥은 어떡했어요??

 

엄마, 식구들 밥은??? )

 

삼생아짐; 이녀석이 할 말이 없나, 엄마를 밥순이로 아는지...

 

하면서 제가 뭐라 그랬더니 김봉예님, 마악 웃으시네요.

 

(그나저나 서른이 훌쩍 넘은 아기아빠들을 이녀석이라 부르니

 

쬐끔 미안하긴 하네요...

 

그래도 예전에 제가 공부가르쳤거든요.

 

그니깐 세월이 훌쩍 흘러 저도 어느새, 흑흑....)

 


또 다른 어머님들도 댁에 돌아가셔서 메신저로 쪽지를 보내셔서

 

컴퓨터를 하다가 잘 안되시는 것을 물어보셔서 제가 알려드리기도 하고,

 

또 교육 안 나오시는 날은 안부도 물어보시고

 

전화요금도 아끼고,

 

서로서로 정도 쌓고

 

하여튼 요긴하게 사용했네요.

 


그러던 어느날...

 

어떤 어머님이 대화를 걸어오셨길래

 

 

로그인되어있는 여러사람을 불러 함께 대화에 참여했는데

 

갑자기 다들 연속극 보러 가신다고 뾰로롱~~나가버리시네요.

 


검산리 사시는 이정자님, 제가 연속극 보러 가실거냐고

 

저 버릴거냐고 했더니

 

이정자님 ; 방귀뽕

 

하시는 바람에 제가 또

 

컴 앞에서 혼자 폭소를 터뜨리다

 

울 민재한테 이상한 엄마 취급받았지요.

 

(참고로 이정자님 연세는 올해 70이 넘으셨지요^^

 

그치만 사진 찍는 솜씨는 얼마나 좋으신지

 

웬만한 사진 작가보다 훌륭해요, 저보담은 물론 뛰어나시구요.)



가끔 대화를 하다 상대방이 반응 없으면

 

대화창 흔드는게 있는데

 

이 기능 배우신 어머님들 재밌다고 수시로 흔드시는 바람에

 

제가 어지러워 혼나기도 했지요.

 


또 한글 문서편집과정을 공부하시면서

 

죽어가는 영덕게발모양 자판을 쳐가면서 공부하는게

 

우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시면서도

 

열심히 배우시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하시구요...

 

 

지난 겨울

 

센터에서 어머님들과 컴 교육을 하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다들 농사일에 바빠 컴은 커녕 책 한 권 제대로 보실 시간 없으셨을텐데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제가 도리어 많이 많이 반성했네요.

 

게다가 맛난 머루와 오미자액기스, 서리태 등도 가져와서 함께 나누고

 

민들레, 고들빼기, 달롱같은 것도 캐어오시고 



숨겨진 재치와 말솜씨와 유머와 애교와 멋진 사진솜씨와

 

또 소녀같은 감상과 낭만꺼정...

 

 

김숙자님은 댓글 다실 적마다 웃음소리를 기가막히게 넣어주셔서

 

혼자서 폭소를 터뜨리는데...

 

전 웃음소리가 그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았죠.

 

언제 시간되면 김숙자님 웃음소리만 모아 시리즈로 올리려 해요.

 

기대하셔도 좋을 듯 싶네요.

 


함께 밥을 지어먹을 쌀도 가져오시고, 시래기, 된장이랑 밑반찬도 가져오셔서

 

공부하다가 아래층에 내려가서

 

따끈한 점심을 지어먹기도 하고...

 

(오고가는 시간을 많이 줄였지요, 시골은 넘 멀어서

 

추운 겨울날, 왔다갔다 하시는 게 참 맘에 걸렸었는데

 

센터에 겨우내 얼었던 물이 나온 다음부터 점심식사준비를 함께 해서

 

다같이 먹었지요...

 

김병현위원장이 어머님들 추우신데 따끈한 밥 한끼 못해드린다고

 

맨날맨날 성화부렸거든요.)

 

 

이규하님은 맛난 엿도 가져오시고

 

또 오전오후 모두 교육에 참석하시면서

 

제가 늦는 날은 혼자 센터에 앉아서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셔서

 

제가 정말 감동먹었지요...

 

(먼저 오셔서 노트에 영어를 쓰시곤 학생들마냥 한글자 한글자 꼬박꼬박 따라 쓰시며

 

공부를 하셔서 제가 알파벳을 저절로 익히는 영어게임도 가르쳐 드렸답니다

 

그랬더니 넘 재미있으시다고...)

 

 

 

정말 정말 지난 겨울은

 

어머님들과 함께 하면서 사랑과 정을 듬뿍 나눈 겨울이었네요.

 

 

 

요즘 날이 많이 추웠다 흐렸다 비도 자주오고

 

참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계절이지만...

 

그래도 본격적인 농사철에 접어서서 다들 바쁘고 시간없으실 터인데

 

아침일찍, 점심참에, 그리고 저녁마다

 

수시로 마을 홈피를 꾸준히 찾아주셔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요...

 

 

 어머님들이 올려주시는 따뜻한 댓글 한마디

 

사진 한 장이 참으로 마음을 흐뭇하게 합니다.

 

 

삼생마을 어르신들, 지금 이모습처럼 이렇게 내내 건강하게

 

그리고 열심히 농사지으셔서 돈 많이 버시고,

 

행복한 농촌마을에서 알콩달콩 즐겁게 살아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