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국외)/일본

일본여행-소니공원

삼생아짐 2014. 11. 17. 03:14
728x90

 

 

4. 소니공원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이 드디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저 위에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한계령 고개 만큼이나 구불구불하고 게다가 좁기까지 한 가파른 고갯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자 의외로 넓은 평지가 나온다. 일명 소니농원. 멀리 보이는 억새풀 군락이 잠시 시선을 잡아끈다.

8년 전 창립하여 관광과 캠프, 온천, 맥주공장, 레스토랑, 클라이가르텐이라는 농박형태의 주말농장까지 대규모의 사업시설을 갖춘 소니농원은 농원이라기보다 거대한 사업체로 느껴졌다.

이노우에 전무와 하기에라라는 지배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하기에라씨는 능숙한 한국말로 인사를 해서 우리나라 교포인줄 알고 반가워했는데, 알고보니 48세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도 공부한 듯 오래 써서 낡고 너덜너덜한 한국어 사전까지 보여주며 덧붙인 한마디, 골초에 애주가라고... 아침에 깨어나서 마시고, 식후에 마시고, 퇴근해서 마시고... 붉으스레한 낯빛이 그러고보니 벌써 몇 잔 들어간 얼굴이다. 게다가 틈틈이 담배를 피워무는 폼까지,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삼생마을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효동 이사님. 제부도 위원장님 등 등 골초파 반가운 위원장님들 재떨이를 찾으며 유난히 반색한다. 같은 나라에 살면 당장이라도 소주잔이 오고 갈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대신 담배를 나누어 맛나게도 피워댄다.

그리 뛰어난 한국어 실력은 아닌 듯 ‘뽑히다’를 ‘뽑혀지다’, ‘성공’을 ‘성겅’, ‘온천’을 ‘언천’, ‘캠프’를  ‘갬ㅍ’라고 쓰면서도 술 이름인 ‘맥주’만은 정확하다. 어쨌든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사람이었다.

 

        

        왼쪽이 하기에라씨, 오른쪽이 전무인 이노우에씨

        바로 앞에 보이는 초록색 옷의 뒤통수는 중앙 사업단 김용완대리님

        열심히 공부하시죠??

 

그가 말하는 성공의 정의란 간단했다. 성공은 바로 이익이라고.

조금 씁쓸하다. 아직까지 우리 마을에서는 그리 큰 이익을 남기진 못했다. 처음엔 전자 상거래로 시작해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운영의 노하우라든가 중간 상인들 그리고 농민들을 대상으로 전자 상거래 판매의 이점을 납득시키는 데 약 3여 년의 시간이 걸렸고, 전자 상거래 만으로는 농가 소득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없어 지역의 숨은 인적, 물적자원을 발굴해 체험마을로 거듭 나기 위해 마을의 발전 방향을 돌렸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시작단계라고 위안을 삼으며, 눈앞에 보이는 직접적인 자신의 이익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여 마을 운영에 참여시키고자 애를 쓰는 우리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이익’이었다. 하루 품이 바로 소득으로 직결되지 않으면 쉽사리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 농가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무조건의 봉사만을 요구 할 순 없었다. 체험 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일본 연수에 오르기까지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더 찾아서 우리 마을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소니 공원은 개발 자금 보조금과 중앙 정부보조 50%의 자금으로 시작했지만 2006년에는 1억엔의 이익을 올려 4천만엔을 마을에 기증했고, 마을 주민들을 고용해서 고용 창출 효과까지 거두었다고 한다.

그가 말한 마을 발전의 요소, 어디를 파도 온천이 솟아 나온다는 일본의 자원과 참억새가 흐드러지게 무리지어 피어난 아름다운 자연경관, 그리고 맥주 공장, 레스토랑 운영 등은 사계절 관광을 가능하게 했고, 게다가 빵 만들기 체험이라든가 불꽃놀이, 연희 공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 등은 정부의 지원이 아닌 그들이 이루어낸 순수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농원과 떨어져서 숙박동과 캠프촌을 가는 데 두 대의 승용차로 이동했다. 하기에라씨는 아무래도 음주운전 인 것 같아 전무의 차를 탔는데 바꿔 타길 잘했다. 농원으로 갈 때보다 더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집에 두고 온 세 명의 자식들이 떠올라 오래 살아야지 생각이 절로 난다.

클라이가르텐 즉 작은 정원이라는 뜻의 통나무 숙박동은 다랑이논을 개간하여 만든 곳인데 우리의 주말 농장과 유사한 형태이다. 1년 계약으로 장기 체재형과 당일 체재형태로 운영하는데 사용료는 약 5만엔 정도. 내부 시설은 화장실과 키친, 욕실 등이 있는데 돌아보고 나오다 보니 우리나라 빠다코코넛 비스켓이 선반에 놓여 있어 반가웠다.

 

 

               우리의 주말농장 형태인 클라인가르텐

 

클라이가르텐은 독일의 그린투어리즘을 그대로 베껴다 만든 형태인데, 역시 일본은 모방의 천재라는 말이 실감난다. 다른 나라 것을 가져다 모방해 만들지만 더 나은 형태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일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연 압도적이라고 한다.

하기야 우리나라의 김치를 가져다가 자기네가 김치의 종주국인 것처럼 세계시장에서 큰소리치는 것도 일본이요, 유럽이나 미국 지역에서 한식이 인기를 얻자 한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일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반일감정이 앞서지만 여행 중에 만난 일본인들은 거의 모두가 정중하고 예의바르며 상냥하다. 하다못해 거리에서 공사하는 인부들까지도 공사 시작지점에서 끝나는 지점까지 양 손으로 길을 안내하며 고개를 굽신거린다. 우리나라 공사장을 지날 때와는 영판 다른 모습이다.

“손 좀 흔들어주세요.”

아침에 숙소를 나올 때 우리가 묵었던 농원의 경비가 우리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든다고 하더니 하기에라씨도 우리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서 있다.

“저러다 우리 버스가 신호등에라도 걸리면 팔 떨어져요.”

못 말리는 지역 아카데미 통역관 지화영씨.

오는 손님 친절하게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갈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손 흔들며 배웅하는 것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법이다. 한 가지 배웠다. 차 뒤꽁무니 안 보일 때까지 손 흔들기. 팔이 떨어지더라도......

 

 

'여행기(국외)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여행-카와부키촌  (0) 2014.11.17
일본여행-에와랜드  (0) 2014.11.17
일본여행-아스카지역진흥공사  (0) 2009.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