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집주변을 돌아보면... 애써 가꾸거나 돌보지 않아도...
어느새...훌쩍 커버리거나
무럭무럭 잘 자라서 기특한 넘들도 참 많아요.
머위예요...
예전에 친정어머니가 몇 뿌리 캐어 주셔서...
집 주변 여기저기에 심었어요.
지금은 남의 집이 되어버렸지만...
친정어머니는 도시에서 꽤 화단 넓은 집을 갖고 계셨어요.
거기에는 호박이며, 토란이며, 상추며 쑥갓이며
철철이 야채꺼정 골고루 심으셔서 우리가 갈 때마다 늘 풍성한 식탁을 차려주시곤 하셨죠.
제가 갈 때마다 손질한 머위를 몇봉지씩 싸주시곤 했었는데...
이제 어머니는 아파트로 들어가시고...
대신에
이제 우리 집 주변 둑방 여기저기에 어머니가 주신 머위가 이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
머위는 잘라내야 또 나고 또 나요.
잘 퍼지구요.
기냥 시들게 놔두면 오히려 덜 번지죠.
그래서 어머니는 부지런히 베어다 먹으라 하셨죠.
어린잎은 쌈 싸먹어도 좋구요..
어쩌다 보니 어린잎을 먹을 새도 없이 대궁이 이렇게 실해져버렸네요.
머위는 꺾은 직후 삶음 안돼요.
하루저녁쯤 평상에 놓아두어서 시들게 한다음
고담날 삶아야 물도 절약되고 가스도 절약되죠.
오래 삶아야 하니깐요.
바로 삶으면 뻣뻣하기도 하려니와
솥안에 잘 들어가지도 않아서...
억지로 구겨넣었다가...
탕 튀어나와 뜨거운 물에 팔을 데인 적도 있지요.
(힘세다구 다 좋은건 아니더라구요...)
맛난 반찬일수록 그만큼 주부의 손이 많이 가지요.
삶아낸 머위를 식혔다가 껍질을 하나하나 다 벗겨내되...
위의 가장 굵은 부분부터 벗겨내야 한번에 벗겨지죠.
그리고 또 칼로 머리부분을 4등분 한다음에
네조각으로 길게 찢어요.
그리고 나서 먹기 좋은 길이로 약 5센티가량 되게 썰어서...
하루저녁 물에 담아두면...
아린맛도 가시고...
풋고추, 양파, 마늘, 파, 당근등의 양념과 함께 들기름에 볶다가
표고버섯가루, 멸치나 새우가루 약간, 생강가루, 후추, 소금 등을 넣고
참깨를 뿌리면 끝!!
아, 울 친정어머니는 이 머위를 생들깨와 갈아서 자작하게
국을 끓여 주시기도 했는데요...
어릴적엔 잘 안먹었는데...
요즘은 가끔 그 머위국 생각이 나기도 하네요.
구수하고, 부드럽고...친정어머니의 정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머위국...
......
그나저나 울 딸이 사진 찍으면서 그러네요.
수향넘 ; 엄마, 엄마 치마 정말 쥑인다!!!
장에서 오천원주고 산 면치마인데...넘 가볍고 부드러워서 집에서 즐겨입었더니...
그 치마 좀 제발 입지 말라고...
제가 이 치마 입고 밤 열한시에 그녀석 데릴러 가면
차에서 내리지도 말래요.
지난번에 그녀석 담임 선생님 만나서 인사할랬더니...
기겁을...
넘 아줌마 같아 보인다네요.
삼생아짐 ; 아줌마가 아줌마치마 입지 그럼 뭘 입냐??
이래뵈도 울 민재는 제가 돌아오기전까진 이 치마와 제가 벗어놓은 티셔츠
꼭 붙들고 앉아 저 기다리거든요.
엄마 냄새 배어 있어 좋다구요.
채은네 형님 말로는 몸빼도 편하다는데...
이제 슬슬 몸빼에도 도전해보려해요.
수향넘 ; 엄마 몸빼 입음 엄마랑 안놀아.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 장날엔 장에가서 편안한 몸빼하나 찾아봐야겠어요.
입은 듯 안 입은듯 날렵하고 편한 몸빼...
울 민재녀석 옆에서 그러네요.
민재넘 ; 헐~~ 엄마 정말 몸빼 입으실 거예요??
삼생아짐 ; 응.
이 세상에서 무조건 엄마편만 드는 녀석, 곰곰 생각하더니...
민재넘 ; 음~~ 엄마 몸빼 입음... S라인 죽이겠다.
삼생아짐 ; 그래?? 그럼 더 입어야지, S라인 좋은거라며??
근데 그 표정이 여엉...
수향넘 ; 착각도 자유셔...쯧쯧...옆으로 S라인이 아니라 앞뒤로 S라인이란 말씀이징...
삼생아짐 ; 헐~~~
몸빼는...좀 더 고려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