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청 SNS서포터즈

파근파근 밤 맛 나는 호랑이콩(울타리콩) 수확했어요

삼생아짐 2017. 11. 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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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지역은 산간분지인지라 연교차 일교차가 크고, 생산하는 작물들이 모두 어느 정도의 저장성과 병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고, 육질이 단단하며, 타지역보다 더 당도가 높고 맛도 좋은 편입니다.

매해 여름과 겨울, 한차례씩 전국 날씨뉴스에 보도되는데, 강원도 홍천 서석 최고기온( 40도), 최저기온 (영하 30도)으로 콕 집혀서 나오곤 하지요.ㅋ



주생산품인 찰옥수수, 쌀과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오이,애호박,풋고추,토마토 등의 시설채소 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 해마다 억대 농부를 배출하는 곳이기도 하죠. 



저희도 오랫만에 비닐하우스를 다시 짓고 거의 20년만에 오이를 심었는데요,

약 두달 가량 오이를 따고 나면 다시 오이를 심는 분들도 계시고, 쥬키니 호박을 심는 분들도 계시는데, 대개 줄콩 특히 호랑이콩을 많이 심으시더라구요.



줄콩의 종류는 여러가지인데 강낭콩, 팥처럼 붉은 콩, 호랑이콩(일병 밤맛이 난다하여 밤콩) 등이 있는데,



이 울타리콩은 울타리 곁에 씨앗을 던져두듯이 심기만 하면 줄을 타듯 울타리를 타고 무럭무럭 잘 자란다고 하여 울타리콩이라 부르는데요,



알록달록 호랑이처럼 호랑이무늬를 갖고 있다 하여 호랑이콩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울타리콩은 천연여성 호르몬 성분이 많아 특히 갱년기 여성들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은 마을 주민분들 것을 열심히 팔아드렸는데 수요가 딸리기도 하고 저희도 오이를 심었던 차에 올해 겸사겸사 이 호랑이콩을 하우스에 심었죠.



올해 오이값이 너무 좋아 서방님이 콩 심으면 오이 안된다고 심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오이 끝나고 노는 땅이 아까울듯 싶어 새벽마다 서방님 몰래몰래 이 울타리콩을 심었더랬습니다.



그랬더니 오이 끝나고 이렇게 울타리콩 섶이 무성하게 잘 자라있네요.

근데 서방님 눈치보다 너무 늦게 심어서인지 호랑이콩이 여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아 동네 형님들 찾아다니며 이거 먹을 수 있을까, 없을까를 보아달라 한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ㅠㅠ



그때마다 형님들 저희 하우스에 오셔서 이 콩 먹겠다, 못 먹겠다 말씀해주시곤 했는데 호랑이콩은 늦게 자라니까 자칫하면 못 먹을런지도 모르겠다고 하셔서 엄청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다른 비닐하우스 한동은 호랑이콩인줄 알고 심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호랑이콩은 아닌 호랑이콩과의 작은 콩이었던지라 얘는 성장속도가 빨라서 먹을 수 있겠다고 하시네요.



완전 뒷걸음질치다 쥐잡은격이라고 하시네요.ㅋ

저는 그래서 얘를 고양이콩이라 부릅니다.ㅋ



그리고,,,드디어 수확을 했습니다.

호랑이콩은 자매결연 삼성 SDS 개발센터 분들이 오셔서 한동을 몽조리 따주셨고요,

나머지는 제가 이틀에 걸쳐 음악 틀어놓고 열심히 따들였습니다.



뿌듯...흐뭇..

못 먹을줄 알았는데 따게 된 것만도 좋아서 하우스에서 혼자 콩을 따면서도 지루한 줄을 모르겠더라구요.


제서방님, 서방님 말 안듣고 혼자 콩 심었다고 투덜투덜하더니 자기는 콩은 일절 손 안대겠으니 알아서 하라더니 제가 혼자서 따는 거보고 슬그머니 들어와 따다가 도저히 익은 것과 안 익은 것을 구별 못하겠다며 아예 포기해 버리고, 저혼자 열심히 땄지요.

그냥 음악감상시간이라 생각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조용조용 도닦는 심정으로요.



(울 서방님, 포기하고 나가더니 제가 하우스에서 일하는데 혼자 쉬기 미안했던지 대신 청소며 정리며 들기름짜러 갖다주고 토마토따고 더 많이많이 일했네요. 어쩌면 콩 계속 딸걸 그랬다고 살짝 후회했을런지도...ㅋ)



호랑이콩의 껍질은 억세어서 그냥 까면 손톱이 다 망가지고 손목과 손가락에 무리가 옵니다.



