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자단

[스크랩] 쫀득쫀득 찰지고 맛난 강원도 찰옥수수 인기 만점입니다.

삼생아짐 2016. 8. 1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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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는 요즘 찰옥수수 배송 작업이 한창입니다. 

 

 

오랫동안 찰옥수수 농사를 지어온 저로서는 하루 일과 중 오전에만 해도 100여 통씩 걸려오는 전화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철이죠.

 

 

 

 

(전화와 인터넷, 그리고 지인들이 소개해준 거래처 고객분들로부터 받은 주문이 해마다 늘어납니다.^^)

 

예전에는 이 운송장을 쓰느라고 팔도 아프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깨가 빠질 지경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전자 송장으로 바꾸고 난 후부터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택배회사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택배회사 홈페이지에서 출력 폼을 다운로드해 엑셀 작업을 하고 컴퓨터로 엑셀 파일을 불러들여 출력 작업을 하면 하루에도 몇 백 박스씩의 배송 작업이 가능해졌습니다. 

 

 

 

(보라색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해 기능성 찰옥수수로 불리는 미흑 찰옥수수입니다.)

당도가 높고 쫄깃하며 찰진 맛이 좋아서 처음 맛본 분들로부터 세상에 이런 찰옥수수도 있었나 하는 반응이 대부분인 미흑 찰옥수수는 해마다 이 찰옥수수 출하되기를 기다리는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닌데요,

저희가 생산해서 파는 찰옥수수는 홍천군 농업기술센터와 강원도가 개발하여 보급한 미백 1호 하얀색 찰옥수수와 이렇게 보라색이 도는 미흑 찰옥수수 두 가지입니다.

 

오랜 옛날, 강원도 산골 농부들의 주식이었던 찰옥수수는 언제부터인가 여름철, 온 국민이 한 번쯤은 꼭 불고 넘어갈 찰옥수수 하모니카가 되었는데요, 이 찰옥수수 농사를 지어온 지 햇수로 벌써 20여 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동안 남편은 홍천군 찰옥수수 왕에 선발되기도 했고요. 홍천군 찰옥수수 왕은 홍천군 내 찰옥수수를 재배하는 농가 중에서 판매량, 수확량, 재배 면적당 우수한 상품 생산량, 인터넷 판매량 및 찰옥수수 자체의 크기, 당도, 무게, 알갱이의 실한 정도 등 찰옥수수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평가하여 해마다 세 명씩 선발하는데요, 제 서방님도 이 찰옥수수 왕에 선발되어 상을 받았답니다.

 

 

 

이른 봄부터 씨를 넣고 밭에 내어 심은 지 약 85일에서 100일 전후입니다. 

 

 

 

그동안에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를 기다리며 모살이 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밤사이에 내린 이슬 한 방울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제 몸의 생명수로 삼아 모살이를 하는 찰옥수수 어린 모를 매일 아침저녁마다 나가보며 마치 자식처럼 기특해하기도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원대궁보다 더 실하게 자라는 곁가지를 쳐주는 작업이며, 뿌리 근처에 내리는 풀들 제거 작업 등도 해 주어야 합니다.  

 

 

 

찰옥수수 곁가지 치는 작업은 얼마나 힘든지 늘 아들 녀석이나 딸의 작은 손이라도 빌리곤 하는데, 올해는 서방님이 거의 다 했습니다.

앉았다 일어났다, 무릎으로 엎드려서 천오백 평 그 넓은 찰옥수수 밭을 기어가노라면 깔딱 모기가 대들어 얼굴을 물고, 찰옥수수 이파리에 스쳐 상처가 나기도 합니다.

 

해마다 이 곁가지 제거하면서 제가 새벽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죽어라 일하자 구경 온 이웃집 아저씨 왈 "난 우리 집사람 일 안 시키려고 해. 불쌍해 죽겠어"

하면서 저희 부부를 놀리시더라고요.

 

 

 

그랬더니 시집오기 전에 절 보고 커다란 멕시코 모자 쓰고 밭가에 앉아 노래만 불러줘도 좋겠다던 제 남편, 은근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라 제 눈치를 슬슬 보길래 한 말씀드렸죠.

