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의 나들이길...어르신들의 연세가 높아서 혹 몰라서
이장의 전화번호를 넣고 명찰을 만들었어요.
게다가 전날 서울서 오신 손님들이 여의도에 사람들이 많아서 차 댈 곳도 없다고...
근데 전날 밤 열한시에야 정해진 분들이 있어서...제가 마저 만들어야겠다고 했더니
울 최후의 보루 ; 괜찮아, 기냥 가두돼.
삼생아짐 ; 그래두 다 있는데...빠지심 서운해하실 터인데...
최후의보루 ; 괜찮대두. 두 번 말하게 하지마!
성질을 벌컥!!
삼생아짐 ; 우씨..순 다혈질!!
아니나다를까...
고담날, 출발직전.
명찰 빠지신 분들 ; 내껀??
최후의보루 : (제 눈치 슬쩍 보더니...) 니꺼랑 내꺼 드림 안될까??
삼생아짐 :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버스 세워놓고, 센터 들어가서 다시 만들어가지고 왔죠.
아주머니들 환하게 웃으시며 : 그래도 다 만들어놓은게 있었네??
목에 걸며 아이들처럼 좋아하셔요.
최후의 보루, 슬금슬금 저랑 눈 마주치는 거 피하대요??
돌아오는 길...
최후의 보루 ; 수향아, 명찰 걷어라.
삼생아짐 : (멀미 나 죽겠는데...)
당신이 걷어요!!
큰소리 빠앙 쳤죠.
체험객들 오면 써야할 명찰이거든요.
명찰에 관해 찔리는 구석이 있던 최후의 보루, 하는 수 없이 앞에서부터
차례로 걷어들이대요.
근데...
뒷집 아저씨 ; 하루도 못 걸게 해?? 싫어, 안내놓을거야!!
이장 : 아까워요??
뒷집 아저씨 ; 그래, 아깝다!!
약주 약간 취하셔서...시비조로...
화장실 급하시다더니...차 서자마자 얼릉 가셔서 껌을 댓통을 사가지고 오셨네요.
앞에서부터 하나씩 차례로 나누어주시는데...
삼생아짐 ; 어르신들이 껌을 드실라나??
아니나다를까, 제 앞에 와서 통째로 건네주시더라구요.
다음번 휴게소에서는 호박엿을 한 봉지 사 오셔서
이번에도 하나씩 차례로 나누어 주셔요.
이장 ; 아무래도 뒷집 아저씨 낼부터 손가락 빠시게 생겼네요.
성격 급하고, 목소리 크시고...다혈질에다 약주도 즐기시고...
첨에 시집와서 저도 아저씨 땜에 많이 놀랬지요.
무서워하기도 하고...
울 수향이 갓난애 적에는 한밤중에 오셔서 소리치시는 바람에
자다가 놀래서 경기꺼정 한 적 있어요.
그래도 앞뒷집으로 20년 살다보니까 아저씨의 이런면 저런 면을 많이 알게 되어...
아저씨의 그런 거친 면 뒤에 인정많은 이면도 많다는 걸 잘 알지요.
시장에서 만나면 남한테 돈을 빌려서라도
어르신들 막국수라도 한그릇 대접하는 분이 바로 이분이지요.
예전에 제가 아플 때, 족발사다 주시고...
개울논에 논물보러 다녀오실때면 미나리도 뜯어다 베란다에 놓으시고
다슬기를 주워다 놓기도 하시고...
물고기도 잡아서 손질까지 다 하셔서 건네 주시곤 하지요.
돌아오는 길...
노래 끝꺼정 못 불렀다고 큰소리 내셨지만...
그리고 휴게소에서 주인인 젊은 아기엄마에게 큰소리 치셔서
애기엄마 : (절 보더니 울먹울먹하며) 저 아저씨가 나한테 손가락질 하고, 소리지르고...
삼생아짐 ; 괜찮아요. 아저씨가 목소리 크시고 약간 약주드셔서 그래요.
계산하면서 아기엄마 달래줬죠.
아저씨에게도 모처럼만의 나들이길...
즐거우셨나보네요.
사진정리 하면서 보니까 표정이 참 밝으세요.
예전에는 저도 아저씨가 볶음밥 좋아하시니까 볶음밥도 챙겨드리고..
김밥도 싸서 보내고, 김장도 담아드리고 했었는데...
요즘은 바쁘다는 핑게로 참 소홀했네요.
그래도 아저씨는 철만 되면 곰취도 뜯어다 주시고
집 앞의 두릅도 따다 주시고...
아저씨 나름대로 이것저것 챙겨주시는데 말예요...
울 막내녀석 요번 봄소풍날만 손꼽아 기다리는데...
그날은 김밥 한 줄 더 싸서 아저씨께 들여보내야겠어요.
올해에는 약주좀 줄이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농민들에게는 몸이 재산인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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