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가을이라서일까요...

삼생아짐 2008. 10. 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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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주변 여기저기 나온 고들빼기를 캐다가...

 

(씨가 바람을 타고 잘 번져서 꽤 실한 넘이 많아요...)



뒷집 아저씨네 뒤에 있는 넓은 밭에 심은 열무가 궁금해서 보러 갔어요.

 


작년에 옥수수를 베어내고 남은 밭 놀리는 게 넘 보기싫어서

 

올해에는 무라도 심자고 보채서

 

심었는데...

가물어서 그런지 씨가 안 붙은 곳이 많네요.

 

 

근데 열무밭 군데군데 알밤이 떨어져 있고...

 

 

주워보니깐 밤송이 하나에 따악(!) 한 알씩 들어간

 

외톨백이 알찬 밤이더라구요.

 

 

그나저나 이게 우리 밭에 떨어졌으니 우리 밤이라 해야하나...

 

아님 아저씨네 집에 심겨져 있는 밤나무이니 아저씨꺼로 해야하나...

 

(갑자기 오성과 한음 생각나는 거 있죠?? )

 

배나무인지 감나무인지...

 

가지가 이웃집 마당으로 뻗었는데 자기네 꺼라고 우겨대니깐

 

이항복인지 이덕형인지 누군지가 자기네 꺼라고 우기는 대감집 찾아가서

 

문을 뚫고 팔뚝을 불쑥 들이밀어 누구 팔이냐고....

 

 

밤을 까고난 껍질도 많고...

 

 

아저씨네 집 창틀에는 말리는 밤도 보이고...

 

 

더러 벌레먹은 것도 있지만...

 

 

그래도 꽤 실하죠??

 

(맨손으로 고들빼기를 캐는 바람에 손이 흙투성이...)

 

 

면접 준비한다고 설거지도 안 거들고

 

체육대회때 줄다리기 용쓰다가 손바닥에 물집 잡혀서 핑계김에

 

아예 집안일 온통 영재랑 민재한테 미뤄둔 넘이

 

제가 일하는 데 졸래졸래 쫓아다니더니...

 

얼른 호미를 가져다가 능숙하게 밤을 까서 주네요.

 

옛날 생각 난대나요??

(어릴적에 네살때부터 자전거타고 온 동네 돌아다니면서 밤 주워왔어요.

 

덕분에 나중에는 이녀석이 안 다녀도 밤나무 있는 집에서는

 

밤을 한됫박씩 보내주시더라구요.)

 

 

근데 떨어진 밤을 줍기만 했어도 좋을 것을

 

머리 꼭대기에 살짝 벌어진 알밤을 보니 그 유혹을 참기 어려웠겠죠?

 

밤송이 딴다고 호미를 던져서 그만 호미가 밤나무에 가서 떡하니 걸려버렸어요.

 

 

야단났죠...

 

깡총깡총 뛰어보기도 하고...

 

 

카메라 껍데기를 던져보기도 하고...

 

나중에는 돌을 주워서 던져요.

 

수향넘 ; 박호순, 똘 치워~~ 안그럼 머리깨져.

 

삼생아짐 ; 저넘이...

 

 너 아저씨한테 밤서리한다고 일른다??? (작은소리로) 아저씨이~~

 

수향넘 , 기겁을 하네요.

 

 

근데 아저씨가 집에 안 계신지 묵묵부답...조용~~~

 

수향넘 의기양양해서 : 내가 똘 치우라 그랬지??

 

하더니 돌을 몇 개 더 주워서 마악 던져대네요.

 


그래도 나무에 매달린 호미는 안 내려오네요.

 

삼생아짐 ; 고만 던져, 웅녀야!!

수향넘이 던져대는 돌 피하느라 저만 이리 저리....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수향넘,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아저씨네 담벼락에 쌓인 작대기를 하나 구해오네요.



키 큰 넘이 작대기로 후려치니까...

 


호미가 드뎌 땅바닥으로 툭!!

 


근데 수향녀석, 작대기 든 김에 밤 몇 개 더 따재요.

 

삼생아짐 ; 너 아저씨한테 정말 이른다??

 

(큰소리로) 아저씨이~~~ 수향이가요, 밤 훔쳐 먹는대요~~~~~

 


수향넘 : 아저씨 안계셔. 암만 소리 질러봐. 나오나...

 

하면서 떨어뜨린 밤을 신나게 까는데...

 

갑자기 뒤에서 아저씨가 불쑥!!!

 

아저씨 ; 뉘기야, 밤도둑넘이???????

 

수향넘, 밤까다말고 ; 엄마야!!!

 

깜짝놀라 자지러지구요...



전 배꼽쥐고 웃었지요.

 

삼생아짐 ; 아저씨, 얘가 밤서리한대요~~~~ 저거봐요, 밤까는 거!!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밤까다말고 수향넘,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전 재밌어서 키득키득...

 


아저씨 ; 올해는 벌레가 많이 먹었어. 맛있는 밤인데...

 

하시더니 들고나온 밤봉지를 건네주시네요.

