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자단

[스크랩] 고추 먹고 맴맴~~

삼생아짐 2016. 9.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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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같은 비 가림 시설 채소를 재배해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오이나 호박 같은 덩굴식물을 한 해 심었다면 그 다음 해에는 토마토나 고추 같은 가지 식물을 심어야 한다는 걸요.

 

이렇게 번식 방법이 다른 식물을 심어주는 것을 그루갈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농사짓는 토양은 같은 작물을 연달아 심는 걸 아주 싫어해서 해마다 그루갈이를 해 주는 것이 작물의 병을 줄이는 방법 중의 하나랍니다. 물론 땅 심을 든든하게 높여 주었다면 덜 영향을 받긴 하지만요.

 

 

 

 

 

예전에 900평 비닐하우스를 짓고 처음에 풋고추를 심었습니다. 오이나 호박 같은 과채류는 매일매일 쑥쑥 자라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따주어야 하는데, 사실 농사 초기에는 매일매일 하우스에 들어가 일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때고그리고 시골에 들어와 산다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고 외출도 많던 때라 약 일주일에 한 번만 따주면 되는 고추 농사를 지었었지요.

 

 

 

 

 

처음에 둘이서 고추를 따보니 너무 지루하기도 하고, 또 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산처럼 쌓아놓은 고추 중에서 꼬부라진 것, 더위 먹어 끝이 무른 것, 길이가 짧은 것, 상처 난 것꼭지 떨어진 것 등을 골라내고 쪽 고른 녀석들만 골라 상자에 담아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따는 것은 동네 형님들에게 부탁해서 따고, 밤에 둘이서 고르는 선별 작업을 했었지요.

 

그렇게 새벽 두시 세시까지 잠 못 자고, 찹찹이라고 가지런히 담아서 가락동 시장에 출하한 고추 가격이 10킬로그램 한 박스에 경매가 3천 원이 나오는 바람에 인건비, 박스 비는커녕 운임마저 보태서 내야 하는 바람에 아예 고추 농사를 접고 말았지요. 한동안 풋고추만 보면 실패한 기억 덕분에 가슴이 쓰렸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 다섯 살이던 제 딸아이가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밥을 먹으니 이를 보신 제 친정어머니는 깜짝 놀라셔서 어떻게 아이가 풋고추를 먹느냐고 신기해 하셨었는데, 그러자 제 딸,

할머니, 이건 녹광 고추라서 안 매워요. 청량고추가 매워요.

하니까 제 어머니, 어린 것이 어른도 모르는 고추 이름을 어찌 아냐며 더 신기해하셨었지요.

 

 

 

 

 

제 남편, 고추 딸 때에는 십 원, 이십 원 따지만 오이를 딸 때에는 백 원, 이백 원하며 따니 덜 힘들다고 농담도 했었지만 농사를 지어서 돈으로 만드는 작업은 초보 농부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뼈아픈 교훈을 준 농사였습니다.

 

 

 

 

 

그동안 비닐하우스를 몽땅 헐어내고 찰옥수수 농사만 지어오다가, 올해 거의 이십 년 만에 새로 하우스를 짓고, 이번에도 고추를 심었습니다. 이번에는 고춧가루를 만드는 빨간 고추와 오이 맛이 나는 아삭이 고추, 꽈리고추, 그리고 미니 아삭이 고추 등 네 종류를 심어 보았습니다.

 

 

 

 

  

올해는 몇 십 년 만의 무더위라 그런지 유난히 고추가 잘 되었습니다.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 가는데, 비닐하우스 안에는 약을 치면 땅이 오염되어 버리기에 약을 안 쳤더니 고춧대를 지지해 주는 줄과 고추 이파리, 그리고 고추 열매에도 우담바라 꽃이 주렁주렁 피었습니다.

 

 

 

 

 

 

 

사실은 이 우담바라 꽃이 3천 년에 한 번 피는 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풀잠자리 알인 거, 잘 아시죠?

