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국외)/베트남 6

베트남 다낭여행 다낭대성당(핑크대성당 혹은 수탉성당)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좋은 점중의 하나가 지나간 날의 오늘 추억을 보여주는 것이다. 몇년 전 서방님 고등학교 동문회 와이프들끼리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사진들이 차례대로 보여진다. (서방님들이랑 같이 가자니까 회원분 한분이 죽어도 여자들끼리만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여자들만...ㅎ 근데 생각보다 여자들끼리의 여행도 좋았다.) 요즘처럼 해외여행을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시기에는 여행 다녀왔던 때의 사진을 보면서 가까스로 마음을 달랜다. 하긴 여행은 커녕 생업에도 많은 타격을 받고 명절날 가족들조차 만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인데 여행 타령은 그야말로 사치라 할 수 있겠다. ㅠㅠ 어쨌든......추억사진을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기를 올리지 못했던 차에 몇 년이 지나서 다시 여행기를 쓸 기회도 생긴..

베트남여행기3

새벽, 하노이에는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퍼붓고 있었다. 간간이 보이는 한글로 된 간판과 베트남어로 된 낡고 작은 건물들, 프랑스의 식민지 영향을 받아서인지 프랑스풍의 좁고 긴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거리의 모습이 보인다. 날이 밝아오자 무수히 이어지는 오토바이의 행렬들이 그네들의 일과시작임을 알린다. 사탕 한 알을 끝까지 빨아 넘기지 못하는 급한 성격의 내가, 늘 바쁜 일과에 치여 눈을 뜨면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편히 쉬지 못하던 일상을 뒤로 하고, 호텔에서 차려진 아침을 정말 편안하게, 맛있게 들었다. 한국에서는 실물을 보기는커녕 제주도의 한 농원에서 재배해서 컴에 올린 용과의 사진을 보며 어떤 맛일까, 궁금해했었다. 비싸서 손도 못 대던 용과였는데 정말 실컷 먹었다. 키위맛인데 ..

베트남 여행기2

라이 따이한의 슬픈 곡성이 들리는 베트남, 한국의 백마부대가 가장 잔인하고 무서웠다는 베트공,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킬링필드에서 죽은 시체가 넓은 들판을 가득 덮었던 죽음의 땅. 사천만 인구중에 오분의 일인 팔백만이 죽었다는 한 서린 넋들이 가득한 그 땅위에 내가 탄 비행기는 사뿐히 내려앉고, 한국의 기후와는 달리 끈적하고 후덥한 습기가 밤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척척 달라붙는다. 호텔로 가는 차안에서 창문에 얼굴을 박고 하노이의 냄새를 맡았다. 어둡고 습한 냄새, 사람이 살지 않는 듯 일찌감치 불꺼진 건물들, 낡고 오래된 건물들과 우리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작아 보이는 사람들, 시내로 들어서자 오토바이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차와 사람과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신호등이 없이 잘도 얽혀져 돌아간다. 신기..

베트남여행기1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갈까, 말까. 어쩌면 한순간의 망설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야지, 당연히! 공짠데, 이게 어떤 기회인데. 내 평생에 단 한 번의 혼자만의 여행일런지도 모르는데...... 사실 무료 해외여행의 달콤함에 글을 썼으면서도 정작 떠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너무도 믿기지 않아 고향주부모임 홈피에 올라있는 이름을 보고 또 보고 했다. 아내로, 주부로, 엄마로, 시골 농부로 오랫동안 살다보니 이런 황금 같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망설임이 왔다. 김장 무도 못 심었는데, 막내 녀석은 밤에 내 머리냄새를 맡지 못하면 잠을 못 자는데, 밤 열 한 시에 끝나는 고 일짜리 딸아이는 누가 데려오나, 그 아이의 저녁 도시락은 누가 싸고 누가 갖다 주나, 혹 술 좋아하는 그이가 잠들어버리면 어떡하지, 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