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지가 뭐 아남유???

삼생아짐 2023. 10. 29. 17:02
728x90
결재기능이 있는 마을 홈피가 사라지는 관계로 여러 쇼핑몰 입점 작업을 하고 있다.
 
콘텐츠 올리고, 수정하고, 수수료 계산하고,
 
하여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ㅠㅠ
문득 15 여 년전 농촌마을 관리자 초기에 마을분들 생산하신 농산물 판매를 위해 콘텐츠 짜고
 
홈피에 입점 작업하면서
 
물건 수배하고 판매할때 들었던 얘기가 생각난다.
 
 

 

농촌에서는 너무 수치에 밝게 따지면 안된다고,

 

다소의 어수룩함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져 이익이 될수도 있다고 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가끔 농촌 사람들의 정서를 너무 이해 못할 때가 있단다.
 
예를 들어 도시 사람이 오리를 한마리 사려 한다.
ㅡ 얼마 드림 될까요?
 
ㅡ 알아서 줘유.제가 뭐 아남유.
 
ㅡ 만원이면 될까요?
 
ㅡ 냅둬유. 그냥 개나 잡아먹으라 그러지유.
 
ㅡ 그럼 5만원이면 될까요?
 
ㅡ 그냥 돌아다니다 콱 죽으라 그러지유, 뭐.
 
ㅡ 그럼 10만원이면 될까요?
 
ㅡ 가져갈람 가져가유. 제가 뭐 아남유?
이런 자세가 바로 농부의 자세란다. ㅋ
 
 
 
맞나?
 
30년쯤 살아보니,
 
맞는지도^^;;
그런데,
 
칼같은 젊은 농부가 많아지고 마을내 전문적인 영농법인이 많아지는 때,
 
이런 얘기는 시대착오적일랑가.
 
 
어느덧 절임배추 주문철이 다가왔다.
ㅡ 올해 절임배추 얼마하나요?
 
ㅡ 알아서줘유. 지가 뭐 아남유?
 
ㅡ 만원이요?
 
ㅡ 냅둬유. 그냥 닭이나 쪼아먹으라 하지유.
 
ㅡ 이만원이요?
 
ㅡ 그냥 콱 갈아엎어 거름이나 하지유.
 
ㅡ 오만원이요?
 
ㅡ 주문할람해유. 제가 뭐 아남유?
 
 
 
 
 
먹힐려나?^^;;
 
그래도 오만원에서 앞자릿수 살짝 줄였는데 다들 배추가 흉작이라 더 받아야한다고 하신다.
 
소금값, 인건비, 자재값, 택배비 다 올랐다고.
소비자, 생산자 입장을 동시에 고려해서 판매하고 있는 마을 관리자 입장에선
 
언제나 가격결정이 큰 고민중의 하나이다.ㅠㅠ
 
(고령화, 노령화로 다들 절임배추를 손에서 놓으시는 바람에 20년 고객 놓치기 아까워 작업하지만 나도 어느덧 노령화에
접어서고 있다.
 
조만간 손에서 놓을런지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