 


아마 방안에서 수향이랑 저랑 떠드는 소리를 다 들으셨나봐요.

 

수향넘이랑 삼생아짐 ; 고맙습니다아~~~~

 

잘먹을께요.

 

(사실 이렇게 다 까놓은 밤을 얻어먹는 것보담

 

몰래몰래 조금씩 따먹는 밤이 더 맛있는뎅...)



아저씨한테 밤도 한봉지 얻고

 


찌개에 넣어먹을 청량고추도 몇 개 얻어서 수향넘이랑 룰루랄라~~

 

 

이제 아저씨네 집 코스모스는 다 져버렸네요.

 

아직 마을 표지석 앞에 심어진 코스모스는 그래도 몇 송이 남았는데...

 


 혼자 사시면서도 고추 따서 말리시느라

 

 이렇게 하나하나 잘라서 손질도 해 놓으시고...

 

김장 배추도 꽤 여러포기 심으셨네요.

 

조카들이랑 동생들이랑 나누어서 김장하실 거라고...

 

 

예전에 몇 번 김장 해드리곤 했는데...

 

요즘은 바빠서 그도 못 해드리네요.

 

 

대신에 열무 솎아서 김치 해 놓았던거랑

 

엄마가 보내주신 자반고등어 한마리 보내드렸어요.

 

 

지난 번 체육대회때 울 최후의 보루가 아저씨 술 안드셨다고 이쁘시다고

 

나중에 저더러 소주컵으로 한 잔 따라드리라 그래서 따라드렸는데...

 

술만 안 드시면 참 좋은 분이신데...

 

인정도 많으시구요...

 

 

여름내 아저씨덕에 울 최후의 보루랑 애들 다슬기도 실컷 먹고...

 

봄이면 미나리, 드룹도 뜯어다 주시곤 하시는..

 

정 많은 분이시죠.

 

 

이제 술 조금만 드시고 건강 챙기셨음 좋겠어요.

 

이가 아파서 아무것도 못 드시겠다고 하시니깐...

 

마음이 좀 그러네요...

 

울 시어머님도 이가 아프시다고 딱딱한 거, 찬거 못 드시겠다 하시고

 

울 친정아버지도 해삼을 무척 좋아하셨는데 이제 이가 아파 못 드시겠다고 하시고...

 

다들

 

치아땜에 드시고 싶은 것도 못 드시겠다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만큼 연세가 들으셨단 얘기지요...조금 서글퍼져요...

 

 

고들빼기 캔 거 한바구니랑 밤봉지랑 청량고추랑 들고 집으로 돌아오니깐

 

이웃집에 놀러왔던 꼬마랑 강아지가 우리집으로 놀러왔네요.

 

 

수향녀석, 밤서리 하면서도 이웃집에 못 보던 꼬마랑 강아지가 보이니깐 호기심 보이더니

 

우리집에 놀러오자 이뻐 죽겠다고 환호성...

 

 

저렇게 아이들을 이뻐하는 녀석,

 

제가 진로를 잘못 권했나 싶기도 하고...

 

(유아교육과 가고 싶어했는데 간호학과 가라 그랬거든요)

 

요즘 입시땜에 무척 맘고생하는 거 같은데 제가 힘은 못 되어주고...

 

그래도 녀석, 저랑 잠시지만 마실 다녀오고 나서 얼굴이 환해졌어요.

 

 

 

통장에서 비싼 원서대 빠져나간다구 잔소리 했던거 미안해지는데...

 

 

수향녀석 ; 아빠, 있잖아, 내가 원서대금이랑 학교에 내는 보충수업비는

 

엄마통장에서 빠지게 하구

 

반환금은 다 내 통장으로 해놨다??

 

그리구 엄마 카드번호랑 비밀번호 내가 다 안다?? 필요한 거 있음, 말해, 아빠.

 

나 잘했지, 그치??

 

울 최후의 보루, 기가막힌지 씨익 웃더니 잘했다네요.

 

 

어쩐지 지난달 카드결재요금이 많이 나왔더라니...

 

아무래도 사용내역서 다시 뽑아봐야지...나쁜 넘...

 

 

 

오늘도 면접보러 갔는데...잘 되었음 좋겠어요.

 

 

요즘은 가을이라 그런지 생각이 많아지네요.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지금 무척 힘겨워하는 우리딸과...

 

조금씩 조금씩 몸의 여기저기에 이상을 느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실감하는 어르신들

 

그리고 또 새로 결혼하는 신혼부부들...태어나는 아이들...

 

모두다 한번씩밖에 못 사는 세상인데...

 

사는동안 왜 이리 아둥바둥하는지...

 

 

울 최후의 보루, 버리라네요.

 

무조건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대요.

 

 

'욕심'과 '의욕'과 '성취감'의 차이는 무엇인지...

 

 

 

'나자신'만을 위한다면 그건 '욕심'이고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하고자 한다면 그건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고 위안하지만...

 

늘 무언가를 이루고자 아둥바둥 살아온 내 자신이

 

가끔 다시 돌아보아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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