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 하던 날,
울 막내가 작은 나무 한그루를 가져왔어요.
'개안죽'이라고...
대나무의 한 종류인데 아마 우리 민재 담임 선생님이 반아이들로 하여금
모두 하나씩 기르게 했나봐요.
민재녀석, 방학중인데도 물 주는 것 잊지않고...
이번에 춘천 가면서도 저더러 잊지말고 물 꼬옥 주라고...
개안죽은 물을 많이 먹는다면서 물이 항상 병 높이까지 차 있어야 한다면서
손가락으로 표시꺼정 해 주면서
신신당부를 하고 가네요.
평소에 성질이 급해 걸어다니는 적이 거의 없는 녀석이
이 대나무 화병에 물을 줄 때만은 조심조심
살금살금...
녀석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네요.
책임감이랄까요...아님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고 할까요...
녀석에게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담임선생님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나무예요.
사철 푸르고, 눈이 와도 부러지지 않고, 속이 비었으면서도
곧고...
예로부터 군자의 기개와 겸손을 상징하는 게 바로 이 대나무죠.
대나무의 가치와 효용은 널리 알려져 있는 바...
우리 생활에서 각종 생활 도구와 농경자재에까지 참으로 다양하게 쓰이죠.
이 대나무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 드네요.
사람들이 이 대나무처럼 곧고 바른 마음을 갖고 있다면...
욕심없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다면...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을 모략하고 헐뜯기보다
추운 겨울에도 홀로 서서 굽힐 줄 모르는 절개와 기개로
올바름을 지향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덜 팍팍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요.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지만
사람들의 기본적인 '양심'조차 내팽개쳐지고
'사람의 도리','신뢰', '생명의 가치' 이런 것 보다
'물질'이 우선시되는 그런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문득 이번에 종합개발 실사 나왔을 때 울 최후의 보루가 차에서 마을 소개를 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 마을에 피리골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 지역이 바로 마의 태자가 피리를 불고 넘어갔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라고...
그래서 아마도 마의 태자가 산죽을 꺾어 피리를 만들어
세 곡쯤 불며 넘어가지 않았을까 짐작한다고...
그랬더니 몇 몇 분이 마악 폭소를 터뜨리시대요.
저는 사실 사람들이 왜 웃는지 몰랐어요.
실사가 끝나고 난 후에
울 최후의 보루 친구인 선진섭씨...
"이사람아, 산죽으로 피리 만들어 부는 거 봤어?? "
하면서 기가 막혀 껄껄 웃더라구요.
울 최후의 보루, 쑥스러운 듯 머리 긁구요.
저는 무슨 소리인가 싶어 또 기냥 넘어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산죽'은 '조릿대'라는 대나무의 한 종류로
소쿠리를 엮는다거나 죽세공품으로 이용되는 것...
이걸로 피리를 분다고 했으니 사람들이 웃을 밖에요.
하여튼 저는 사람들이 왜 웃는지도 모르고
맨 앞에 앉아서 그런가부다, 울 신랑은 어쩜 저렇게 지식이 해박할까...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참, 제가 생각해도...웃음이 절로......
그래서 '부창부수'라 하나봐요.
아님, 제 눈에 뭐가 단단히 씌었는지도 모르지요.
그것이 콩깍지건 대나무 껍질이건간에요.
하긴 요즘 울 애들, 걸핏하면 저더러 '오빠 한 번 믿어보라고...'합창을 해요.
'믿는 도끼 발등 찍힌다'는 속담도 있지만...
그래도 믿어야겠죠? 비록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그리고 산죽으로 피리를 분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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