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잠시 다니러 오셨던 울 친정어머니...
집으로 들어서시면서 저를 보고 실실 웃으시대요...
반가운 웃음이라기 보다는 묘한 뉘앙스가 풍기는...
그 뒤를 따라 들어서는 수향넘, 저한테 혀를 날름 내밀구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두 조손이 저를 두고 그러나 했더니...
수향넘 핸폰에 지정되어있는 제 번호에
'사랑하는 박호순'이라고...
어디쯤 오시나 궁금해서 전화했더니
이녀석 핸폰에 띠용~ 뜨는 문자보고 울 친정어머니 왈...
"너네 엄마 어릴 때 별명 어떻게 알았냐? 재주도 좋다."
하시면서 마악 웃으셨다고...
근데, 이게 다가 아니더라구요.
이녀석이 제가 전화할 때마다 저를 아는 이녀석 친구들이
문자보고 같이 깔깔 웃는다고...
어쩐지 녀석 친구들, 장에서 저를 보면 큰 소리로 인사하고 실실 웃더라구요.
입으로는 씩씩하게 '안녕하세요???'해놓고...
속으로는 박호순, 박호순 했을 거 아녜요...
내참...
어휴...내 이녀석을...
이렇게 당하고만 있음, 삼생아짐이 아니지요.
삼생아짐 ; 수향아, 그동안 엄마가 웅녀라고 불러서 많이 서운했지??
이렇게 이쁜 울 딸한테...시집가는 데 지장 있을라...
이제부터 너를 '옥떨메'라 불러줄께!!!
수향넘 ; 옥떨메?? 옥떨메가 뭔데요??
삼생아짐 ; 응, 있어.
아주아주 쓸모있고, 요긴하고,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정말 정말 중요한거야.
수향넘 ; ???
그후부터 제가 옥떨메, 옥떨메 부르니깐, 녀석, 궁금한지
수향넘 ; 어휴, 도대체 옥떨메가 뭐야...
인터넷 검색해 보대요??
그런다고 사전에도 없는 이 말이 나올턱이 있나요.
옥떨메가 뭐냐면요...
바로바로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를
옥떨메라 부르걸랑요.
늦가을에 메주를 쑤고...
얘를 발효시켜서 이렇게 공중에 매달아 말리는데...
말리는 과정에서 모양이 많이 이그러지고
곰팡이도 피고..
퀴퀴한 냄새도 나고...
하여튼 예전에 자랄 때 엄마가 메주 쑤어놓으면
식구들마다 아랫목 차지한 이녀석, 구박하고
발효될 때 냄새난다고 투덜거리고...
옷에 냄새라도 배면 학교갈 때 다들 향수 뿌리고...
잘 말리느라 옥상에 매달았을 때에도 구박덩어리였거든요.
그러다 이게 잘못 매달아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산산조각 나는데 그 모양이 참 기가 막히죠.
그래서 못 생긴 사람을 보면...메주같다...
한술 더 보태서 '옥떨메'라 했는데...
요즘 메주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녀석들이 알 턱이 없지요.
아직도 이 옥떨메의 뜻을 알지 못한 수향녀석...
제가 옥떨메야, 옥떨메야 부르면...
도대체 뭐야...궁금해서 죽는데...
실컷 놀려먹었으니 이젠 뜻을 밝혀줘야죠.
얘야, 옥떨메란 정말정말 못생긴 사람을 일컫는 말이란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정말정말
요긴하고 중요한 것이라는 말도 맞단다.
그러고보면...힘만 장사라는 뜻의 웅녀보다
옥떨메가 좀 낫지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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