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청 SNS서포터즈

정선 아우라지 강가의 돌이 들려주는 이야기(옥산장을 방문하다)

삼생아짐 2015. 4. 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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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사람만 열두띠를 가지고 있을까요?

 

 

대답은 결코(!) 아닙니다. 

 

 

정선에 가면 말 못하는 돌들도 사람처럼 12간지, 열두띠를 갖고 있답니다.


정선 아우라지 강가에는 

우주삼라만상을 담은 돌 전시장이 있답니다.


쥐, 소, 말 등 12간지(干支)에 숫자 1~10, 십자가 등 다양한 무늬의 돌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라 자그마치 네 쌍이나 되는 크고 작은 돌들이

열두간지를 갖고 있답니다.

 

 


돌 속에 새겨진 닭이 알을 품고 있고

 

 

돌속에 그려진 말이 힘차게 땅을 박차고 오릅니다.

 

 

아기 원숭이가 어미 원숭이의 품에서 재롱을 떨고

 

 

양띠해의 양은 매에에~~엄마를 부릅니다.

 

 

올해는 청양의 해

 

그러나 희디흰 아기양은 엄마양을 따라 나들이를 가고

 

 

맹수들의 왕인 호랑이는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며

아기호랑이와 장난질을 칩니다.

 



맹금류의 제왕이라는 독수리도 돌 속에 갇히고




꾀쟁이 여우도 바위속에 갇혔습니다.



돌 속에 새겨진 연인이 사랑을 나누고

 

 

돌에 그려진 짐승들이 구애를 합니다.

 

 

이좋은 원앙은 벌써 알을 낳았네요.

 


신선이 산세를 굽어보며 인간세상을 내려다보고

 

 

예수님과 부처님은 나란히 서서

각자의 신앙과 종교에 관해

 사람사는 세상의 도리와 

극락왕생 혹은 구원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눕니다.

 

 

토끼 모양의 한반도는 누워 있기 지루한지 벌떡 일어섰고

 

 

금강산이 정선으로 나들이를 왔습니다.




달이 뜨고



 

날이 저무네요.


 

이 모든 돌을 주워모아 전시장을 낸 분은 

올해 여든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운 전옥매할머님이십니다.

유흥준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오신 분으로도 유명하신 분인데

 

 

몸이 불편한 노모를 한평생 모시고 살면서

힘든 마음이 들 때마다 아우라지 강가에 나가 울다보면 

신기하게도 돌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눈에 들어온 돌을 주워가며 

아프고 고달픈 마음을 달래곤 했다는데

그렇게 주워모은 돌이 12간지와 온갖 짐승, 그리고 우주 삼라만상을 담고 있네요.

 

 

정선군 아우라지강가 '옥산장'이란 곳의 '돌과 이야기' 풍경입니다.

 

 

여러 매스컴에도 소개된 적이 많다는데

정선을 처음 방문해본 저로서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이야기'도 띄엄띄엄 읽었던터라

사실 이 할머님의 이야기도 처음 접했답니다. 

 

 

새로 지은 현대식 숙소가 오래된 한옥의 식당과 건물들을 가려 다소 아쉬운 감은 있지만

 

 

그래도 이곳에 오면 전옥매할머님으로부터 돌의 이야기를 듣는 일 뿐만 아니라

맛난 토속음식들도 맛 볼 수 있습니다.

 

 



감자부생이(감자범벅쯤?),

 

감자를 쪄내고 거기에 설탕을 넣은 감자가루를 끼얹어 함께 쪄낸 것인데

밀가루로 만든 범벅보다 맛나서

감자를 잘 안 먹는 저도 두접시나 먹었습니다.

 

 

 더덕구이, 곤드레밥 등 옥산장의 식단은 

토속적이고도 깔끔해서 아우라지 강가를 방문할 때면 들러서 맛볼 만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식후의 전옥매할머님이 들려주는 돌이야기가 진짜(!)입니다.

 

 

정성군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되기도 하고 




효부상을 비롯한 여러곳에서 감사패도 받은 할머님은
우리나라 스토리텔러 1호일거라고 같이 간 서포터즈 한 분이 말씀해 주시네요.

 

 

유흥준 교수와의 인연도 말씀해 주시네요.




유흥준 교수님의 책에 등장하면서부터

많은 손님들이 이 할머님이 운영하시는 옥산장에 찾아오게 되었고

교수님을 위해 무언가 해드리고 싶다고 하던 차에 

이 돌을 줍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 고마움을 전하려 안 받으려고 하시는 걸 억지로 차에 실어 드렸다는데

이 돌을 선물받으신 얼마 후 유교수님은 문화재청장이 되셨다고 하네요.

 

그리고...할머니가 잠시 들려주시는 구성진 정선아라리의 한소절,

돌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그 돌이 할머니를 찾아오게 된 과정을 자연스레 펼쳐놓으시는걸 듣고 있노라면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이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옥산장에 찾아와 정성스레 차린 맛난 음식을 먹고

할머니가 조곤조곤 들려주시는 이야기들을 듣고

우주 삼라만상을 품은 돌을 보며 하룻밤을 자면서

마음을 달래고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워낙에 돌을 좋아하는 저로서도

이곳을 떠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할머니의 이야기에 심취하고


돌 하나하나를 보면서 

제가 살아온 삶을 반추하게 되었는데

함께 간 일행들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야만 했네요.




아우라지 강가에서 주워온 돌마다 담겨진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아우라지 강가를 다시 찾게 할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옥산장은 올해초부터 운행되는 정선군 아리랑 열차 1박2일 코스로도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기회 되시면 아리랑 열차도 타시고

문화해설사와 함께 정선 투어도 하고


그리고 이 옥산장에서 하룻밤 묵어가며

할머님의 돌이야기를 듣는 것도 참 좋을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