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던 아들녀석이 시험 끝났다고 집에 오고 싶다하네요.
가뜩이나 일손이 달리던 차에 얼릉 데려다가...
울 최후의 보루, 이녀석 붙들고 넓은 밭에 비닐을 씌웠지요.
천오백평 가까이 되나요
집 옆에 붙은 옥수수밭이죠.
관리기로 비닐을 씌우는데 양쪽 끝에서 비닐을 잡아주고
흙을 덮어 마무리를 해줘야 하지요.
작년에는 울 수향녀석 들어와서 거들면서
목마르다고 문자질
아이스크림 사오라고 문자질
밭끝에 서서 연실 문자질만 해대었는데
올해는 이제 꾀가 나서 시험이라며 아예 안나타나고
몇달째 집에 오고 싶던 순둥이 우리 장남 영재녀석만 붙들려와서 열심히 거들었지요
아빠보다 키가 더 커버린 영재녀석, 이젠 정말 청년티가 납니다.
든든하기도 하지만 아빠 장화와 아빠의 작업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기도 하네요.
예전에는 하두 공부를 안하길래 이담에 커서 뭐가 될래?? 라고 하면
농사나 짓겠다던 녀석인데...
농사도 똑똑한 사람이 짓는 거라며 제가 고개를 젓곤 했는데
어쨌든 흙투성이가 되어 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썩 좋질 않네요.
하루종일 일하고 피곤해하길래...그래도 모처럼 집에 왔는데
엄마솜씨를 보여줘야지 싶어...
그래서 녀석이 좋아하는 닭갈비를 해 줬네요.
정육코너에 부탁하면 이렇게 뼈를 다 발라내고
닭갈비집에서 나오는 것 같은 닭갈비용 닭고기를 살 수 있답니다.
약 3만원정도 주문하면 자크마치 20인분 정도가 된답니다.
(이 닭고기로 튀김가루와 달걀물을 씌워 치킨 까스도 만들곤 하지요
아, 치킨카레두요.)
양념비율을 맞추기 어려우면
마트에서 파는 돼지갈비용 양념장에다가 고춧가루, 마늘, 파, 정종, 간장 등을 반반 섞고
야콘즙을 넣어 재우면 바로 구워먹어도 닭갈비집에서 먹는 닭고기보다 더 맛난
삼생아짐표 닭갈비가 탄생되지요.
민재와 영재 수향이녀석은 세상에서 가장 맛난 닭갈비라고 엄청 좋아하지요.
그리고 집 앞 화단에서 딴 엄나무순을 데쳐 초고추장에 무치고
취나물을 된장에 살짝 볶은 것과
꼬막을 양념장에 재운것 등을 반찬으로 해서
밥을 차려주었지요.
열심히 먹던 영재녀석, 갑자기 젓가락질을 따악(!)멈추더니
우와~~감탄을 지르며 위장술이 뛰어나대요.
무슨 소린가 했더니 두 녀석이 열심히 먹다보니 어느새 고기는 팍팍 줄어들고
녀석이 고기인가 싶어 집었더니
떡세조각이 나란히 붙어 마치 닭갈비 고기인것 처럼 보였던 거지요.
이 닭갈비 국물에 김장김치를 잘게 썰어 밥꺼정 비벼먹고
두녀석 축구한다고 축구공 들고 밖으로 나가네요.
오랫만에 제 형과 축구를 하는 민재녀석
형 기숙사로 가지 말고 기냥 자기랑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고
형한테 맞던것까지도 그립다던 녀석인데, 형과 더불어 얼마나 신났는지요
그래서 자랄 때는 형제가 필요한듯 싶습니다.
비닐을 다 씌운 밭입니다.
영재가 나가고 난 다음날
바로 옥수수를 심었지요.
옥수수를 심고 난 후에 하늘에서 내리는 비 한방울이 얼마나 아쉽던지
고인 빗방울마저 옥수수뿌리에 가 닿았으면 싶은게 바로 농부의 마음인가 봅니다.
때마침 지난 주말, 비가 내내 내려줘서 모살이를 무사히 마쳤네요.
올 식목일엔 고작 라일락나무 한그루밖에 못 심었다고 안타까워 했더니
울 최후의 보루, 자기가 산사나무 열그루나 심었다고 큰소리쳐서 어디에 심었나 했더니
여기 우사 바깥쪽에 심어놓았네요.
이녀석들도 무사히 모살이를 마쳐서
새싹이 돋아나네요.
올해에는 오대볍씨가 잘 안나와서 다들 모자리를 두번이나 했다고 하던데
그래도 우리 모는 별 탈없이 잘 자라줘서
이렇게 논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네요.
비글이녀석, 어딘가를 하염없이 보길래 왜그런가 했더니
울 최후의 보루, 다니는 곳으로만 오매불망 눈길이 따라다녀요.
논으로 나가기 전 영양제라도 한 번 더 치려고 준비중인데
이녀석 자기랑 놀아달라고
마치 짝사랑하는 해바라기마냥 울 최후의 보루 가는곳마다 발자욱소리에꺼정
귀를 기울여요.
게다가 말을 걸면 눈을 마주치고 종알종알 아이들 옹알이하듯 대꾸하는데
정말 신통하기 그지없지요.
알고보니 울 최후의 보루, 논물보러 갈 때 이녀석 델구 다녀왔답니다.
녀석도 사랑과 관심을 더 주는 사람을 알아보는가 봅니다.
교육이다 출장이다 이리저리 쫓아다니고
바쁜 철에 일이 밀리면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지는데
울 최후의 보루, 그래도
밀리지 않고 척척 해내는 거 보면 이젠 정말 찰농사꾼이 된 듯 싶네요.
모심을때는 새벽 다섯시반에 밥 해달라는데...
아무래도 모닝콜 해 놓고 자야겠어요.
논에 물을 가득 잡아놓으니
개구리 소리 유난히 요란스런 밤이네요.
봄밤...
바람은 서늘하고, 공기도 맑고
시골에서의 봄밤이 정말 좋습니다.
이젠 저도 정말 시골아낙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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