 

 

 

 

 

 

 

풀잠자리는 오염되지 않은 곳, 청정한 지역에 알을 낳기 때문에, 그리고 농약성분이 있는 곳에서는 절대로 알을 낳지 않는 다네요. 그래서 풀잠자리가 알을 낳는 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정말 믿어도 되는 거죠.

 

 

 

 

 

 

 

파란 고추와 빨간 고추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우담바라 꽃이 피어나 새벽에 하우스에서 일하다 보면 지루함을 잊게 합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3천 년에 한 번 피는 꽃 우담바라로 알려지게 된 알을 낳아놓은 풀잠자리 녀석. 바로 이 녀석이 풀잠자리죠새벽에 일찍 알을 낳아놓기에 해가 나면 알이 사라져요.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만 이 알을 볼 수 있기에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이 알이 잘 눈에 띄지 않는 거죠.

 

 

 

 

 

집안에까지 들어와 놀자고 하네요.

 

 

 

 

  

매일매일 수확하는 오이 맛 고추와 꽈리고추, 그리고 미니 아삭이 고추는 200g씩 소포장 작업하여 지역의 로컬 푸드 매장에 가져갑니다전자상거래에 상품을 올리고, 블루베리, 방울토마토와 함께 꾸러미 상품으로도 판매하고인터넷으로도 판매했습니다.

 

 

 

 

 

 

 

빨간 고추는 익는 대로 따서 깨끗하게 세척하여 꼭지를 따고, 햇볕에 널어 말렸습니다

 

 

 

 

 

속살이 투명해지도록 말리면 달각달각 씨앗 소리가 경쾌하게 납니다

 

 

 

 

 

한 알 한 알 깨끗이 손으로 세척하고 꼭지를 다 땄기에 그냥 빻아서 고춧가루로 만들면 됩니다

 

 

 

 

 

다 말린 고추를 차곡차곡 쌓아 놓으니 마치 부자가 된 듯싶습니다오랜만에 고추 따서 작업하려니 새삼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요.

 

 

 

 

 

풋고추는 고추부각도 만들고 고추튀김도 하고 콩가루를 묻혀 쪄서 고추무침도 하고 고추장아찌도 담고 피클도 담고 부침개도 부치고 고추김치도 담고 고추잡채도 하고, 고추 요리도 참 다양하다는 걸 알겠네요

 

 

 

 

 

오이 맛 고추 일명 아삭이 고추인데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부추를 매실액과 젓갈, 고춧가루에 버무린 뒤 속을 채워 먹는 고추김치예요드시는 분들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이렇게 맛있는 고추 요리 처음 먹어본다고 칭찬해 주시네요.  

 

 

 

 

 

이건 아삭이 고추를 채쳐서 찬물에 담갔다가 채 썬 돼지고기를 양파와 볶고, 간장, 참기름, 물엿 등을 넣고 오이 맛 고추를 살짝 볶아 함께 버무린 고추잡채입니다

 

 

 

 

 

시골이라 꽃 빵이 없어 또띠아와 함께 싸서 먹기 좋도록 썰었더니 간식도 되고 술안주도 되네요

 

 

 

 

 

한국인의 각종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춧가루와 고추 요리들! 고추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몸에 열을 내게 해서 지방을 태워주기에 한때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서 일본에서 여성들이 핸드백에 고춧가루를 갖고 다니기도 했었지요.

 

사실 고추의 매운맛의 주성분인 캡사이신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관절염, 당뇨병, 근육통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스트레스가 쌓일 때 매운 음식을 먹으면 몸에 열이 나면서 풀리는 효과도 경험했는데 알고 보니 고추에 있는 캡사이신 성분이 신경호르몬인 엔도르핀을 발생하게 해서 기분을 좋게 만든다네요.

 

이렇게 몸에도 좋고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맛도 훌륭한 고추 요리들로 오늘 저녁 식단을 차려보시면 어떨까요?

 

 

  

 

 

 

출처 : 새농이의 농축산식품 이야기
글쓴이 : 새농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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