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순데이와 인포르~~마티온

삼생아짐 2009. 9. 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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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야영가던 아들녀석 점심 도시락을 싸주는데 종이팩 도시락 겉에 '런치타임'이란 영어가 있으니깐, 혼자서 영어공부하는데 재미들린 민재녀석, 가만히 소리내어 읽어보고 또 뜻도 알만하니깐 무지 좋아하네요.


발음기호를 익힌 뒤부터 아무 단어나 나오면 혼자서 읽어보고 신나해요.가끔 엉뚱하게 읽어서 배꼽을 쥐게 하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요.


저번날, 달력을 보더니
민재(자랑스럽게) ; 엄마, 이거 나 읽을 줄 알아요.  순데이!! 
삼생아짐 ; 순데이??


요즘 하두 새로운 데이들이 많이 생겨나길래 제가 모르는 무슨 신종데이가 또 생겼나했죠.


그랬더니 영재녀석이 바보같은넘이라고 마구 웃어대서 봤더니..


헐~~
선데이(Sunday)〓순데이라고...
웃음 안되는데, 자라나는 새싹 기죽임 안되는데... 솔직히 정말 웃기더라구요.


그래도 억지로 참았어요. 애 무안할까봐...
영재넘 ; 이거두 읽어봐.


하면서 쎄러데이(Saturday)를 짚으니깐


민재넘 ; 사툴데이!!! 


아, 정말 진짜진짜 웃으면 안되는데...근데 웃긴 걸 어떡해요. 그래도... 참았죠.


영재넘, 재밌으니깐 민재한테 이젠 이것저것 제시해요.


예전에 영재넘 선배들이 단어외우느라 써먹던 프린서플(principal)을 제시하니


민재넘 천연덕스럽게 "프린씨팔
"


인포메이션(information) 인포르~~마티온↑(혀까지 굴려가며...),
 
정말, 도저히 안 웃을래야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 저도모르게 마악 웃어버리고 말았죠.


민재넘, 얼굴 빨개지고...영재랑 저는 배꼽쥐고 웃어버리고...어쨌든 그런 기억이 있었는데, 민재넘 슬며시 복수하고픈 생각이 드는지 누워서 텔레비젼을 보며 뒹굴거리는 제 형을 슬쩍 찔러보네요.


"형, '런치'가 무슨 뜻인지 알아?"


"점심이란 뜻이지, 이넘아, 넌 그럼 '점심시간이다'가 영어로 뭔 줄 알아?"


"잇츠 타임 퍼 런~~~치, 형, 그럼 '여행'이 뭔줄 알아?"


"그것도 모를까봐? '트립'이지, 넌 그럼 '진폐증'이 영어로 뭔줄 알아?"


민재넘, 묵묵부답.


그럴밖에요. 한국말로도 진폐증이 뭔줄 모르는 녀석이 영어로 진폐증을 어찌 알까요.


"엄만 아세요??"


어쭈, 이넘이 제 엄마를 뭘로 보고...쩝...


"뉴며커니어시스..."


"에?? 아닌뎅???"





영재넘,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젓더니, 제 누나가 보다가 놓고 간 책을 가져다놓고 쭈욱 읽네요.


"피뉴모노울트라마이크로스코픽실리코볼케이노코니오시스"
 
자그마치 철자가 45개나 되는......엄청난 길이의 영단어......


아마도 가장 긴 영어단어일거예요. 


"이넘아, 그래도 그건 기냥 줄여서 '뉴며커니어시스'라고 읽어. 그리구 앞의 P자는 묵음이야."


영어는 긴 단어들은 생략하고 줄이거나, 첫글자 혹은 앞뒤글자를 따서 약자로 말하는 경우가 많지요.


가령 체육은 피지컬 에쥬케이션인데, 약자로 PE라 읽고,체육관은 짐네지움인데 '짐'이라 읽기도 하고...


영재넘, 저만 아는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미국서 잠시 살다온 외사촌여동생한테도 물어보네요.


수민녀석 의외로 척 대답.


"뉴모노울트라마이크로스코픽실리코볼케이노코니오시스"
 
영재넘, 벙떴죠.
삼생아짐 ; 넌 어떻게 알았어?


수민 ; 세상에서 가장 긴 영어단어라 그래서 특이해서 외워뒀어요.


수민이녀석, 토잌시험도 봤다고 수향넘, 민재랑 영재도 영어공부 좀 시켜야 한다고 성화인데,


얼마전엔 영어 말하기 대회 원고도 직접 써서 대회나가서 상도 타오고,시골사는 울 넘들이랑 수준차이가 나긴 많이 나네요.
하긴...애들만 그런가요...시골에서 오래 살다보니 저도 요즘은 언어치매가 와서...알고 있던 단어들도 헷갈리고,발음도 많이 헷갈리고, 일본인들이 일본어랑 영어를 섞어쓰는 것 마냥 영어랑 한국어를 섞어 버리질 않나...
('기브업'포기하다를 '포기업'이라고...울 수향넘, 제가 일부러 그런줄 알고 마악 웃었죠.)


하여튼 가끔 머리가 멍~~~한게 건망증에다 때때로 한국말도 생각안나 헤매는데 하물며 남의 나라 말이야 오죽하겠나요.
어쨌든, 민재넘,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영어공부하느라 애쓰는데...부모로서 많은 도움을 못 주니 조금 미안하긴 하네요.
울 수향넘, 지난번에 술 사알짝 왕창으로 취해 들어와 민재랑 영재는 자기가 책임진다고, 엄마행세 한다고 애들한테 큰소리쳤다는데..


저야말로 이젠 일 좀 줄이고...울 민재랑 영어 공부도 같이 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야겠어요.


일주일에 한 번 '순데이'만이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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