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마악 저녁을 먹고 컴 앞에 앉았는데...
바로 대화창이 띠잉~~ 뜨네요.
울 아부지 : "오늘 대보름 오곡밥에 귀발기 술 한잔 하엿는지?"
이젠 타자도 잘 치시네요...
(제가 손가락 많이 움직여야 치매 안 걸린다고 꼬셨거든요...
(실시간 타자로 대화해도 속도 절대로 안 떨어져요^^)
화상방에서 손주들이랑 화상채팅도 하시고...
제가 찰밥 못 먹었다니깐
울 아부지
"약오르지 너 어멈 먹으로 오란다"
신랑 없는 동안 새벽에 소 밥 해주랴
출근하랴
애들 학교 보내랴
무지 바빴는데 수고했단 한 마디 말 없어 살짝 삐친 김에 신랑 흉보니깐
신랑 챙겨주라고...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울 아부지 어머니도 가끔 싸우셔서 (나이들어가시면서 의견대립을...)
사이좋게 지내시라니깐
울 아부지 : "니 엄마 고집통 누가 말여"
삼생아짐 왈 : 아버지 고집도 만만찮어요^^;;
그랬더니 울 아부지
"그러냐 나는 현군인데"
(대단하신 울 아부지, 한 마디도 안 지시네??)
울 딸녀석 뒤에서 들여다보다가
현군이 뭐냐고 묻길래
"현명한 군자"라 그랬더니 할아버지 웃긴다고 배꼽쥐고 뒤집어지고...
결국은 울 아부지
제가 아버지 닮아 고집 세다고 신랑한테 양보하라고...
마무리 당부 멘트 한 마디 날리시더니...
울아부지 : 그럼 이만 안녕
하시더니 뾰로롱 나가시네요~~~
자랄땐 우리 형제들에게 항상 근엄하고 엄격하시기만 하셔서
늘 아버지가 어렵고 힘들었는데
연세 드시니깐 이렇게 아버지랑 서로 농담도 주고 받게 되네요.
어쩌면 말로 주고받으면 서로 어색하고 힘들일들을
이렇게 컴으로 주고받으니까
더 자연스럽고
잔소리로 들리지도 않고
가족이 함께 웃을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 들어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울 딸녀석
수향 왈 : 엄마, 할머니하고는 대화 안 해??
삼생아짐 : 안 하긴 왜 안해?
엊그제도 할머니께서 자유게시판에 댓글 다셨던데...
울 시어머니 : 설때 나와서 컴 고쳐줘서 잘 보인다
고마워 백경숙씨
아이들은 다 잘있겠지?
(며느리보고 이름을...ㅎㅎ...백경숙씨라고...
게다가 컴퓨터가 아닌 "컴"이라고 줄여서...)
고 밑에 밑에 보면 새학년이 되어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 만나기를
기도하신다는 말씀도...
내일은 진짜 대화창으로 대화걸어 봐야겠어요.
삼생아짐 왈 : 이경순 여사니임~~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해가면서요.
이런때 시어머니 이름 안 부름 언제 부르겠어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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