 

"이거 판 돈 전부 제 통장에 들어오는데요?^^"하자 아저씨, 갑자기 급 침묵 모드입니다.

 

그제야 얼굴이 활짝 펴진 제 서방님, 한 마디 더 보탭니다. "전 머슴이에요. 우리 집사람은 주인마님이고요." 그 말 한마디에 아저씨는 껄껄 웃으며 분위기가 풀어집니다.

 

 

 

 

 

주머니 돈 쌈지돈이라지만 열심히 일해서 제값 받고 판매하니 농사일도 때로는 보람 있게 느껴집니다. 해마다 계좌번호랑 전화번호 적어놓고 잊지 않고 주문해 주시는 고정 고객분들 덕분에 더 행복하게 느껴지고요.

 

찰옥수수는 수확한 그 순간부터 당분이 전분으로 변해 단맛과 찰기가 점차 줄어들기에 고심 끝에 전국 최초로 예약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약 한 달 동안 주문전화와 인터넷으로 예약판매를 하고, 주문한 순서대로 수확하는 즉시 보내기 때문에 예약기간을 놓치면 찰옥수수 구매를 못하기에 약 한 달 전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하는데, 요즘은 6월 중순경부터 언제 예약 판매하냐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래서 가끔 마을에 견학 오시는 분들께 그런 말씀드립니다저희 마을 찰옥수수는 한 달 전부터 기다리는 찰옥수수가 아니라 일 년 전부터 기다리는 찰옥수수라고, 예약하지 않으면 드시기 힘든 찰옥수수라고 큰소리치기도 합니다.

 

고객분들의 요청에 의해 먼저 상품 판매를 하게 되는 그 순간이 힘들게 농사를 짓는 저로서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한 통, 한 통 수확한 찰옥수수는 끝을 다듬고 겉껍질을 벗겨 택배 박스에 보기 좋게 담아줍니다. 

 

 

 

 

고객들에게 선물하는 거래처의 대량 주문 인사말 동봉 작업과 찰옥수수를 맛있게 찌는 방법을 설명한 설명서도 함께 넣어 보냅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진공포장 냉동 찰옥수수도 시작했습니다.

 

찰옥수수 찌는 일, 얼마나 힘든지 제가 너무나 잘 알거든요해마다 찐 찰옥수수를 선물하겠다고 주문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안 그래도 거의 40도까지 올라가는 저희 산골 분지지역에서 커다란 솥 두 개에 찰옥수수를 가득 넣고 찌다 보면 그 열기를 못 이겨 눈의 흰자위 핏줄이 터져버리더라고요그래서 해마다 여름만 되면 제 눈의 흰자위는 실핏줄이 터진 채 한여름을 나곤 했지요. 3년 전에 고압 찜기를 들여놓고 난 후에 그런 불편함은 사라졌습니다.

 

무더운 여름, 집안에서 뜨거운 불을 때고 40분씩 찰옥수수를 찌기 번거로운 분들을 위해 찰옥수수 밭에서 수확하자마자 껍질을 벗기고 고압으로 쪄서 세 개씩 진공포장하고 영하 20도의 냉동고에 집어넣어 급속으로 얼립니다스티로폼 박스에 보냉 팩을 넣어 보내는데, 요즘은 이 진공포장 찰옥수수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받자마자 냉동실에 보관하고 먹고 싶을 때마다 한 팩씩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데우거나, 찜기에 얹어 살짝만 쪄도 그 쫄깃함이 고스란히 살아있어 음식물 찌꺼기도 적게 나오고, 집에서 삶는 맛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일 년 내내 구입할 수 있어 진공포장 찰옥수수 구매하시는 분들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예약 시에 아예 진공포장 찰옥수수로 주문하시고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찰옥수수 모델이 되어준 제 조카들과 아들 녀석들입니다. 몇 년 전부터는 찰옥수수 밭 만드는 일부터 심는 일, 곁가지 쳐주는 일, 따서 다듬고 배송 작업하는 일 등을 거들어 주는데 녀석들, 해마다 그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 찰옥수수 농사 안 지으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제 남편, "넌 용돈 안 받으면 안 되니?"하고 되받아주곤 했는데 올해에는 그만 엄지발톱이 빠지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찰옥수수 딸 일을 걱정하길래 방학을 맞아 농협 공동선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들을 하루 빼오고, 고등학생이라 보충수업 나가는 막내아들도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려 결석시켜서 일꾼으로 구해주면서 함께 따게 했더니 제 남편, 마음이 많이 놓이고 든든해하는 눈치를 보이더군요.

