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시어머님인데요...
설날이나 생일날, 입학식, 졸업식...
기타 등등 기념일마다
꼭 이렇게 현금이 든 봉투에 편지를 손수 쓰셔서
선물을 주셔요.
수향넘, 제 선물봉투에 쓰인 하트를 보더니
할머니 짱(!) 이라고...
어머님도 힘드실텐데
현금을 가지런히 넣어 주셨어요.
시골에서 가장 아쉬운게 현금이란걸 잘 아시니깐요...
이 봉투를 받는 순간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리고 해마다 잊지않고 챙겨주시니 더욱 황송하지요.
전 정작 시골 산다는 이유로
어머님께 용돈도 제대로 못 드리는데요......
그나저나
울 수향넘도 분명히 받았는데...
이녀석은 제게 보여주지도 않고 쓱싹...
동생들껀 열심히 빼앗아서 제게 주고요.
자기도 어렸을 때 엄마에게 몽땅 맡겼다면서요.
그리고 울 최후의 보루...
미역국은 커녕 어제 밤 한시꺼정 이슬이랑 놀다 들어와서
오늘 새벽에 제가 몸살나서 비몽사몽 끙끙 앓고있는데
제 등을 철썩!!
깜짝놀라 무지 열받아서 씩씩거렸더니...
"생일 축하해, 생일빵이야!!!"
어휴...
어쩜 이렇게 모자가 천지차이인지...
그래도 저녁엔 국수먹어야 오래산다며 자장면 사주더라구요.
울 딸은 새벽에 일어나서 미역국 끓이려 하는데
제가 면접보러 간다고 미역국 못 끓이게 했더니
저녁에 선물을 사왔네요.
앞에는 이쁘더니만...뒷면을 보니...
이넘이 끝꺼정 박호순을...
이넘 친구들이 니네 엄마 백씨 아니었냐고 묻더래요.
이넘이 구구절절이 엄마 별명 사연을...(박호순=순호박)
친구넘들...어쩐지 저만 보면 낄낄거려요.
그래도 제가 졸려울때면 달고 사는 비타민 C랑...
몸살 올 때마다 마시곤 하는 쥬스 세 병...
급조해 만든 포장지 A4용지에 하트 스티커를 덕지덕지...
그래도 신경써서 쏠라-C를 셀로판테잎으로 부치고...
가격표도 안 떼었네요.
거금 들였다구요.
울 최후의 보루, 생일날 미역국도 못 먹었다고 두고두고 불쌍하다그랬는데
울 딸이 그 빚을 갚네요.
그리고 울 민재녀석, 어제 밤 열두시 넘자마자 제얼굴 양손으로 끌어안고
생일축하노래 불러주더니 오늘 아침에도 눈뜨자마자 꼬옥 끌어안고
"자기 엄마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자기 엄마로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은...저도 정말 처음 듣네요.)
영재녀석은 빵가게 가서 빵구경시켜준다더니
있는 돈 탈탈 털어 초코빵 한 통 사와서 센터에 온 아이들과 다같이 나누어 먹었구요...
(앓고 있는 사람 등허리 때리면서 생일빵 주는 남편보담 낫죠??)
비록 생일상은 못 받았지만...
그래도 온 가족으로부터 골고루 생일축하는 받았어요.
아직 울 장남 생일 한 번 더 남았네요.
......
이녀석 생일날, 저도 생일빵 한 번 해 볼까요??
삼생아짐 ; 아빠 대신 엄마가 먼저 생일 축하해!! 생일빵이야!!
하면서 뒤통수 따악!!!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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