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학교에서 급식을 하니 별 신경을 안 쓰다가
주말이면 녀석들이 메뉴를 묻곤 해서 그래도 식단에 신경을 쓰곤 했는데
방학이 되니
매일 매일이 주말이네요.
도대체 왜 겨울방학 캠프는 없는 것인지...
두 녀석이 집에서 장난질치고 싸우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좀 쉬려고 조용히 좀 하라 했더니
저더러 휴일 알레르기래요.
평일이면 멀쩡하다가 주말이면 몸살나서 앓는게 아무래도 엄마 엄살 같다며...
배고프다고 수시로 간식타령에 밥타령......
엄마는 아무래도 일해야 안 아픈것 같다면서 도대체 쉴 틈을 안 주네요.
울 최후의 보루, 아이들이 크려고 하는 거니깐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라고 옆에서 한술 더뜨고...
그러면서 자기는 외식하러 혼자 나가고...
그래서 오늘 저녁엔 알밥을 해 줬네요.
보통은 돌솥에 밥을 깔고 야채를 얹어 비벼먹거나
새우나 오징어를 다져넣고 해물 알밥을 하기도 하지만...
기냥 집에 있는 밑반찬으로 삼생아짐표 알밥을 해 봤네요.
감자를 잘게 다지고, 어묵이랑 양파, 소시지도 다지고...
(이 소시지 울 친정 어머니 보시면 기겁하시지만......
그러면서도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친정 엄마가 친구들 도시락 반찬보다 못하다는 소리 들을까봐
간간이 사다가 달걀물입혀 부쳐주셔서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게다가 도시락 뚜껑 열자마자 친구들이 빼앗아 먹는다고 달걀부침개랑
밑에 깔아주시기도 하셨더랬어요. 그런다고 안 뺏기는 거 아니었건만..)
어쨌든 도시락 쌀 때의 기억들은 지금의 아이들이 도저히 알 수 없는,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함께 나누었던 추억들이 가득하네요.
다시 알밥조리순서로~~~
감자와 양파를 볶다가 감자가 반쯤 익으면 다른 재료들도 몽땅 쓸어넣고 볶아요.
소금으로 간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김치를 잘게 다져서 넣어야... 개운하고 맛있어요.
재료가 거진 어우러지면 녀석들이 구박하던 검정콩밥도 넣고
(제가 요즘 머리카락 검어질려고 꾸준히 넣어먹고 있거든요.
가...아니라...
갱년기 증상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듯 싶어...
무지막지하게 넣어 먹고 있거든요.
검정콩에는 천연 호르몬이 많다고 해서요...
식구들은 기겁을 하지만...그래도 달콤한게 맛이 괜찮아요.
어쨌든 녀석들에게도 먹이려고 꾸준히 넣어서 불평을 듣곤 있지만
이렇게 맛난 요리에 넣어버리면 지까짓것들이 안먹고 배기겠어요.
어쨌든 골고루 간이 배어서 알밥을 해도 더 맛나죠.
다 볶아지면
돌솥을 달구어서 참기름을 세방울쯤 떨어뜨리고
함께 볶아놓았던 밥을 넣어요.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를 뿌리고 달걀을 깨어 얹는데
영재녀석, 모짜렐라 치즈를 층층이 넣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네요.
근데...이 치즈 칼로리가 보통이 아니라서... 위에만 살짝 끼얹고
뚜껑을 덮어 모짜렐라 치즈가 녹도록 잠시 약한 불에 5분쯤 돌솥을 가열하죠.
밥이 눌어지는 냄새가 집안에 퍼지면 녀석들, 가스렌지 앞에 달려와서 얼릉 먹고파서... 성화예요.
삼생아짐 ; 너네 떠들거야, 안 떠들거야??
녀석들 ; 안 떠들께요.
삼생아짐 ; 너네 싸울거야, 안 싸울거야??
녀석들 ; 안 싸울께요.
녀석들, 먹는 거 갖고 엄마가 치사하게 협박한다지만, 뭐, 어쩌겠어요.
오죽 집안이 시끄러우면 제가 이렇게 협박꺼정 하겠어요.
모짜렐라 치즈가 녹으면 불에서 내려서 그 위에 날치알을 듬뿍 얹고
새콤한 맛이 나도록 오이피클을 썰어얹고
잘게 자른 양념김이랑 깨소금 등 양념을 얹는데
수향넘이 사다놓은 주먹밥 만드는 '밥이랑'이란 양념을 끼얹었죠.
그리고 녀석들에게 숟가락 두 개 달랑 주고
이 밥 하나 밥상 중간에 따악 놓아주었더니
그토록 시끄럽던 두 녀석들, 정말 한마디 말도 없이 열심히 먹네요.
삼생아짐 ; 맛이 어때???
두 넘들 ; ......묵묵부답...
삼생아짐 ; 맛이 어떠냐구???
녀석들, 그래두 묵묵부답...
암 말 없이 먹기만 해요.
삼생아짐 ; 맛이 도대체 어떠냐구???
영재넘 ; 흘린거 주워먹는 거 보믄 몰라요???
삼생아짐 ; 아항~~~
말이 필요없다 그거죠.
저도 먹어봤더니...
진짜 맛있네요.
그래두 그렇지...녀석들
엄마가 해 준 성의를 생각해서 맛나게 먹는 모습, 모델 좀 서 주면 좋으련만...
이젠 시큰둥...
게다가 가끔 맘에 안 드는 사진은 카메라 뒤져서 지우기꺼정...
그래도 민재녀석, 돌솥 뚝배기에 눌은 누릉지 긁어먹느라
박박거리는 소리가 방에꺼정 들리네요.
녀석들 조용히 시키는데는
먹는 거 이상 없네요.
이러다 정말 일류 요리사 되겠다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근데 긴 긴 겨울 방학동안 도대체 무슨 수로 이녀석들을
맨날맨날 맛난 거 해서 조용히 시키냐구요......
게다가...
그새를 못 참고...
민재넘, 밥 먹으면서 제형한테 기어이 또 한마디 했다가 전쟁나네요.
민재넘 ; 형은 무~~~~지~~~~ 개같어!
(삼생아짐 ; 헐~~ 개같어??? )
영재넘 ; 뭐?? 너 죽을래???
아니나다를까, 밥먹다 말고 영재넘, 열 받아서 방방 뜨는데...
민재넘(태연하게) ; 반짝반짝 무지개!!!
에휴...말해 뭣해요, 이넘들 땜에 제 욕이랑 성질이 얼마나 늘었는지
다들 저보면 옛날의 저는 도대체 어디로 갔냐는데요...
그러게요, 도대체 옛날의 저는 어디로 가고
무~~지무지 개같은 성질의 '삼생아짐'만 남았을까요...
도대체 이 긴긴 겨울방학은 언제나 끝나려나요......
'삼생마을의 먹을거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흑찰옥수수쌀 (0) | 2010.02.21 |
---|---|
겨울 제철 먹을거리 인빌 쇼핑 추천 상품이네요^^ (0) | 2010.01.06 |
미흑찰옥수수 그라탕 (0) | 2009.12.16 |
초간편 식빵 피자 (0) | 2009.11.23 |
묵은지 갈매기살 볶음 (0) | 2009.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