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8일
음력 1월 1일, 정확히 말하면 설날, 외박나왔다.ㅋ
군대에 들어와서 처음 맞는 설날, 아끼고 아껴뒀던 외박이다.
왜 그렇게 기다렸냐고?
그걸 몰라 물어?
세뱃돈 수령하는 게 첫 번째 목표
잘만하면 한 달 치 월급을 하루에 거머쥔다.ㅋ
사진찍기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모델도 서줬다.
당근 모델료도 받기로 했다.왜냐구?
안 그러면 우리 엄만 강아지마냥 졸졸 쫓아다니며 이리 서봐라 저리 서봐라
우리 아들 늠름하네, 멋있네, 잘생겼네
하루종일 쫓아다니며 사진 찍을걸 뻔히 아니깐.
엄마 눈엔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걸로 보이시나보다.
내 계급은 창피하니까 모자이크처리 하라고 했다.
몸은 일병, 마음은 병장이건만......
이건 비밀인데 이병시절 첫휴가 나올때 제대하면서 계급장 물려주신 김병장님 계급장도 살짝 붙여봤다.
근데 울 아부지는 아무도 나의 계급장에 관심 안 가지니까 그딴 짓 해봐야 소용없단다.
그런데 어쩔...
내 눈에는 모두 내 계급장만 쳐다보는 거 같다.
어쨌든...큰집에 온 가족이 모여서 차례도 지내고, 조상님께 술도 한잔 올리고
명절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일가친척들 두루두루 만나서 연봉 수령(일년에 한번 받는 용돈)도 했다.
두 달 치 월급 목표 달성.
근데...부대에서는 뭘 하고 있는지 은근 궁금해진다.
밴드에 들어가 봤더니...
다들 나 없이도 잘 놀고(?)가 아니라... 잘 지내고 있다.
합동차례 시간
순국선열들께도 절하고, 조상님께도 절하고,
돌아가신 분이 계시면 모두의 조상이 된다.
차례상 하나로 모든 장병들이 효도를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다득이다.
떡국 먹는 사진은 안 올라왔다.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모두 다 똑같이 하나씩 먹는 게 나이인데
한번에 두 살씩 먹는 사람은 없는데...
우리 엄만 왠지 억울하단다.
내 마음 같아선 한꺼번에 두 살 먹고 싶은데...
어쩐지 한 살 더 먹으니 어깨가 조금 더 무거워지는 것도 같다.
한번에 두 살 먹어서 빨리 제대하고 싶다는 건
절대로, 결코!!
아니다.
노래자랑도 하고 있다.
아, 내가 있었으면 나도 한 곡조 멋지게 뽑을 텐데... 아쉽당.
근데 분위기 살리는 노래를 하고 있지는 않나 보군.
모두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이럴 땐 좀 흔들어줘야 분위기도 살리는뎅...
이거야 원, 무지 딱딱한 것이 정신교육 받는 자세네.
우리 소대는 너무너무 과묵한 청년들만 모였다니깐.
팔씨름도 하고 있네?
누가 이기냐고?
당근 힘센 놈이 이기는거지.
아차, 실수
힘센 장병이 이기는거다.
슬슬 부대로 복귀하고픈 생각도 든다.
집에 있으니 명절이라 갈 데도 없고
여친도 헤어졌고
친구들도 모두 군대에 있고
텔레비전도 그게 그거고
좀 심심해진다.
우와~~~
탁구시합 동영상도 올려놓으셨다.
아, 내가 나오기 전에 탁구 예선전에서 모두 이겼었는데
우리 팀이 결승전까지 가서 붙었다.
2등 했다!!!!
이거 이기면 상점인데..아쉽당.
내가 나오지 말고 시합에서 싸웠어야 해,
이쯤 되니 외박 나온다고 좋아했던 거 조금 후회된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누나랑 동생 이사하는 거 이삿짐 나르고 엄청 일했다.
할머니께서 일당으로 치면 10만 원짜리란다.
우리 아버지는 아무래도 내가 외박나오는 날짜에 맞춰 이삿짐 날짜를 잡으신듯 하다.
여쭈어보니 정말 그렇단다.
그래도 지난번 외박 때 하얀 매니큐어 칠하면서
옥상이랑 집 벽이랑 페인트칠한 거에 비하면 약과다.
아, 나는 정말 대한민국의 씩씩한 일꾼이구나, 실감하는 순간.
우리 아버지도 정말 대단한 작업창조의 신이시다.
끊임없이 일거리를 만들어내신다.
그것도 정확하게 내 휴가나 외박 날짜에 맞춰.
올봄에 모내기할 때 도와달라고 하시는데,
아무래도 외박날짜를 그렇게 맞추어야 될 거 같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해서 나름 행복한 1박 2일이었다.
그런데.....빨리 부대에 복귀하고픈 마음은 뭘까??
나는야, 대한민국 군대의 꽃, 자랑스런 수색대의 일원이다.
지금은 일병이지만 다음 주면 상병이 된다.
입대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군생활도 고개에서 조금 꺾어져 내려간다.
전역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생활하련다.
충성!!
<취재: 백경숙 어머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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