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마실

삼생아짐 2009. 3. 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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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온 듯 싶다가도...

 

어느새 밤사이에 사박사박 눈이 내려 다시 겨울이 되었네요.

 

치우려고 맘먹었던 겨울옷을 다시 끄집어내고...

 

살갗에 닿는 찬기운에 자꾸만 몸이 움츠려드네요.

 

 


장에 다녀오다 보니

 

울민재넘 친구 명호네 집 마당 한켠에서

 

꼬마녀석들이 올망졸망 모여 놀고 있어요.

 


 간밤에 눈이 와서 그런지

 

바람도 쌀쌀하고...

 

볼에 닿는 바람도 여전히 날카로운 냉기를 품고 있고 있고...

 


그래서인지 녀석들이 피운 작은 모닥불이라도

 

잠시 쬐고 가고픈 충동이 이네요.

 


삼생아짐 ; 얘들아, 나무 많은데서 불장난 하면 안되는거 알지??

 

(손 슬쩍 들이밀며 불을 쬐면서...)

 

 

원호녀석 ; 불장난 하는 거 아녜요.

 

가은이 군밤 만들어주는 거예요.

 


아...그러고보니...불 속에 군밤이 몇 개 보이네요.

 

근데 좀 많이 타버렸어요.

 

그래도 가은이는 오빠들이 구워준 이 군밤을 맛나게 먹겠죠??

 

입가에 새카맣게 숯검정을 칠하면서요.

 

 

뭐, 저도 어릴 때 오빠 따라다니면서

 

참새구이 먹어 본 기억 있어요.

 

털달린 참새는 꽤 큰 듯 싶은데

 

불에 구운 참새는 넘 작고 갸냘퍼보여 이걸 어찌 먹나...했는데

 

오빠가 안 먹으면 안델구 다닌다그래서 억지로 가슴살을 먹었던 기억이...

 

조금 시큼했던 입맛만 아련히 남아있네요.



삼생아짐 ; 와아~~ 원호도 참 좋은 오빠네??

 

(예전에 명호가 참 좋은 오빠라 해줬더니

 

원호가 조금 서운했나봐요.미안...)

 

근데 가은이가 어디로 숨었지??

 

 


가은이녀석, 예전에 제가 사진 찍어줘서 올렸더니

 

오늘은 쑥스러운지 저를 보더니 얼릉 나무뒤로 숨어버렸어요.

 


나무뒤에서 살짝 고개를 내미는 넘...

 


제가 쫓아가면 저리로 도망가고

 

다시 이쪽으로 쳐다보면 저쪽으로 숨으면서 숨바꼭질 하는데...

 

명호, 가은이, 영수...

 

제가 요리조리 쫓아다니니깐 재밌다고 깔깔거리는데...

 

그 웃음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네요.

 


삼생아짐 ; 잡았다!!

 

제가 오른쪽으로 가는 척 하면서 얼릉 돌아섰더니

 

녀석이 정면으로 들켜버렸네요.

 

 

 

 

얼릉 카메라 셔터를 눌렀더니

 

녀석, 억울하다는 듯 발 동동 구르더니

 

영수도 찍어주래요.

 

자기만 나오는게 억울하다는 듯...

 

이쁘게 투정하는 녀석의 모습이 참 보기좋아요.

 

 

부족한 솜씨지만 이렇게 아이들의 모습을 찍고

 

또 마을 사진관에 올리고

 

그렇게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남길 수 있으니

 

제가 하는 이일도 제법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렇게 쌀쌀한 날씨에도

 

나름대로의 놀거리를 찾아 추억을 만들고 있는

 

산골 아이들의 모습도 보기 좋구요.

 

무엇보다 나무타는 냄새가 참 향기롭고 아늑해서 좋네요.

 

추위마저 저만치 멀어져가는 느낌...

 

 

 

집을 나설때의 스산함이

 

고향의 냄새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오누이의 정을 담아 돌아가니

 

꽤 괜찮은 하루라는 생각도 들어요.

 

 

 

민재가 명호네 놀러오겠다고 한걸 감기걸린다고 말렸었는데...

 

녀석들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않고 재미나게 놀고 있는 걸 보니 괜히 말렸다 싶네요.

 

이녀석들이 쌓고 있는 추억에 비한다면야

 

그깟 감기정도는 열번쯤 걸려도 괜찮을지 모른다는 뒤늦은 후회...

 

음...

 

근데 울 민재녀석이 이글 보구나면

 

이젠 마음놓고 동네방네 쏘다닐터인데...

 

아무래도 녀석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듯...

 

그렇지만 감기 몇 번 걸리더라도

 

녀석이 이담에 자라서 어린시절 자유롭게

 

뛰놀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향을 생각할때

 

 잠시나마 행복해질수 있다면...

 

날개정도는 얼마든지 달아줘도 괜찮은 장사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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