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밥값,쌀값,소값...인생값

삼생아짐 2021. 2. 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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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쌀 푸대를 풀 때마다 잠시 생각하곤 한다.

ㅡ나, 밥 값 하고 살고있나???

 

그리고 다시 매듭을 한번에 주르륵 풀 수 있을까를 고민하곤 한다.

 

잘못 풀면 봉투와 봉투 사이 실밥을 일일이 잘라줘야 하기에...

(별걸 다 고민한다고 시크한 울 서방님 그럴지도 모르겠다. -_-; )

 

그래도 한번에 쌀푸대 주르륵 풀릴 때의 상쾌함, 

그런 소심함에 잠시나마 위안받는 내 심정 알랑가 모르겠다. ㅋ

 

 

예전에 소를 기를때

밥달라고 소리치는 녀석들 성화에

매듭을 풀어볼 엄두도 못내고

조그마한 칼로 사료푸대 앞면을 쭈욱 찢어 녀석들 머리 사이로 사료를 쏟아주면

기다릴줄 모르는 녀석들이 대가리(?) 아님 대갈(!)님을 들이밀어 사료를 뒤집어 쓰기도 하고

도리질에 사료푸대를 쳐서 바깥으로 쏟아내기도 하고 그랬다. (-_ど)

 

사는게 그렇다.

 

힘들게 농사지은 쌀 한톨이 소중한 농민은

밥 한 숟갈 먹으면서도 밥값하고 사나 고민이지만

주는대로 먹는(사육되는?) 가축들에겐

바깥으로 쏟아지는 사료들이 아까운걸 모른다.

 

ㅡ밥값하고 살고 있나,나는???

 

하긴 쌀값 폭락에 그나마 제대로 팔리지도 않는 쌀 붙들고 고민하면서

소농사 접은 것처럼 쌀농사도 접어야하나...

 

지금은 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다 팔아버린거 가끔 후회한다.

특히나 농사꾼에겐 소똥 거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농부 31년차에겐......ㅠㅠ

(그래도 그 당시엔 사료값은 치솟고 

소값은 바닥이라

한달에 백만원이상씩 적자가 나서 어쩔 수 없이 축산업을 포기했었다.)

 

농사짓는 내내

갈등하는 즈음즈음엔 밥값한다는 말이 어쩌면 무의미해지는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되기도 한다.

(애들과자 한봉지,아이스크림보다 싼 쌀값이었다.

커피 한 잔 보다 싼 쌀값. ㅠㅠ)

 

농촌마을 사업도 그렇다는 생각이 가끔 들곤한다.

때론 깊은 바다 한가운데 조약돌 던져 메꾸는 느낌...

 

그래도 그 누군가는 그 바다를 메꾸어

밭을 만들고 다리를 세운다는 기적아닌 실천(?)을 보면서

부족한건 내의지가 아닌 능력이란 자괴심도 들고...

 

올해 농사 지을 거름으로 

남편 조카한테 가을에 볏짚 모두 주기로 하고

거름을 두 차 받았다. 

하우스에 들어가고 밭에 뿌려질 거름.

정말 '똥'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는 요즈음이다.ㅋ

 

그렇다.

 

생각 많이 하지말고,

고민 많이 하지말고

조금은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도 있으려나?

 

이런 시간,

이런 고민조차 쓸 데 없다 여기면 할 말 없음.

 

나, 나이 들어감 실감.

새벽에 깨는 시간이 많아졌다. ㅡㅡ;;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골짜기가 깊으면 산이 높다고 한다. 

 

삶이란게 그런듯 싶다가도 살아도 살아도 알 수 없는 게 삶이다. 

특히나 농부로서의 삶. 

 

앞이 보이지 않으므로 희망을 버리지 말고 

꾸준히 살아내야 하는게 인생값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