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바쁜 농촌일...
모든일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농사일은 때가 있어서
그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는 모두 물거품...
그래서 씨 뿌릴 시기며, 김 매주는 시기며, 거두는 시기가 남보다 넘 늦어도 안되고
넘 빨라도 안되고...
그 때를 맞추는게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논모심기며, 각종 씨앗 뿌리기, 그리고 밭작물들 모두 들어가는 시기라...
다들 넘 정신이 없지요.
그래도 손님 맞이하는 큰일을 치뤄야하기에...
늘 행사 전날 모여 담으면 시원한 맛이 없이 미지근하고
익지 않은 김치가 싫어서
일찌감치 김치 할 생각에 재료를 전부 준비했어요.
혼자서 담아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형님들 의견을 들어야지 싶어...
그냥 회의하는 줄 알고 모였던 부녀회 임원들...
바로 조금전까지만 해도 모때우고 밭에서 일하다 온 기색들이라
얼굴은 까맣게 타버리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
"수향엄마한테 속았당~~~"
삼생아짐 ; 죄송^^;;;
제가 다 해버릴테니깐...정 피곤하심 그냥 가세요.
큰소리 파앙!!!
(그러다 그냥 감 큰일인뎅...)
다행이도 기냥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네요.
덕분에 한밤중에 마늘, 파, 양파 까고, 열무다듬어 김치 담고,
곤달비 씻어 장아찌 재우고, 찹쌀풀 쑤고, 생강 까서 갈고...
참나물 물김치 담고...
현기네형님 ; 찹쌀 풀 언제 식나...찬물에 담그어 놓을까??
삼생아짐 ; 전 기냥 뜨거운거에다 고추가루 섞고, 젓국 섞어서 기냥 하는데요??
김치 빨리 익히기도 하고...
그랬더니 형님들...혀를 끌끌 차면서, 실실 웃으면서 쳐다보네요.
에휴...어지간해...하여튼...
하면서 쳐다보는 눈이...
그전에 제가 참으로 맛난 옥수수 낸다면서
반도 안 여문거 죄 따서 쪄서 냈던 그 때의 그 황당해하는 표정이랑 똑같애요.
지금은 형님들이 저더러 옥수수 이정도면 따도 되겠냐고 도로 물어보셔요.
졸려운 눈을 비벼가며 은지엄마, 혜연엄마, 성호네형님. 현기네 형님
그리고 저...
(혜연엄마는 담날이 신랑 생일이라 돌아가서 고기 재워야한다고...
하면서도 끝꺼정 다 했어요.)
이렇게 부녀회 임원들이 모여
밤늦게꺼정 일했지요.
그 와중에 슬며시 알콜도수 높인 이장 찾아와서
형님들께 애교떨고...
이장 ; 형수님들, 이번 행사 끝나면 내가 바다 모시고 갈께.
이번에 맛나게 잘 해봐요.
신신당부를...
현기네 형님 ; 삼춘, 얼른 집에 가.
일 방해하지 말고!!
울 최후의 보루, 다른 분들 불러 한 잔 더 하려다 고냥 쫓겨났지요.
쌤통!!
김치하면서, 장아찌 담으면서, 정리하면서...
찹쌀풀을 쑤어 만든 참나물 돗나물 김치!!
얼마나 맛나게 되었는지...
참나물의 향긋한 향과
돗나물의 상큼한 맛이 어우러져...
시원하고 향긋한 참나물 물김치가 만들어졌어요.
역시 찹쌀풀을 쑤어서 버무려놓고...
곤드레엔 역시나 열무김치가 최고!!!
다 해놓고 집에 오니...자그마치 열두시...
민재녀석, 편지 써 놓았더라구요.
엄마, 빨리와요.
민재팬 민돌이가 말하잖아요.
민재 엄마 빨리와요.
으앙.
민재엄마 빨리 안오면 혼나요.
회관에서 쫓겨난 아빠랑, 초저녁잠 많은 형은 이미 잠들고
제가 없어 기다리다 혼자만 깨어있어 무서웠는지 십자가도 그려놓고...
삼생아짐 ; 울먹...
어쨌든 부녀회 형님들이 늦은 밤꺼정
김치 미리하고, 정성 들인 덕분에 자매결연 회사 부장님들..
음식이 넘 맛나다고...
자그마치 곤달비 장아찌를 몇 접시나 드시면서...
"상군두리 부녀회원들을 위하여!!!"
건배도 해 주셨어요.
비록 뒷모습밖에 못 찍었지만...
건배 소리 듣던 중에
부녀회원들을 위한 건배는 첨이라...
삼생아짐 ; 필요한 거 있음 더 말씀하세요. 제가 팍팍 갖다 드릴께요.
사실 시골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어요.
값비싼 재료 살 형편도 아니고...
그저 우리 마을에서 재배한 것들로..
그리고 우리 시골에서 만든 장과 들기름 등으로..
우리가 음식 한 가지를 만들어도 정성과 성의를 가지고 만드는 것
그것 밖에 더 있겠어요??
비록 값비싼 음식은 없었지만...
소박한 시골 밥상을 정말 맛나게 드셔주신 자매결연사 여러분께
이 자리를 들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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