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우리집 송아지는 누굴 닮았나???

삼생아짐 2008. 4. 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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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못 보던 넘이...바닥에...

 

최후의 보루 : 야, 송아지 나왔다~~~

 

 

 

삼생아짐 : 뭐야, 이거. 주인아저씨 맞아??

 

최후의 보루 : 응. 나 쟤 주인!!!

 

 

예전 같았으면 송아지 나올 때 쯤이면 우사에 밤새도록 불 밝히고

 

들락날락 밤잠 설쳐가며 정신 없었을터인데...

 

 

어제 검산리 모 이장님 만나서

 

얼큰하게 익어서 돌아온 보루...

 

기냥 잤는데 아침에 이쁜 송아지가...

 

 

삼생아짐 ; 하늘이 도왔다...쯧쯧...

 

최후의 보루 : 쟤네들이 날 닮아서 자기네들이 알아서 다 하잖냐.

 

삼생아짐 : 오~~그러셔??? 애기도 혼자 다 낳으셨어??

 

무늬만 최후의 보루 : (나란히 자는 삼남매를 만족한 눈으로 보며)

 

 쟤네가 누구성을 쓰는데???

 

삼생아짐 : ......

 

한마디도 안 져줘. 한마디도......

 

 

 

원래 사람이 그런가봐요, 잘되면 자기덕분

 

안되면 ......

 

요 삼남매 기르느라 제가 밤잠 못 자가며 , 종이기저귀 안 쓰고 천기저귀 쓰고,

 

돌이 지나도록 모두 모유먹이고, 열 달 동안 뱃속에 넣고 다니느라

 

다리에 쥐도 여러번 나고...

 

(근데 나오니깐 모두 아빠성만...)

 

 

 

......

 

어쨌거나 혼자 낳은 어미나 탈없이 세상에 나온 아기 송아지나 모두 기특한 넘이예요.

 

 

 

 

예전에 송아지낳았다고 소한테 미역국 끓여다줬더니

 

최후의 보루 가소롭다는 듯이 요상한 웃음 지으며

 

하우스에서 잘 마른 시래기 한 다발 걷어오대요.

 

 

그리고 제가 미역국 큰 솥으로 하나 가득 끓여서 부어준 옆에

 

시래기 미지근한 물에 적셔서 나란히 넣어주니깐

 

새끼를 다 핥아주고 난 에미소가

 

시래기만 홀짝홀짝 국물꺼정 맛나게 다 먹어버리는 거예요.

 

삼생아짐 ; 내가 끓여준 미역국은 거들떠도 안 보고...

 

 

최후의 보루 : 원래 소한테는 무가 인삼, 산삼보다 더 좋은 약이야.

 

뭘 알기나 하냐???

 

삼생아짐 ; 이상하다?? 난 미역국이 젤 맛있던데??

 

 

고담부터 집에 사람들 오면 소한테 미역국 끓여줬다고 두고두고 놀려대는데

 

사람들도 같이 웃고요...

 

제가 열 받어서 다시는 안 끓여줘요.

 

......

 

근데...나중에 울 신랑 몰래 제가 한 번 더 끓여줘봤어요.

 

무시래기랑 미역국이랑 나란히 줘 봤는데(울 신랑 없을 때...)

 

근데 이 녀석이 어김없이 무시래기를...

 

그래서 정말 다시는 미역국 안 끓여다줘요.

 

그러니깐 저도 송아지 나오는 날짜에 관심을 덜 갖게 되더라구요.

 

사실 울 신랑 흉봤지만 똑같이 모른 저도 주인자격부족!!

 

 

어쨌거나 녀석, 무럭무럭 잘 컸음 좋겠네요.

 

울 딸 내년에 대학가는데, 농사만 지어서 대학보내려면 넘 힘들어요.

 

송아지 팔아봐야 한 한기 등록금 대기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일부나마 도움되니깐...

 

(가장 좋은건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타고 가는건데...)

 

부모가 말해봐야 잔소리죠.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거니깐요.

 

부모가 아무리 이래라 저래라 해도 본인이 깨우치지 않음 아무 소용없죠...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고3엄마네요.

 

부담주지 않으려 해도...참 그게 ...쉽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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