 

제가 두 아들들을 가리키면서 "내덕분에 걱정 덜었지?" 했더니 제 서방님, "내가 쟤들 아니면 이렇게 일하지도 않는다." 하네요하여튼 제 서방님, 국문학과 출신 아니랄까 봐 말을 너무 잘하네요.

 

 

지난주부터 거의 2주 동안 까고 또 까고, 찌고 또 찌고, 싣고 또 싣고... 따고 또 따고... 담고 또 담고... 보내고 또 보내고... 따고 다듬고 담고 보내고 고압 찜기로 찌고 담고 얼리고 보내고, 직접 찐 찰옥수수 배달도 했답니다. 

 

 

너의 옥수수 따는 실력이 이모네 옥수수 품질 및 고객 평가에 영향을 미치니까 정성스럽게 포장해야 한다. 네가 이모네 사업이 대박 나느냐 엉망진창이 되느냐에 영향을 미치니까 한 개 한 개 정성을 갖고 해야 해.

 

이태리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방학을 맞아 이모네 집에 놀러 왔다가 찰옥수수 알바 작업을 지원한 조카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모, 저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정말 알았어요."

 

그러게요. 조카 녀석들의 작은 손 하나도 참 아쉬운 철입니다. 이렇게 농사일은 때로 산교육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비가 오는 바람에 배송이 늦어져 죄송하다 했더니, 두 달 이상 기다리신 분들이신데 오히려 저희 농가 걱정을 해 주시며 위로를 해 주시네요.

이럴 땐 정말 힘이 난답니다. 최대한 선별을 잘해서 맛있고 좋은 찰옥수수로 보답해야겠다는 결심이 불끈(!) 솟지요. 

 

 

생각보다 찰옥수수는 기후와 토질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날이 가물거나 모래가 섞인 땅이면 찰기와 당분이 적어지며 메옥수수 맛이 나고 비가 많이 오면 수정도 안 되고 맛이 싱거워지지요.

 

저희 지역은 일교차가 커서 수확이 늦고 비도 적당히 땅도 질흙이라 찰기가 더 뛰어나고 맛있답니다. 몇 개 쪄 봤는데 쫀득하면서도 달콤하고 정말 맛있습니다.

 

새벽 한시까지 쪄서 진공 포장하여 얼리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날 밝기를 기다렸다가 네 시 반부터 수확을 시작하고, 해뜨기 전에 수확을 마쳤습니다. 하나하나 다듬어 배송을 합니다. 엄청 피곤하고 잠도 부족하고 생각보다 중노동이지만 내일의 중노동도 기쁘게 고대합니다.

 

 

 

이 글을 보는 김모씨 집안의 모병현씨 딸, 아들은 알아서 집으로 오는 차표 끊어라. 저녁까지 차 시간 많이 남았다. 했더니 정말 딸아이와 외손녀가 도와주러 왔네요. 외손녀를 볼 때마다 힘든 일도 덜 힘들게 느껴지네요.^^

 

나이를 먹을수록, 시골에서 오래 살면 살수록 농촌살이는 꽤나 만만치 않지만, 이렇게 농사지어 판로가 확보되기만 한다면 참으로 보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덥고 힘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서 판매하면서도 고맙다는 소리를 듣는 보람 덕분이랍니다내년에는 저희 마을의 찰옥수수를 꼭 주문하셔서 맛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 새농이의 농축산식품 이야기
글쓴이 : 새농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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