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앵두이야기(1)

삼생아짐 2008. 7. 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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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같은 입술이라 함은...

 

미인의 아리따운 입술색깔과 모양을 일컫는 말이겠지요...

 

빨갛게 익은 앵두...

 

한 알 따서 톡 깨물면 달콤하고 새콤한 과즙이 혀끝을 녹여요.

 

 

작년에는 울 막내와 나란히 마주보고 앵두를 땄었는데...

 

녀석이 이제 한학년 올라갔다고 얼마나 바쁜지...

 

올해는 아직 붉은 기도 안 돌 때 한 줌 따서 내 입에 억지로 넣어주고

 

맛있다고 먹어보라고...극성부리더니...

 

요즘은 앵두나무에서 멀어져버렸어요...

 

빨갛에 익은 앵두...농익어서 바닥에 툭 툭 떨어져요...

 

 

나비란 넘, 더듬이를 파 묻고 앵두를 갉아 먹나봐요...

 

내가 다가가도

 

꼼짝도 안 해요.

 

 

저런...

 

나비의 침실을 엿보아 버렸네요...

 


혼자서 바구니들고 앵두를 따는데...

 

어쩐지 쓸쓸하단... 생각이...

 

(매일매일 나를 골탕먹이고 놀려대는 재미로 사는...

 

울 최후의 보루도 일본 가 버린 때라...

 

문자메시지만 죽어라 보내더군요...)



앵두알보다 작은 청개구리넘...

 

날름 튀어 올라와 놀래키네요.

 

도망도 안 가고...

 

빤히 쳐다보는데...

 

이넘이 겁도 없이...

 


놀랠까봐 앵두를 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바구니를 들어올리지도 못하고...

 

녀석이 피해 줄 때만 기다렸죠.

 

따가운 땡볕 아래에서...청개구리 넘 땜에 한참동안 벌 섰어요...

 

 

한 알 한 알 앵두를 따서 담는데...

 

문득 옥희 할머님 생각 나더군요.

 

집 앞에 앵두를 한알한알 따 모아서 엑기스를 만들어 두었다가...

 

지난 번에 신한증권 사장님 오셨을 때 한주전자 내오셨지요.

 

좀 진하고 달긴 했지만...

 

사장님을 비롯한 부사장님이랑 부장님들이 참 맛나게 드셔 주셨지요.

 

80평생 서울 나들이와 레스토랑이 첨이셨다는 할머님...

 

이장님과 사모님 덕이라며 우리 손을 붙들고 눈물을 글썽이셨던...

 

앞으로 앵두만 보면 옥희할머님의 그 글썽글썽한 눈물이 생각 날 거 같아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가슴 한 구석이 저릿저릿해와요......

 

 

올해는 저도 엑기스를 담아보려 해요.

 

해마다 끓여서 걸러내어 아이들에게 먹였는데...

 

익혀낸 거라 그런지...며칠 못 가더라구요.

 

 

옥상에서 깨끗한 항아리를 꺼내어 닦고, 연기로 소독하고...

 

 

 

앵두를 채워넣고, 황설탕으로 숨구멍을 막았어요.

 

저온저장고에서 슬슬 발효될터이죠....

 

울 최후의 보루 보았으면 술 붓자고 난리칠 터인데...

 

눈 딱감고...기냥 효소 만들려해요.

 

그래서 더운 여름에 얼음 동동 띄워 물에 희석하면...

 

시원하고 새콤달콤 맛난 앵두 쥬스가 완성되겠지요.

 

찰옥수수 배송작업 때 힘들고 지치면...

 

상큼하고 맛난 앵두쥬스로 목도 축이고...

 

기운도 얻으려해요.

 

 

숨쉬는 항아리에서...앵두쥬스 익어가는 향기가 느껴지지 않나요??

 

올여름...삼생마을로 놀러오세요.

 

 

맛난 앵두쥬스 한 잔과

 

그리고 쫄깃쫄깃 차지고 맛난 홍천 삼생마을 찰옥수수가 여러분을 기다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