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친정아버지

삼생아짐 2008. 5. 29.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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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친정가는 길...

 

늘 가던 길이지만 혼자서 운전해 가려니...조금 망설여지기도...

 

그래도 친정어머니께 부탁해 둔 것이 있어서...

 

(사장님이 경상도 분이시라 밥식혜와 북어 보풀이를 특별히 만들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울 최후의 보루는 모심느라 바쁘고...

 

혼자서 차를 몰고 나섰지요.

 

 

 

제가 젤 싫어하는 곳중의 하나가 바로 고속도로 톨게이트...

 

 

매번 통행증 꺼낼 때마다 정확히 정차를 못해서...

 

지난 번엔 울 아들녀석 내려서 꺼내오고...

 

또 한번은 지켜보던 직원이 꺼내주고...

 

그담부턴 울 녀석들...

 

"엄마, 다음부턴 긴~~ 집게나 바가지 하나 갖구 다녀요."

 

삼생아짐 ; 나쁜 넘들...

 

그래두 면허시험 볼 땐 만점이었는데...

 



아파트에 도착하니...어디선가...요란한 새의 울음 소리가...

 


헉!!

 

어쩐지 가까이서 들리더라니...

 

바로 머리 위에 있잖아요.

 


부리가 조금 길면서도 뭉툭하게 생겼는데...

 

참 특이하게 생긴 새예요.

 

이녀석이 내가 새를 좋아하는 줄 어찌알고...

 

마중을 왔나.

 

열심히 찍었죠.

 

동영상으로 새 울음소리 녹화도 하고...

 

 

아버지가 많이 수척해지셨어요.

 

뵐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시는 모습...

 

어쩐지 가슴이 아프네요.

 

자랄 때에는 넘 엄격하셔서...

 

종가집 종손이신데다가 철저한 유교집안이라...

 

서울로 대학진학도 못 하게 하시고...(참 많이 울었지요...)

 

대학때에도 저녁 여섯 시 통금...

 

미팅도 제대로 한 번 못해보고...

 

인사대 학생회 문화부장 활동도 금지...

 

그 어려운 대학학보사 최종합격했는데...학교에서 밤새워 작업해야 한다는 소리 듣고

 

못하게 금지.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은 커녕 카페출입도 금지...

 


모두 다 제겐 금지뿐이었죠.

 

그 엄격함이 너무 부담스럽고 답답해서...

 

빨리 독립하고 싶었는데...

 

대학교 4학년때 남편과 연애한다고...

 

졸업하자마자 시골 들어온 남편 만나러 다닌다고

 

아예 혼인신고에 결혼 시켜버리신..울 아부지.

 

 

지금은 늦게 손녀본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세요.

 

종가집에 딸만 태어난다고 서운해 하시더니

 

그 마음은 잠깐.

 

모든 사랑이 요녀석에게 온통 가 있어서...

 

그 좋아하시던 술도 다 끊으시고...

 

오로지 요녀석을 애지중지 기르고 계시죠.

 

 

저희 키울 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제가 한동안 서운하기까지...

 

 

저렇게 사랑이 많으신 분이 왜 우리 사남매에게는 그리도 엄격했는지..

 

제 눈을 의심할 정도였죠.

 

 

피는 못 속인다고...

 

사십 넘으면서부터는 할머니...아버지 모두 하얀 백발..

 

제 머리에도 하얀 머리가 생겨나면서...

 

비로소 아버지가 덜 무서워졌어요.

 

 

몇년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울 최후의 보루, 아버지더러 AS하시라고...)

 

울 아버지 ; 이사람아, AS기간 벌써 끝났네.

 

하시면서도...

 

 

날마다 제 병실로 걸어서 찾아오셔서 한동안 앉아있다 가시던 아버지...

 

 

 

25년동안 그리도 무섭고 피하고싶던 아버지였건만...

 

차라리 무서울 때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된 모순일까요...

 

차라리 저를 보고 호통치시던 그 당당함이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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