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한시간 반 가량 떨어진 세부르계곡에 위치하여 청정한 숲으로 둘러싸이고 자연과 농업이 조화를 이루어 지속적인 환경 보전 속에서 자연과 농업의 개발이라는 현실 과제를 실천
지역내 모든 활동 사항을 통제하고 조율하면서 부가가치를 개발해 내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슈부르즈 마을에서 아름다운 집들을 둘러보며 산책나갔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음 방문지를 향해 출발하려던 시간
버스타기 위해 기다리던 일행들이 기념사진이나 찍자며 포즈를 취하는데, 겨울살이 이야기가 나왔다.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어 조성한 지역이라 30년 이상된 나무들이 울창한 숲에 겨우살이가 이곳저곳 매달려 있으니 겨우살이 따러 와야겠다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비행기 삯이 더 들거라는 둥, 여기 겨우살이도 먹을 수 있을까, 혹 여기 겨우살이는 어디에 효능이 있을까, 이곳 사람들은 겨우살이 먹는 법을 알까 의견이 분분한데
일행 중 한 분이 나보고 겨우살이꽃을 본 적 있냐며 손짓하신다.
하얀 구슬처럼 투명하고 이쁜 겨우살이 꽃이 바로 내가 선 앞나무에 피어있다.
처음 보았는데 이렇게 작은 나무에도 겨우살이가 생겨나나 너무 신기해서 감탄하니, 일행 중 한 분이 다른 나무에서 꺾어다가 여기에 꽂아놓은거란다.
자세히 보니 꺾은 흔적이 보인다.ㅋ
"에이~~ 사기넹!"
깜박 속아넘어간 내 모습이 우스운지 껄껄 웃으신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못 본 겨우살이 꽃을 자세히 보았다.
그 와중에 또 한 분은 어디서 새송이버섯 비슷하게 생긴 버섯 하나를 발견해서 바위위에 꽂아 놓으셨다.
"와~ 하여튼 눈도 참 밝으세요, 이걸 어디서 찾으셨지?"
내가 신기해서 연실 감탄을 금치 못하며 사진을 찍으니 다들 웃으신다.
하룻밤 동안 정말 편하고 아늑하게 머물렀던 슈부르즈 마을의 숙소를 떠나 에손 시청으로 향했다.
에손시청에서는 에손시 부시장이자 녹색 삼각형(Le Triangle Vert) 회장인 마담 브리짓 부비(Brigitte Bouvier)에게서 친환경 자립 농촌마을에 대한 설명을 듣기로 했다.
아담한 에손 시청 전경
(시청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건물이 크지 않다. 아마도 우리 지역의 면사무소쯤??)
열심히 근무하던 여직원이 내가 인사를 하자 반갑게 맞아주고, 이런저런 얘기끝에 시청벽에 걸린 사진을 가리키며 VIP란다. 시장과 부시장, 그리고 에손시를 이끌어가는 의원들인듯.
우리가 방문하는 지역이 대개가 외진 농촌마을인지라 한국사람들을 별로 본 적이 없단다. 한국 사람들의 방문이 처음인곳도 있고.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의적이고 친절하다. 어떤 사람은 우리 시골에서 외국인 보듯 내가 가는대로 눈길이 쫒아오며 신기하게 쳐다 보기도 한다. 그래도 이번 연수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따뜻하고 거림감없고 편해서 느낌이 참 좋았다.
2층의 회의실로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갓 구워낸 부드러운 빵과 마을을 알리는 자료들이 세팅되어 있고, 이 협회의 사무장격인 크리스텔(Christel STACCHETT)이 따끈한 커피를 준비해 일일이 따라준다.
외부에서 손님이 올 때면 맨 앞에 서서 다소 딱딱하게 진행하는 우리와 달리 편하게 앉아서 프레젠테이션한다.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한글로 번역하여 보여주는 센스도 있다.
녹색 트라이앵글 협회는 '도시와 시골 마을의 단합'이라는 기치아래 2003년 기초자치단체 위원 2명, 희망하는 농민 대표 5개 지역의 농민, 그리고 이 공간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라고 한다.
녹색 트라이앵글 협회는 파리 남쪽에서 약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20번 국도에 위치, 에손지구 마코시스 마을을 비롯한 인근 지역 4500ha에 거주 인구 30,000명, 그 중 농지가 40%, 자연지역이 25%정도로 이루어져있는 곳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01년도에 농지 보호와 사용을 위한 문제를 제기하고, 2003년도에 프랑스 농림부, 환경부, 광역도, 프랑스 농민회, 기초자치단체,조합원들이 모여 회의, 자문을 구하여 2008년 6월 20일에 공식적으로 협약을 맺어 환경부장관의 공식 인가를 얻었다고 했다.
