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살면서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은 시간들 중의 한 때가
바로 마악 해가 솟아오르며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는 아침...
안개와 군불때는 연기가 뒤섞여...
새로이 시작되는 또하루의 아침의 냄새가...
제비, 참새, 이름 모르는 온갖 새들의 노래소리가 잠을 깨우고...
잠탱이 민재, 수향이 : (귀를 막으며) 시끄러~~ 고만 좀 지저귀란 말야!!!
제비녀석들, 말을 알아들었는지 조용~~~
아침 잠 없는 영재녀석, 부러 창문을 화알~~짝 열어버리지요.
제비녀석들, 반갑다는듯 더 요란하게 울어제끼고...
삼생아짐 ; 어이, 제비!! 잘한다. 조금 더 크게!!!
영재녀석 ; 엄마, 쟤네들한텐 중국어로 해야돼.
쟤넨 중국 강남에서 왔잖아.
삼생아짐 ; 한국에서 살고 있으니깐 한국말도 잘 알아들어. 그치, 제비야???
층층나무 가지 사이에서 잠시 쉬어가려던 참새녀석...
날개짓하다 제 렌즈에 잡혔어요.
당겨서 눌렀더니 녀석의 둥실하면서도 펑퍼짐한 엉덩이가...
이제 꽃 지고 하나 둘씩 열매맺기 시작하는 배나무...
울 집 화단에 있는건데...찍어놓고도 기억 안남...
어쩔수 없음...
철이른 불볕 더위에 조금씩 타들어갔던 모자리터의 어린모들도
때아닌 된서리를 흠뻑 맞고...얼어버린 듯 싶더니
햇살을 받으면서 점차 깨어나네요...
다행히 아직 밭에 내심지 않아 하우스 안에서 온전한 옥수수모...
이슬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넘 넘 신선해보여요...
남들 다 심고 줄 띄울 걱정해도
옥수수나 심은 뒤 심으려고 미뤄두었던 고추모들...
이번 서리에 살아남았네요.
누구 말마따나 게으른 것도 한 몫 본다더니...
(울 최후의 보루는 선견지명이 뛰어난 거라고 빡빡 우기지만...)
집에서 먹을 고추가루나 만들려고 사다놓았는데
모판에서도 꽃이 피었네요...
고추꽃이 이렇게 이쁜 줄 몰랐어요.
그전에 하우스에서 풋고추 농사 지어 팔 때
하우스 가득 핀 꽃마다 풋고추가 주렁주렁 달리고...
하루종일 따서 밤 새워 찹찹이 골라 담아 가락동 시장에 내곤 했죠.
초저녁 잠 많은 남편은 곯아떨어지고...
혼자 앉아 음악 크게 틀어놓고 고추고르다보면 새벽 두세시 넘기는 건 다반사...
다섯살짜리였던 울 딸
"엄마, 이 고추가 녹광이예요?? 아님, 광복이예요??"
사람들 올 때마다 고추 품종을 읊조리면 사람들이 깔깔 웃곤 했죠.
고추농사 짓는 집 딸답다고...
꼬부라진거, 무른거, 길이 짧은 거 골라내고
쭉 쭉 뻗은 싱싱한 놈만 골라담는데 왜 그리 그 작업이 힘들던지...
고추값 폭락해서 인건비도 안 나와 몽조리 뽑아버릴 때
고추꽃만 봐도 몸서리가 쳐지고...
그 후로는 집에서 먹을 고추가루 만들 거 외에는 안 심는데...
처음으로 고추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어요.
카메라를 다루면서부터는...(실력은 별로 없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좀 더 많은 것들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구요...
아!!
운전하면서 찍을거리 없나...두리번두리번 찾는 버릇만 아님...
더할나위 없는뎅...
가끔 차선이 막 왔다갔다...
최후의 보루 ; 너 운전하는 것만 보믄 내가슴이 철렁철렁해!!!
삼생아짐 ; 보험이나 빵빵하게 들어.
그랬다가 욕 무지먹었지요.
요즘에는 눈에 덜 띄는데 어느날인가, 그러대요.
운전하는 거 갖고 잔소리 하길래, 제가 무심코 똑같이 말했더니...
아무말없이...길가에 커다랗게 걸린 현수막을 턱으로 가리키는데...
'결혼주선...베트남, 필리핀..."
한술 더 떠 울애들; 엄마, 베트남 새엄마 얻음 우리 베트남 말이랑 영어랑 절로 배우겠네??
삼생아짐 ; 헉!!!
그담부턴 제가 좀 조심하긴 하지요.
......
오늘도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네요.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기를 희망하며...
우리땅 지킴이 여러분
바쁜 모내기철, 힘들고 지치겠지만
모두들 힘내서 열심히 살자구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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