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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기르면서 가끔 가끔 정말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다.
ㅡ엄마,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해도해도 부족하고 할 게 많은데 어떡해?
하면서 난생처음 대성통곡을 하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얘는 정말 자랄때 나한테 큰소리 한 번 안내고, 대들거나 말대꾸 한 적도 한 번 없고, 늘 웃고 밝고 명랑해서 기르는 보람이 느껴지는 자식이었다.
어려서부터 학교에서도 선생님들한테 늘 예쁨을 담뿍 받는 편이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자기보다 약하거나 불편한 애들은 잘 돌보아주고 배려를 잘 해서 어딜 가나 인기가 좋은 아이다. 시골에서 나가서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 학생회 부회장도 하고 있다.)
그동안 고 3 입시생의 엄마라 해도 잔소리 안하고 녀석이 필요한 바를 말하면, 해달라는대로 해주면 자기가 알아서 하겠거니...했는데 너무 믿었나보았다.
녀석 위로 딸하나, 아들 하나를 대학보내면서 부모의 바람과 자식의 능력, 그리고 적성은 일치하지 않는다는걸 알았기에 막내에겐 일찌감치 잔소리를 접었더랬다.
내가 하는 말은 충고이자 인생의 경험담, 그리고 조언이라 생각했지만 받아들이는 자식 입장에서 잔소리로 듣는다면 오히려 관계만 악화될 뿐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큰 딸애가 대학입시 준비할때 엄마 왜 학교 안 오냐고, 다른 엄마들은 뻔질나게 선생님 찾아오는데 엄만 왜 학교 안 오냐고 불만인듯 물었을때 그랬다.
- 엄마가 학교 가서 선생님 만난다고 대학 잘 가냐? 니 성적대로 가는거지.
그러면서 공부하기 싫으면 대학 안가도 괜찮다고, 엄마 바쁘니까 집에서 살림해주면 일당은 알아서 쳐주겠다 했더니 녀석 이해간다는듯 고개를 끄덕끄덕^^
아들녀석에겐 아빠 도와 농사일 하면되니까 대학가기 싫으면 싫은 공부 억지로 할 필요없다고 했더니 녀석들이 살림하고 농사짓기는 싫은지 비록 좋은 대학은 아닐지라도 알아서 대학에 들어가줬다.^^;;
(장학금도 어쩌다 타오기도 하고...ㅋ)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도 자라게 되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일찌감치 깨달았던지라, 또 어려서부터 부족한 것은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해서 채우려 하는 막내였던지라 큰 애들보다 더 아무 말 안했더니 녀석은 오히려 그래서 더 부담된단다.
아들의 울음소리가 내내 맘에 걸려서 나갔더니 녀석 누나는 명절 쇠러 시댁에 가고 녀석은 고열이 나고 몸살이 나서 혼자 침대에 누워 밥도 못 챙겨먹은채 끙끙 앓고 있다. 밥솥을 열어 보니 43시간 경과...ㅠㅠ
녀석 좋아하는 감자탕 만들어간거 데워서 밥이랑 약 챙겨먹이고 얼음 물수건 해주고...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그저 통과의례일 뿐이라고, 좋은 대학 다닌다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건 아니니까 너무 부감갖지 말라고, 엄마아빠도 똑같은 수험생 시절을 지내온 경험자로서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니 지나치게 매달리지는 말라고 달랬다.
녀석들 아빠도 원래부터 놀다가 심심하면 공부하라했던 사람인지라 건강하게 시간맞춰 학교 잘 다니면, 기본만 하면 족하다 했으니 너무 부담갖지 말라고...
아무리 옆에서 이렇게 말해줘도 대한민국에서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 마음에 얼마나 가 닿을까...ㅠㅠ
그다음날,
ㅡ 엄마, 미안해요...이제 괜찮아요.
하고 전화왔는데 안도가 되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연휴기간 내내 녀석의 울음소리가 귀에 맴돌며 마음이 편치 않았더랬다.
그러면서 정말 자식 키우기 어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금 이시간, 대학 입시를 앞둔 부모들 마음은 모두 나 같겠지 싶다.
(수시 원서 쓰고 난 지금, 이제사 대입수험생 부모의 마음이 드니...나도 참...많이 부족한 부모인듯 싶어 마음이 언짢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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