농민들의 요청사항이 있을시에 재원(자본=돈,혹은 예산)을 찾아주고, 지자체가 실천,적용할수 있도록 진행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도시개발이 농업에 침투 않도록 개발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단체의 미션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주저않고 '도시와 시골 마을의 단합'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농지보호'라고 했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이며, 그 농업의 터전인 땅(농지)를 지키기 위해 이 단체가 존재하고, 그 땅이 일반인이나 건설회사 등에 넘어가지 않고 농민에게 가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며, 그 곳에 거주하는 농민들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며
법적인 절차, 행정적인 절차 등을 지원해 주고, 예산을 확보해주는 일까지 정말 다양하고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찾아오고 있다고 자랑한다.
약 한시간에 걸친 프레젠테이션과 질문, 응답의 시간이 끝나고 실제 마을을 둘러보며 농업을 위해 다소 강제적(?) 무리수로도 느껴지는 그 사업의 실체와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함께 버스를 타고 마을을 돌았다.
발표 중간에 도시개발이 농지를 침투하지 않도록 제한하여 일 드 프랑스 광역 감사기구(감시기구)가 어느 농지대를 어디까지 보호할지를 결정하고, 만약 토지의 주인이 토지를 팔게 될 경우 광역도에서 구입하여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판매 또는 임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즉 마을내 어떤 사람이 농지를 팔기 위해 내놓으면 광역도에서 구매, 새로운 젊은 영농후계자에게만 판매하고, 도시개발 하던 지역을 시청에서 제한하여 개발업자와 지자체가 소송까지 하여 결국은 지자체가 이김으로써 농지를 지켜왔다는 말에 토지거래가 많이 완화된 우리 입장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긴 예전에 우리나라도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토를 소유하게 했던 때도 있던 때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농촌에 들어와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과 지자체가 소송까지 하는 경우는 없고 오히려 지금은 농지규제를 완화하여 더 많은 인구를 농촌으로 유입하려 하는 시점인지라 이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젊은 귀농인이 귀농하여 설립한 마코시스 바이오 야채 재배현장이자 가공공장이다.
맨 왼쪽의 젊은 청년, 세바스티앙이다.
이제 갓 서른 중반을 넘겼을까, 이 사업장의 총책임자란 말에 우리 일행이 박수를 치자 환하게 웃으며 밝고 열정적인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가공 공장을 소개해준다.
생긴 지 15년 된 이 바이오 농업단지는 친환경 바이오 작물을 생산하여, 가공, 유통까지 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농산물을 생산하여 파리 근교의 헹기스 국제 도매시장에 납품을 하고, 마을의 다른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대신 판매해 주기도 하고, 수매해서 가공하기도 한다고 했다.
또한 일을 못 찾는 사람들(실업자) 24명과 장애인들을 포함, 총 46명정도를 상시 고용하여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그들에게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도 심어주고 있다고 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깨끗한 작업장이 보인다.
공장의 작업공정도가 한눈에 보기 좋도록 벽에 게시되어 있다.
야채를 가공해 수프로 만들고, 과일을 가공해 쨈으로 만드는 가공작업장
완성품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보관중
토마토 페이스트다. 피자 만들때 토핑 전에 피자도우에 까는 소스쯤?
찌개처럼, 혹은 수프처럼 그냥 먹기도 하는 토마토 퓨레도 있고 과일땜도 있디. 이렇게 생산하는 모든 음식의 재료는 친환경으로 된 재료이고, 또 이 완성품들을 담아 판매하는 용기는 모두 유리병, 그 또한 판매 후 다시 수거하여 세척하여 재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 생산하고 또 수매하기도 한 친환경 야채와 과일들
젊은 청년이 이렇게 귀농하여 자리잡기까지 녹색트라이앵글협회의 역할이 매우 컸음을 자랑스럽게 알리는데, 이렇게 이 지역에선 농사를 지으면서 친환경재료인 밀을 사용하여 만든 빵 등도 팔고 있고, 사과를 이용해 사과주도 만들어 팔고 있다고 했다.
말 끝에 프랑스는 대대로 농사 짓는 사람들이 부자가 많고, 농민이 잘 사는 나라라며, 1대 2대 3대 대를 이어 농사짓고 있다고 하는데, 자식에게 대물림 할 정도로 농업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강하다는 점에서, 또 그렇게 농업이 보호받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부러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맥주 생산 시설
우리나라처럼 대량으로 맥주를 재배하는게 아니라 호프 재배 농민이 가내에서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맥주를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다. 옥스씨로부터 맥주의 종류와 생산과정에 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면...맥주의 원료는 보리다. (당연히 이 지역에서 생산한 보리를 원료로 쓴다.)
먼저 보리를 보리를 물에 넣고 이틀동안 적셔 불어서 팽창하면 수분이 약 13%에서 40%로 된다. 이때 싹이 나게 되고 이를 5일동안 말린다.
40도로 36시간 말리면 수분이 45%까지 올라갔다 습도는 10%로 낮아진다. 다시 습도가 5%가 될때까지 70도로 43시간 말려주면 색깔이 바뀌게 된다. 맛을 보라고 한 줌 집어주어서 먹어봤는데 달달하면서도 고소하다.
