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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농사는 사람농사랍니다.

삼생아짐 2013. 12. 2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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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여름내 푸르던 들판이 황금빛으로 변했다가 다시 텅 빈 벌판으로 변하고,

다시 또 흰 눈이 내려 하얗게 뒤덮이면 이제는 농가의 아낙도 쉴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겠지만......

 

 

삼생마을의 아낙들은 여전히 쉴 짬이 없습니다.

왜냐구요?

겨울철이 되면 겨울철이라 놀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절임배추를 내보내자마자 들깨랑 깨를 손질하고, 팥을 고르고, 콩을 고르고,팥으로는 팥죽을 쑤고, 콩으로는 메주를 쑤고 청국장을 띄우지요.

요맘때 농가를 방문해보면 어느 집이나 메주 띄우는 냄새가 아주 향긋합니다.ㅋ

 

처음에는 그 냄새가 익숙치않았지만 지금은 향긋하게 느껴지는 정도로 되었네요. 역시 사람은 모든 것에 적응하기 나름인가 봅니다.

 

 

그러다가 해를 넘기고, 1월이 되자마자 고추모를 붓고, 가식을 하고, 보온 비닐을 열어 햇볕도 쬐었다가 밤이 되면 얼지 않도록 덮어주고,그럭저럭 동동거리다 보면 또다시 농사일이 돌아오지요.

 

어찌보면 일년 내내 바쁜게 우리네 농가아낙들입니다.

 

그런데...삼생마을 아낙네들은 그 바쁜 사이 또다른 일을 만들었답니다.

바로바로 사람농사인 주민교육이지요.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 주민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에서 개설한 한식 조리사 과정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도전장을 내고 공부 삼매경에 빠진 거지요.

 

노안이 와서 글씨가 잘 안 보인다시면서도 열심히 문제를 풀고, 스마트한 시대답게 스마트폰으로 기출 문제를 다운받아 시시때때로 풀기도 하고, 센터에 나와 컴퓨터로 실시간 주어지는 예상 문제 풀이도 합니다.

 

 

저를 볼 때마다 한 개 외우면 열개 잊어버린다고 투덜거리기도 하시고, 나만 떨어지면 어떡하냐 걱정도 하시지만 매일매일 센터에 모여 공부하시느라 정신없습니다.

 

 

 뿐인가요, 이번에는 도농교류 센터에 모여 전문강사님을 모시고 건강을 지키는 수지침교육과 웃음치료 교육도 실시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신청자가 넘쳐 통로에 보조 의자를 놓았습니다.

 

 

사실 병원이나 약국이 먼 시골에서는 평상시의 건강관리와 응급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직접 지은 농산물을 먹고 사니 모두 건강하겠다고 하시겠지만 

 

고된 농사일과 바쁜 농사일에 운동할 짬도 없이 매달리다보면 사실 건강관리할 틈이 별로 없거든요. 게다가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파야지만 병원에 가고 웬만한 병은 진통제나 소화제로 때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의 딸이 어렸을 때, 저도 웬만하면 이겨내려니 하고 미루다가 갑자기 열경기를 하며 의식을 잃는 바람에 얼마나 당황했던지...그 당시 조합장 사모님이셨던 어르신께서 수지침을 놓아주셔서 아이가 깨어났기에 나름 수지침의 효과는 어느 정도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혈을 알고, 증세에 따른 응급치료의 일환으로 수지침 놓는 방법은 시골에서 아주 유익한 교육이다 싶어 이번에 교육 개설을 한 거지요.

   

 

또 하나의 교육은 바로 웃음치료 강의입니다.

 

 

미국 인디애나 주 볼 메모리얼병원에서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 하루 15초씩 웃으면 수명이 이틀 더 연장된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암을 비롯한 현대의 대부분의 질병이 식생활을 비롯한 스트레스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지요.

 

또 다른 의사들은 하루 10분간 통쾌하게 웃으면 두시간동안 고통없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고 했으며 웃음은 순환기를 깨끗하게 하고 소화기관을 자극하며 혈압을 내려준다고 했답니다.

 

그 밖에도 웃음은 병균을 막는 항체의 생성을 촉진시켜 암을 물리칠 수 있으며 1분을 웃으면 10분의 운동효과가 있다고 할 정도록 우리 인체내에 건강한 기를 불어넣어주는게 웃음치료라 할 수 있어서 요즘은 웃음치료 전문 강사도 많이 생기고 우리 몸에 유익하게 웃는 방법도 알려주는 강좌들이 많은데, 이번에 그 강사분을 마을로 초청, 주민교육을 한 거지요.

 

웃음소리가 동네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데 참 듣기 좋았습니다.

 


식사 준비는 다섯만 모이며 소뿐만 아니라 말도 때려(!)잡는다는 5개리 부녀회장님들이 말대신 토종닭을 잡아 닭곰탕으로 맛나게 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소나 말은 부녀회장님들은 피해다니는 걸로다가...ㅋㅋ

 

 

집에서 가져오신 고추말랭이,백김치, 총각무김치, 곰취장아찌, 오이지 무침, 배추 겉절이무침, 그리고 콩나물 공장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얻어오신 콩나물로 겨자소스 무침을 하고,제가 실력발휘를 하여 약식을 만들었지요.

교육이 끝난 후 다들 맛나게 먹었다고 해 주시네요.

 

 

50명이 넘는 주민들 식사준비하시느라 강의 들으실 새가 없어 강의를 마치고 떠나시려는 강사님 붙들어서 부녀회장님들만 특별히 지압 처방 받게 해 드렸습니다.

 

어깨가 결리시는 형님, 허리가 아픈 형님, 두통이 심한 형님들......

일년내 농사일로 아프게 굳어진 부위의 혈을 찾아 압봉을 붙이고, 혈을 자극하는 법 등을 교육 받도록 해드렸지요.

 

강사님께는 죄송했지만 제가

"앗싸, 본전 뽑았당..."했더니 제 남편,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젓네요.

 

"저 다이어트 처방은..."

 

했더니 제 남편,

"운동해!!"라고 중간에서 톡 자르네요,칫.

그 말이 맞긴 맞는데 좀 서운하네요.뭐, 그렇지만 운동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게 맞긴 맞으니 입 다물밖에요.

 

 

교육 후, 서석농협과 함께 깨끗한 마을 만들기 발대식도 했습니다.

깨끗하고 살기 좋은 마을은 우리 주민들 손으로 가꾸어 나가자고,약(!)속(!)~~했답니다.

(청소 후 여기저기 결리고 아프면 오늘 배운 수지침 놓는걸로다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