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는 핸폰이 별로 필요없다 싶어 안 사주다가
대학간다고 얼마전에 사준 울 딸...
제가 출근하는데 갑자기 제 앞을 양손으로 가로막더니 간절한 목소리로...
"엄마, 제발 전화할 때 핸폰으로 해 주세요. 집전화로 하지말고..."
그러대요...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 쳐다봤더니... (이녀석이 배탈이 났나? )
수향넘(애절하게) ; 방학 한 이후로 제 핸폰으로 전화 딱(!) 한통이랑
문자 딱(!)하나 왔어요. 제발 제 핸폰으로 좀 해 주세요...... 저도 핸드폰 사용하고 싶단 말예요...
삼생아짐 ;
삼생아짐 ; 네 친구들 있잖아. 친구들끼리 하면 되지.
수향넘 ; 정현이는 걔네집에서는 핸드폰 안 터지구요,
윤희랑 겨레는 '알'다 써서 못한대요. 그니깐 엄마, 제발, 제 핸드폰으로 전화해 주세요, 네?? 지난 월요일부터 정말 한 통도 안 왔어요.
제가 하두 기가막혀서 기냥 마악 웃고 말았어요.
무슨 장식품도 아니고...
남들 다 갖고 다닌다고 부모 졸라서 핸폰 하나씩 장만한 녀석들
시골에서 꼭 필요한 게 아니니...쓸 일이 별로 없죠.
즈그들끼리 문자메시지 장난 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몇 몇 녀석들은 통화도 되지 않는 지역에 살면서
그래도 손에 하나씩은 다 들고 다니더니...
어떤 녀석은 요즘와서 도로 해지해 버린다네요. 아무도 전화를 안 해준다구요.
울 아들넘, 민재가 제 폰갖고 게임하니깐
민재한테 문자메시지를...
수향넘또한 제 폰갖고 놀던 영재한테...
안방에서 건넌방으로... (무료라네요.) 이짓 하고 있을까요...참 내...
요즘은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스팸수준이라 다들 꺼린다는데...
우리 시골 녀석들은 문자메시지 받는게 소원이라니...
뭐, 가끔 재밌는 문자메시지도 있어요.
핸폰을 열어 볼 때마다 웃음 짓게 만드는 굿모닝 신한증권사 김호중대리님.
토닥토닥~~ 이모티콘.
직거래 물품 배송시기를 묻는 이모티콘...
궁금 궁금...
참... 적절하죠??
하지만... 핸폰으로 동생들한테 안친절한 욕 엄청 해대는... 열 받게 하는 울 딸...
제가 전화하면 아래와 같이 띠용~ 뜰게 뻔한데... 제가 왜 이녀석 핸폰에다 하겠어요.
삼생아짐 ; 화면에 뜨는 박호순 없애면 전화해줄께.
수향녀석, 곰곰 생각하더니
수향넘 ; 엄마, 그럼 내가 바꿀게. 꼭 전화해야 해?? 알았지?? 현관꺼정 쫓아나오며 신신당부를...
근데요........
녀석이 뭘로 바꿀지 물어보지 않은 게 죄라면 죄지요...
수향녀석,
기껏 바꾸어놓았다는게 바로바로 "호박", 박고지...
열받아서 이녀석 혼내주려 쫒아갔더니, 수향넘, 쫓겨가며 한다는 소리가 "엄마, 어떡해, 아무리 생각해도 호박밖에 생각이 안나는걸."
내가 미쳐요, 이녀석을 기냥...
제가 방방거리니깐 수향넘 ; 엄마, 바꿀께. 정말 바꿀께.
하더니 곰곰 생각하며 다른 걸로 바꾸었는데...
헐~~
앙탈쟁이...
내 이녀석을...
다른 좋은 말로 바꾸기전엔 절대로 전화 안 한다고 다짐했지요.
비록 요즘 잔소리가 좀 심했기로서니...
이제 워드자격증도 좀 따고
영어공부도 하고...
동생들 공부도 좀 봐주라 했더니...
이녀석이 잔소리 심하다고...
......
아!!
제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잔소리를 녀석이 소원하는 문자로......
그럼, 녀석, 문자왔다고 반가워할까요?
아님...
역시나 잔소리라고 하지 말라 할까요??
함...해봐야겠네...
삼생아짐 ; "야, 디진다. 잔말말고 공부나 해!!!"
뾰로롱~~(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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