이걸 다시 110도로 말리면 맛이 더 달라진다.
다들 맛을 보고 고소하다면서 이걸로 점심 때우잔다.
근데 껍질째 보리를 씹고 있으니 고소하고 바삭한 게 먹을만 하긴 하지만 어쩐지 말이 된 느낌이다.
다시 70도로 가열했다가 마지막에 150도로 가열, 온도가 달라질 때마다 보리의 색깔이 달라지고 맛이 달라진다. 어떤 온도로 가열했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고 색깔이 달라진 보리로 만드는 것이 바로 맥주의 색을 결정하고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다.
150도로 말린 보리는 초콜렛 색이 나는데 많이 태운 느낌이라 쓸 듯 싶은데 의외로 그리 쓰진 않다.
이 고열로 말린 보리로 만든 맥주가 그 인기 좋다는 흑맥주 (기네스)
100% 보리를 넣으면 쓰기에 88%정도 넣는다는데 브라운맥주, 화이트맥주 등 네가지 온도에 따라 달라진 맥주를 서로 섞어서 만들어내기도 한단다.
한 번 맥주를 만들어낼 때에는 약 250킬로 정도의 보리가 필요한데 이것을 갈아 뜨거운 물에 넣고 불려서 750리터 정도의 물을 넣고 75도로 말렸다가 다시 20도로 맞춘다. 다시 78도에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정도 말리면 당분이 추출되는데 이 당을 빼서 다시 찌고 섞어서 100도의 센불로 말려주면 맥주가 완성된단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맥주를 병에 담아 저장고에 보관하는데 약 6개월 정도의 유통기한을 갖는단다. 그리고 시음용으로 테이블에 담아놓았는데 종류별로 담아놓았다. 어떤 맥주가 가장 맛있냐고 했더니 다 맛나단다.
우문현답.
세금문제를 물어보니 (우리나라는 주세 딱지가 붙는다), 텍스를 딱스라 하는데, 100L에 4유로, 6천원 정도 내는데
알콜 농도에 따라 달라진단다. 55도일경우 100리터에 20유로 2만 4천원, 300병 정도에 3만원 내고, 58도일 경우 4만5천원 정도를 낸단다.
많이 내는 편은 아니란다.
테이블에 잔뜩 널려져 있는 것은 공연을 알리는 리플렛들
이곳에선 맥주 판매뿐만 아니라 축제도 열고 체험도 하고 공연도 한단다.
드디어 농가 주인의 열정적인 설명의 시간이 끝나고, 우리 일행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맥주 시음시간
바이오농장에서 선물해주신 토마토 페이스트를 바케트빵에 발라 즉석 안주를 만들고
우리 마을에서 가져간 늘푸름한우육포를 선물해서 즉석에서 맥주 시음회를 가졌다.
작은 잔으로 마시겠다던 분들이 맛을 보더니 모두 큰잔으로 바꾸었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공짜 맥주를 맛 볼 기회라 그런지 무지 좋아들 하신다. 그런데 맛을 본 분들이 맥주에서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고 한다. 아마도 이곳 사람들 입맛에 맞추어서 그럴거란다.
바케트빵에 발라진 페이스트를 맛 본 분들이 이곳의 쨈이 맛이 없단다. ㅋ
역시 한국사람은 한국에서 만든게 제일 좋다는 지론...
혼자서 속으로 웃었다.
이곳까지 우리를 안내해서 귀한 설명을 해준 녹색 트라이앵글회장인 마담 부뷔에와 크리스텔에게 한국에서 가져간 커피를 선물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에손 마코시스 지구를 떠나면서 든 생각.
그네들이 말하는 녹색 트라이앵글 협회의 역할은 우리나라의 기술센터와 지역 농협, 혹은 이제 권역별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종합개발 사업을 합쳐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녹색 트라이앵글 협회의 역할은 아까 소개한 것 외에도 농민들 개개인에게는 집을 짓도록 도와주고, 지자체간 다리 건설을 하도록 기초단체에 요청하고, 화훼도난 방지 프로젝트 기술적 지원도 하고, 환경관리 쓰레기 처리 운동도 하며 농민들이 농사만 지어서도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로컬푸드 형태의 직거래, 각 단체에 급식납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학교를 대상으로 체험 학습 팜플렛을 제작하여 배부하고, 이벤트를 마련해주고, 타협회와 네트워킹을 이루어 국가지역단위로 협력 할 수 있도록 녹색 투어프로그램을 만들고, 농가방문 프로그램 운영, 표지판 설치,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시켜 사료로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농업을 6차산업으로 키워가야 하는 필요성에 당면한 지금, 이곳에서 그 성공의 작은 가능성을 본 듯 싶다. 또한 토지를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농사짓는 농민들의 땅으로 남게 하는 것, 그리고 그 곳에서 농사짓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작지만 바로 농업국가의 가장 기본정책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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