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정체성이 뭐예요?

삼생아짐 2018. 3. 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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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잠자고 일어나 커텐을 걷으면 하얗게 내린 바깥 풍경이 그리도 설레임이었더랬습니다.



결혼하고, 운전하면서부터 하얀 눈은 사고를 유발하는 부담감 백배요인이었고
마당 넓고 옥상 넓은 집에 살면서는 몇시간 고된 노동을 불러오는 귀차니즘의 발현이기도 했지요.


어젯밤에 춘천에서 사복과(사회복지학과) 스터디를 마치고 밤늦게 돌아오는 길,
한며칠 살포시 올라가는 기온덕에 차창에 번지는 빗방울이 눈이 되진 않을거라 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온 세상이 하얗네요. 


오랫만에 느껴보는 설레임...아마도 다시 시작하게된 사회과학 공부 덕인듯 싶습니다.


대학교때 무심코 접하다 말았던 사회과학 공부는 차가운 이성보다 따뜻한 감수성을 되살려주나봅니다.

ㅡ내가 육체노동자야, 정신노동자야?
저녁 아홉시면 곯아떨어지는 서방님이 늦게까지 기다려준게 고마워 잠 쫓으라고 물었더니
ㅡ니가 무슨 노동자냐?
하네요. ㅡㅡ;;

농촌총각한테 시집온 30년동안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해왔던 고민이었는데...이렇게 쉽게 부정당하다니...ㅠㅠ
하긴...뒷좌석에 실린 유리를 놓고 주고받았던 대화 생각하면 여전히 내 정체성은 오리무중이기도 해요.


뜨거운걸 올려놓아 금이 간 식탁유리를 어쨌든 써보고자 했지만 계속 금이 가서 어쩔 수 없이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난초무늬로 깼다고 칭찬(?) 내지는 위로해 주던 서방님,
(내가 신사임당이라도 된듯 애들한테 자랑했지요. 마치 아무도 할 수 없는 예술작품을 만든 것마냥 으쓱해서요.ㅋㅋ)

어제 춘천 나간 김에 식탁유리를 갈면서 제 서방님, 그 유리에 삼겹살 구워먹어도 된다고 하네요.ㅋ
ㅡ정말 삼겹살 구워도 돼?
했더니 피식 웃습니다.
ㅡ그만큼 내열성이 강하다는거지.

아, 유리에 삼겹살 구워먹으면 안되는구나.

그런데 어쩐지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내 정체성이 정말 헷갈리기도 해요.
왜 이나이 먹도록 아직도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생기면 직접 해봐야 이해가 가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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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유리에삼겹살구워도될듯싶은데이번에도깨면뭐라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