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살림을 아시나요?
산림청 블로그 주부 기자단 백경숙
산살림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산살림에 어두운 저는 그래서 산에서 얻는 것들은 거의 공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곤 했죠. 게다가 요즘 출하준비를 하고 있는 고로쇠는 제법 남는 장사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1.8리터 물 한병에 오천원이면 꽤 비싼거 아닌가, 시중에서 파는 음료수도 2천 5백원이면 되는데 그냥 산에서 받아오는 공짜물이 5천원이라니 꽤 남는 장사네. 뭘 집어넣어서 만들어야 되는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원가라야 물병값, 박스값 밖에 뭐 있겠어? 라고 생각했었죠.
마을에 체험객이 와서 고로쇠 수액 채취체험을 하기로 했던 날, 제 이런 생각이 고로쇠를 채취하는 산 입구에 도달하는 순간 단박에 깨어져 버렸네요. 마을의 고로쇠 작목반원들이 산이 험하다 험하다 했는데 물통 들고 나를 정도면야 뭐 했는데...어휴, 이게 그냥 올라가는데만도 꽤 애를 먹었어요.
조금 올라가니 초입새에 산림복합경영 조성 사업지 표시가 보이네요.
길 옆으로 무성한 가시나무들과 자랄만큼 자란 풀들, 바닥에 이리저리 엉킨 풀들이 제 발목을 잡고, 제 눈을 찌르고, 제 손에 가시를 박아놓습니다. 게다가 앞서가던 아이들과 작목반원들은 보이다 안 보이다 하고, 리포터와 PD님만 방송 멘트 따느라 뒤쳐졌는지 앞에 보이네요.
사람이 보이지않는 깊은 산 속에서 이렇게 짐승들의 흔적을 만나면 꽤 놀라겠죠?
노루일지 멧돼지일지 이 흔적을 남긴 녀석들이 금방이라도 제 눈 앞에 나타날듯 두근두근
모두들 한곳에 모여 수런거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함성도 들립니다.
고로쇠는 아무 산에서 아무 나무나 구멍 뚫고 마구 받으면 안된다네요.
수액을 채취하는 나무에는 이렇게 번호를 매긴 표찰을 붙여 둡니다.
한방울, 두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고로수액 고로쇠는 예로부터 뼈에 이롭다는 의미로 골리수라고도 불리웠다고 합니다. 경칩을 전후해 한 달 동안 수액 채취가 가능한 고로쇠 수액은 대체적으로 밤의 기온이 영하 3~4도씨 이하이고 낮의 기온이 영상 10~15도씨 이상으로 밤과 낮의 온도 차가 대략 15도 일때 세포 수축 차에 의한 압력차 때문에 생성된다고 합니다. 고로쇠 물은 찜찔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수액을 마시고 땀을 흠뻑 빼면 가뿐한 느낌이 최고라고 합니다. 서양에서도 고로쇠와 같은 과인 단풍나무 수액을 진하게 달여 빵에 발라 먹는 메이플 시럽을 귀한 자연의 선물로 꼽고 있답니다.
고로수액을 받는 동안 갑자기 짖궂은 꼬마녀석 하나가 가지 끝을 잘라 입을 대고 빨고 있습니다.
그러자 다른 녀석들도 얼릉 빨아봅니다.
축구를 하다 마당의 단당풍 나무 가지를 부러뜨렸는데 물이 똑똑 떨어지자 입을 대고 빨아보더니 가지 몇 개의 끝을 잘라서 비닐 봉지를 매달아 물을 받았지요. 하룻밤 지나자 정말 봉지에 조금씩 물이 받혀 모두 모우니 200밀리 우유팩 하나 정도가 되더군요. 고로쇠수액이라며 맛나게 먹던 녀석들...가지마다 매달았던 봉지 생각이 나서 속으로 웃었습니다.
우리마을 고로쇠는 오염원이 없는 맑고 깨끗한 산촌환경의 깊은 산에서 생산되기에 이른 봄, 대량으로 구입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음료나 물 대신 음용한다면 나른한 봄을 이기기엔 최고일 듯 싶네요. 오염원이 없는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 특히 마리소리골 악기 박물관이 있는 명동계곡에서 생산되기에 탁하거나 흙내가 나지 않고 맑고도 달콤한 맛이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아 물대신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음껏 마시면 좋을 듯 싶어요. 오랜 종갓집 종부 노릇에 등이 많이 휘시고, 무릎이 아프신 친정어머니께 보내드리고 해마다 시어머님께도 보내드렸었는데 올해에도 역시 보내드려야겠네요.
그리고 고로수액은 닭백숙을 끓이거나 감자탕 등의 고기 요리를 할 때, 그리고 물김치를 할 때 넣으면 음식의 비린내도 안 나고 정말 맛나답니다. 작년 이맘때쯤이면 하우스에서 느타리버섯이나 영지 등을 생산해 낼 때이지만 기름값이 비싸 시설채소도, 버섯생산에도 모두들 손을 놓았습니다. 도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작년, 우리 농촌은 유난히 힘든 한해였습니다.
아직 바깥엔 눈이 쌓여있고...바람또한 차갑기 그지없지만 이른 봄을 준비하는 고로쇠 작목반원들을 뵈며 부지런한 새가 모이 하나를 더 먹듯 부지런한 농부가 더 잘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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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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