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와인이랑 이슬이 넣고 된장국물에 월계수 이파리 넣고 푸욱 끓인 묵은지 감자탕.
감자는 안 넣었지만
묵은지랑 청량고추가 들어가 국물이 끝내줘요.
3년된 묵은지...
삼생마을 고냉지 절임배추로 만들어서 3년이 지나도 무르지 않아요.
이렇게 초겨울로 접어선 11월 중순
아침 기온이 영하 4도 이하로 떨어지면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밤새 내린 된서리에 배추이파리가 오들오들 떨다가 따사한 겨울 햇살 한자락이 내리쬐면 다시 살아나거든요.
밤새 얼었다 아침이 되면 녹았다를 되풀이하며
배추의 육질은 점점 단단해지고, 특유의 단맛도 강해지며
이렇게 속은 노오랗게 차오르거든요.
속고갱이 부분이 노랗고 통과 키는 별로 크지 않은, 즉 추위에 강한 조선배추, 고냉지 배추로 자라나지요.
요 배추는 뜯어서 맛을 보면 달큰한 감칠맛이 나요.
저염으로 이틀 절인 뒤, 이른 새벽에 흐르는 물에 여러번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 뒤
깨끗한 바구니에 받쳐 물기를 빼고 차곡차곡 포장해요.
해마다 운송장에 절임배추는 생물이므로 꼭 조심해서 다루고
그날 안으로 배송해 달라 빨간색 매직으로 표시했었는데
올해 이 펜을 잃어버리고 서방님더러 사오라 했더니
요런 스탬프를 하나 파서 주네요. 그러면서
ㅡ 오빠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으쓱으쓱^^
ㅡ 나 떡 안 먹는데?
했더니 옆에 계신 친정엄마
- 오빠말을 좀 들어!!
하고 제 서방님 편을 들어주시네요.ㅋ
매일매일 절임배추 내보내느라 제 자유시간 완전 없어졌어요.ㅠㅠ
새벽 여섯시면 서방님이랑 일어나 배추 씻고, 또 절이고. 옮겨담고, 소금치고, 절이고....
뭐, 힘센 저의 서방님이 거의 다 하긴 하지만 그래도 흐르는 찬물에 씻고, 물기빼고, 꼭지 다듬고,
혹여 낙엽진 부분들은 도려내고, 꼭지 다듬고, 이물질이 묻어있나 확인하고...
박스에 무게를 재어 담는 것은 제가 하지요.
저녁에 자려고 누우면 온 몸이 두들겨맞은것 마냥 쑤시고 아프고, 허리와 다리도 아프고, 근육통에, 찬물 만지니 으슬으슬 춥고...몸살기가 떨어지질 않지요.
그래도 해마다 믿고 구매해주시고, 소개해 주시는 고객님들 덕에 힘을 내요.
이렇게 만든 절임배추로 김치를 담아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면, 3년이 지나도 무르지 않는 맛난 묵은지가 탄생하지요.
이 묵은지는 고춧가루를 헹구어내고 들기름에 살짝 볶아 홍어와 돼지고기와 함께 삼합을 싸도 좋고,
이렇게 들깨가루를 넣고 매콤하면서도 끝맛은 부드러운 감자탕을 끓여도 참 좋지요.
ㅡ 맛있지? 고기도 생고기라 부드럽네. ㅋ
ㅡ 오늘 오후 내내 끓였어.
ㅡ 내가 이거 끓이느라 불 옆을 못 떠났어. 에고 허리야.ㅠㅠ
ㅡ 살도 쏙쏙 잘 빠지지?
ㅡ 와~~ 정말 국물이 끝내주네~~
ㅡ 아, 민재 생각난다. 민재 정말 잘 먹을텐데...
밥 먹으면서 계속 떠들어도 아무 말없이 묵묵하게 감자탕해서 밥 한 그릇 뚝딱 비운 서방님, 식탁에서 일어나면서 딱 한마디.하네요.
ㅡ 내가 먹어줬잖아!
ㅡ 헐~~ ㅡㅡ;;;
원래 감자탕 안 좋아하는데 암말없이 먹어줬으니 맛있는거라네요.ㅠㅠ
에휴... 이거 엎드려 절 받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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