이틀동안 그늘이나 햇볕에 말려 시들리키고 난 후, 이렇게 가위로 대가리(?)부분을 잘라준 뒤에 한꼬투리 한꼬투리 껍질을 깠습니다.



원래 시어머니랑 친정어머니가 까주신다고 하셔서 이작업이 손가락을 많이 움직여야 하니 치매예방 효과도 있을거라 스스로 위안하면서 저는 그래도 어르신들 일거리 만들어 드리는 효녀로구나...생각했는데...



두분이 노인대학이며, 복지관이며 배우시고 다니시는 곳들이 많아 시간을 못내셔서 저녁마다 제가 이거 붙들고 앉아 깠지요.ㅠㅠ



우리가 흔히 먹는 늦서리태의 약 10배~20배 정도 더 큰 크기의 호랑이콩입니다.



껍질째 삶아서 먹어도 좋고, 이렇게 삶은 콩을 분리하여 호박죽이나 단팥죽에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또는 설탕을 넣고 졸여도 맛나고요.

특히 밥을 지을 때 넣으면 콩을 안 먹는 우리 서방님도 이 콩을 잘 먹습니다,

밤맛이 난다고 하네요^^



따자마자 주문 전화 들어와서 이렇게 스티로폼 박스 밑에 보냉팩을 넣고 500g씩 포장한 콩을 나란히 넣습니다.




밀봉포장한 것들은 냉동실에 넣고 얼릴 예정입니다.

작년에 레스토랑 하시는 분이 겨울에 이 호랑이콩 냉동을 찾으셔서 저장했던 것 몽땅 보내드렸는데, 올해에는 좀 더 많이 냉동보관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요건 딸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줄기에서 딱딱하게 말라진 것들
이렇게 말린 콩들은 일년내내 판매합니다.

강남콩과 비슷한 호랑이콩은 강남콩에 비해 알이 굵고 줄무늬 색이 호랑이처럼 색깔이 아주 찐한 선명한 색을 띄며, 장기복용 시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네요.

비타민 B군 특히 B1,B2 외 나이아신 성분이 풍부하고, 천연여성호르몬이 가장 많아 특히 여자들에게 좋다고 해서 열심히 먹어볼 예정인데요, 



호랑이콩의 약 10분의 1 크기인 요 고양이 콩도 호랑이콩과 비슷한 밤맛이 나는 맛난 콩이네요.



호랑이콩을 까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경험만큼 좋은 스승이 없다!


어제 오후, 집 앞에서 쥬키니호박 따던 형님,
ㅡ어이구, 콱~ 된서리나 와야 일 고만두지......멀쩡한 섶 자를수도 없고....
하고 푸념하시길래
ㅡ안돼요!!! 나 아직 콩 따야돼요!!! 아직 서리오면 안된단말이예요옷~~~



해놓고 저녁 늦게까지 죽어라 땄는데...그담날 새벽 정말 영하 4도까지 내려가고 된서리 오는 바람에 토마토섶과 고추섶이 마치 뜨거운 물을 끼얹은마냥 몽땅 시들고 여물어가던 울타리콩도 몽땅 물러져버렸네요.

그래도 웬만한 것들은 몽땅 수확한터라...아쉬움은 없네요.



ㅡ 방울토마토랑 고추 따서 로컬푸드 내야지...
했는데 이제 더이상 하우스안에서 빡빡 길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나도모르게 살짝 입가에 웃음이...ㅋ (허탈해야 하는데...^^;;)

호박값은 안 나오는데 심어놓은거 뽑아버리질 못하고 매일매일 하우스 한바퀴씩 돌아 한바구니도 좋고 두바구니도 좋고 가락동 시장에 출하하던 거 이제 안내도 된다는 동네 형님 맘이 살짝 이해가는 순간...ㅋ


농부란 이렇게 하늘이 먹어라 해야 먹는 것에 순응한답니다.

아무리 가격이 없어도 애써 키운 작물, 내손으로 뽑아내 버리지 못하고 하늘이 버려줄 때까지 묵묵히 일하는 거, 이게 바로 농부의 끈기이자 작물에 대한 애착인거죠.


요즘 밤 늦게까지 호랑이콩 껍질 까보니까 이제야 비로소 콩을 어떤 때 따야되는지 이해가기도 해요.

정말 정말 경험만큼 소중한 스승은 없는거죠.


내년엔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잘 지을 수 있을듯도 싶네요.ㅋ (울 서방님, 올해 이렇게 고생했는데 내년에 심으라 할까요?? 내년에도 서방님 몰래 울타리콩 심을 생각에 더 열심히 손질하네요, 통장에 돈 들어오는거 헤아리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